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Nov 01. 2021

내가 만난 스웨덴의 비건

동물권과 환경을 위한 비건

스웨덴에 가기 전에는 비건, 베지테리언에 대해 정의만 알 뿐 깊게 고민해본 적도 알아본 적도 없었다. 나는 고기를 좋아하니 먹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비건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건 스웨덴에서 친구들이 비건이 된 이유를 하나 둘 들었을 때부터였다


동물권을 위해서 한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몇 번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경 때문에 비건을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기도 했고 이전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어서 흥미가 생겼다.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가축을 기르고 유통을 하고 고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 된다. 특히 축산업을 통틀어 소고기 생산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압도적이다. 소의 먹이를 위해 땅을 개간하고 곡식을 키우고, 소는 그 음식을 소화하면서 매탄을 생성하고, 소를 도축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탄소는 닭고기에 비해 10배가량 된다고 한다. 


탄소 배출을 비교하기 위한 재미있는 예시가 있다. 비건, 닭고기 소비자, 그리고 소고기 소비자가 똑같은 거리를 간다고 할 때, 비건은 걸어가느라 소비되는 에너지를 위해 중간중간 자주 식사를 해도 되지만, 닭고기 소비자는 자전거를 태워서 식사를 조금만 해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소고기  소비자는 승용차를 태워 배고프게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소고기를 먹는 사람은 승용차를 타는 것보다 탄소를 더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소고기 소비를 줄였고 지금은 거의 먹지 않는다. 스웨덴에 있는 동안 소고기를 조금이라도 먹은 횟수는 한 손안에 뽑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은근히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많고 집 밥 메뉴에 대한 나의 결정권이 매우 약해서 소고기를 아에 먹지 않는다는게 상당히 힘들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을하고 양해를 구하다 보니 최근엔 거의 소고기 소비를 하지 않았다.


환경적인 이유로 고기 섭취를 줄이고 최대한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한 것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동물성 식품이 먹고 싶고 먹어야 할 때는 최대한 동물권을 생각해서 음식을 골랐다. 대표적으로 달걀은 무조건 완전한 방목 또는 부분적 방목(자유롭게 밖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축사)으로 자란 닭의 달걀만 구매했다. 달걀을 살 때만큼은 가격을 보지 않았다. 옆에 있는 달걀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방목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절대 구매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 달걀을 구매하기가 매우 힘들다. 한국에서는 일련번호로 닭의 사육 환경을 구분한다는데 나의 기준으로는 1번 또는 2번만 소비 할 수 있다. 지금껏 여러 마트를 다녀봤지만 2번 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가장 높은 게 3번(개선된 케이지)이었고 대부분이 4번이었다. 최근 마켓컬리에서 동물 복지 달걀을 찾게 되어 바로 가입을 했고 아주 잘 활용 중이다. 


또 다른 동물권적인 이유로 가죽이 사용된 물건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이건 어떨 땐 환경문제와 상충하게 된다. 가죽이 사용되지 않은 물건 중엔 가죽 대신 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이 있다. 내가 정말 이 제품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냥 플라스틱을 선택한다. 플라스틱이 사용됐어도 내가 오랫동안 잘 사용만 한다면 지금 당장 가죽 때문에 희생되는 동물을 구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스웨덴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 지식들이다. 굳이 자세히 공부하려고 해서 알게 된 것들이 아니라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마트에서도 비건 식품, 동물권을 위한 식품들에 대해 명확히 명시하고 그런 이유들을 내세워 홍보를 한다. 알고 싶지 않아도 어느새 준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친구들끼리 파티를 할때도, 학과에서 간단한 티 타임용 케익을 준비할때도, 가지고 있던 간식을 주변에 나눠줄때도 아주 당연하게 비건음식을 따로 준비하고 비건(또는 베지테리언)의 여부를 물어본다. 처음엔 그게 익숙하지 않아서 가지고 있던 밀크초콜릿을 비건친구에게 계속 권하던 때가 있었다. 여러번 까먹고 무심하게 여러번 초콜릿이나 다른 간식들을 권했었지만 친구는 단 한 번도 화내지 않고 비건이라 괜찮다 고맙다라며 정중히 거절했었다. 반복되는 내 실수에 정말 미안했는데 그럴수 있다며 다독여 주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비건이 존재하기에 한 테이블에 다양한 식생활이 섞여있다. 나는 고기를 먹고 내 옆의 친구는 비건 요리를 먹는다. 비건 요리에 관심이 가서 물어보면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래서 완벽하진 않아도 고기를 줄이고 비건 식품으로 대체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주변의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부분적 베지테리언 조차 품이 많이 든다. 스웨덴에서는 비기너로써 주변의 응원과 도움을 받았다면 여기선 내가 주변에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식품들도 대체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내 주변 사람들이 점점 나의 식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배려를 해준다. 이런 변화들이 모여 스웨덴도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었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나눌 수 있는 것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