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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17. 2022

이번엔 무조건 쏘아 올려야 해...

웃펐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얽힌 이야기

작년 크리스마스 2021년 12월 25일 허블 우주 망원경의 차세대 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지구를 떠났다. 장장 30년 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그 긴 시간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미 들어간 자본이 막대했고 쏘아 올린 후 중간에 문제가 생겨도 손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 만큼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다 보니 망원경의 발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미뤄진 만큼 자금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아무리 거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 하더라도 투자비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미 매몰비용이 엄청난 제임스 웹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신 희생당한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내가 이 망원경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17년 관측 수업에서였다. 관측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지식도 배우고 직접 관측도 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업이었는데 그때 당연하게도 제임스 웹에 대해 배웠었다. 제임스 웹이 왜 대단한지 우리가 그 망원경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장난 스래 교수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언제부터 쓸 수 있는데?"


그 순간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당시 나는 관측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어서 제임스 웹의 존재를 이 날 처음 알게 됐고 그래서 왜 웃음이 터져 나오는지 알지 못했다. 거기에 교수는 왜 입을 꾹 다물고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교수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겨우 입을 떼었다.


"이번엔 진짜 쏘아 올릴 거야...."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다른 학생이 질문했다.


"만약에 올라가다가 터지면 어떻게 해? 궤도에 못 올라가면?"


"그럴 일 없게 지금 우리가 이 고생을 하는 중이야."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X 되는 거지."


다시 한번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때는 앞뒤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교수의 마지막 말이 웃겨서 나도 함께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고 바로 다른 학생이 질문했다. 


"또 미뤄지는 거 아니야?"


"이젠 정말 못 미뤄. 무조건 올라갈 거야. 정부에서도 잔뜩 벼르고 있다고. 가다 터지는 한이 있어도 올려야 해"


"이번엔 꼭 올라가길 기도할게!"


교수는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 한마디를 남겼다. 


"이번엔 무조건 쏘아 올려야 해..."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안다. 무조건 쏘아 올린다고 장담했던 교수의 말이 무색하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1년 크리스마스 선물로서 드디어 우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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