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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Feb 09. 2022

환경 문제는 천문학자들에게도 고민이다

천문학자들의 환경 문제

인간은 지구 위에 살아가는 존재이고 그 누구도 환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상에서 환경문제와 거리가 있는 삶을 산다고 해도 의외인 부분에서 환경과 밀접한 연결성이 나타나고는 한다. 이건 천문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1. 우주 쓰레기

이건 천문연구에 상당히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지구 주변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를 표시해보면 그 너머의 우주를 보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지구 주위에는 우주 쓰레기가 넘쳐난다. 실제로 현재 지면에서 관측한 데이터에 우주 쓰레기가 담기기도 하고 이건 직접적인 데이터 오염이다.

 

우주 쓰레기는 지구의 환경오염보다 더 와닿지 않는 주제인데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전 세계가 엄청 난 자본을 투자해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 정거장을 세운다.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로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국가의 안보를 책임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자본을 쏟아부은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이 그 자본의 결과물들을 위협한다.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로 인공위성이 망가지기도 하고 어쩔 땐 인공위성끼리 충돌하기도 한다. 물론, 우주 정거장도 빼곡한 우주 쓰레기의 바다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주 쓰레기의 추락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은 대기 중에서 불타 사라지지만 몇몇 몸집이 큰 물체들은 지구 표면에 도달한다. 다행히도 그 대부분은 바다에 떨어진다. 하지만 만약 단 하나라도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이다. 추락하는 우주 쓰레기의 완벽한 도달 지점을 추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많은 불확실성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중국의 인공위성이 떨어질 때 뉴스에서 난리가 났던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 쓰레기의 처리방법을 고민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 연구들에 수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자본을 투자해서 오염시키고 다시 자본을 투자해서 회복시키려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2. 데이터 저장과 슈퍼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드는 에너지

천문학은 다른 과학분야와는 조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직접적으로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의 광활한 시간 중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는 찰나에 불과하고 아주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우주를 실험실에 가져와 통제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도 없다. 하지만 무릇 과학이란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대체하는 것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천문학의 시뮬레이션은 비중이 높다. 그래서 천문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유독 길다. 따로 실험실이 필요하지도 않다. 실험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부분 컴퓨터가 실험실을 대신한다.

 

컴퓨터는 그냥 돌아가는 게 아니다. 컴퓨터를 작동시킬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나 광활한 우주와 상상하기 힘든 범위의 시간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천문학에선 더 강력하고 빠른 컴퓨터가 필요하고 그에 필요한 에너지 또한 어마어마하다.

 

컴퓨터를 돌리는데만 에너지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거대한 컴퓨터를 돌려 얻어낸 결과들을 저장해야 하고 무엇보다 관측에서도 데이터 저장은 필수이다. 이렇게 저장할 때 또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도 문제지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컴퓨터를 식히는데도 다시 에너지가 든다. 괜히 세계 기업들이 북극이나 바닷속에 데이터베이스를 짓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주기적으로 과학자들에게 데이터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드는 에너지와 발생되는 탄소를 상기시킨다. 꼭 환경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나의 석사과정 논문만 해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과적으로 stellar stream의 궤도를 계산하느냐였다. 

 


3. 연구원들의 잦은 출장과 잦은 비행기 이용

학문적으로 일하는 연구원들이나 교수들은 여행이 잦은 편이다. 이미 박사과정부터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하는데 가만히 있어도 불러대는 연구원들이나 교수들은 오죽할까. 예전 지도 교수 중 한 명은 일주일의 절반은 중국에 있었고 다른 절반은 미국에서 보내는 생활을 한 학기 내내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기차, 비행기를 정말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이런 교통수단들은 탄소를 배출한다. 차라리 자동차나 기차는 나은 편이고 탄소배출의 압도적인 비중은 비행기가 차지한다. 세계 곳곳을 업무적으로 여행해야 하는 과학자들 입장에선 쉽고 빠른 비행기가 제일 좋다. 더군다나 대륙간의 이동에서 비행기는 거의 필수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자각한 과학자들 사이에서 애초에 학회 참석 자체를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 한 이야기였다. 그나마 환경에 신경을 쓰는 과학자들은 최대한 비행기보다 기차를 타는 게 전부였다. 


학회나 강연의 방식 자체에 사람들이 집중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가 터지고부터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모일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학회를 언제까지 미루거나 취소할 수 없으니 온라인 학회, 온라인 강연 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이던 행사를 온라인으로 바꾸니 생각보다 좋은 점들이 많았다. 물리적 거리와 시간적 어려움으로 참석할 수 없거나 초대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편하게 시차만 맞춰서 참석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학회가 더욱 풍부해졌고 듣고 싶었던 강연을 좀 더 쉽게 참석할 수 있었다. 


거기에 제한된 시간적 한계로 꼼꼼히 살피지 못했던 학회의 자료들도 모니터 하나와 저장공간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앞으로 과학자들의 교류 방식이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2년 동안 오프라인 행사의 필요성을 아예 못 느낀 건 아니지만 온라인의 장점을 느낀 과학자들이 많았다. 실제로 주변 과학자들도 이제 굳이 오프라인으로 학회나 강연을 열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번 글에서는 천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환경 문제와 천문학자들의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지구 위에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어떤 분야든 환경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환경 관련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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