TPO에 맞는 향기나는 사람 되기
실내에 위치한 한 상점에 아름다운 여성분 한 분이 입점한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가고 눈길이 돌아갔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심지어 주변에 내 옆에 있던 분은 그분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코를 막고 주저앉아 기침을 한다.
그녀의 향기는 은은한 향기 수준을 넘어선 너무도 지독한 것이었다.
악취..라고 말할 순 없나?
은은한 수준의 향기를 감정에 영향도로 평가하자면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감' 수준의 역할을 한다고 연결을 일반적으로 지을 수 있지만,
그녀의 향기 수준은 밀도가 너무 지나쳐 코를 막을 정도였다.
그녀의 향기를 감정의 척도로 재자면 호감, 관심 수준이 아닌
마치 집착, 아니 광기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그녀가 떠나간 이후 우리는 마치 공간에 남아있는 잔여 향기를 똥파리 내 쫓듯이
손을 휘휘 저어 최대한 내 주변에서 내보내려고 애를 쓴다.
뒤이어 그녀의 회사 동료로 보이는 직원들이 상점으로 들어오고,
바로 이야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 냄새 그분 맞죠?"
"아 네. 맞는 거 같아요."
"아니 어쩜 그렇게 많이 뿌리고 다니는지, 전 엘리베이터 웬만하면 같이 안 타요."
"으으. 그분이 손댄 서류에서까지 냄새가 나더라니깐요."
등등 수군수군 소리가 날 정도니 뭐.
순간 그녀에게 무척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본인의 향수가 무척 지독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향수를 집착에 가깝게 뿌린다는 것은,
신체적 콤플렉스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애잔한 마음이 드는 김에 향기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떠올라
무심히 툭 내 던져 보자면,
고등학교 시절
세탁을 한 교복 하복이 잘못 말라 풍기는
꿉꿉하고 지독한 냄새에 불평을 했던 그날 아침,
어머니께서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으로 인공적인 라벤더 향 스프레이를 뿌려
냄새를 가려주신다고 가려서 학교를 갔고,
인공적인 라벤더 향과 덜 마른 빨래의 꿉꿉하고
시큼시큼한 냄새가 섞여 시너지 효과가 나는 바람에
반경 2~3M 내의 모든 친구들이 내게서 나는 지독하게 강렬한
꿉꿉하게 쉬어버린 라벤더 향에 달아나고, 모세의 기적처럼 복도가 갈라지고
선생님마저 " 야 이게 무슨 냄새냐?"라고 하실 정도의 큰 반향을 일으켰었지.
최대한 웃어 넘겨보려고 했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고, 혼날 각오를 하고
냄새나는 교복 상의를 벗고 반팔 흰 티로 앉아있으려 했으나,
그 향기 아닌 향기가 티셔츠에도 남아 학교가 끝날 때까지 무척이나 우울함과
거절감에 속상해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성실히 참석하던 야간자율학습도 그날 처음 무단결석하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상해버린 자존심에, 분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며 손으로
교복을 빨았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곤 한동안 향기에 민감해 조금이라도 그런 냄새가 나면
그날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무척이나 그날의 거절감과
우울감에 시달렸던 기억 말이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아무튼, 향기가 나는 삶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지독한 향기에 약간은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이윽고 삶의 방향성에 대한 약간의 단서 조항 정도를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더불어 사는 사회인 만큼
아무리 향기가 나는 삶이라도 홀로 독야청청한 삶으로
남들에게 향기로 피해를 주는 건 옳지 않다 생각한다.
역시, 향기도 TPO에 맞아야 한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향기가 상대방 코를 문자 그대로 찌르는 상태여서는 곤란하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