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dens Sep 29. 2022

나에게도 ‘봄’이 오도록 도와준 친구들

우연히 그리고 예비된 선물들

‘번아웃’ 이란 친구에게 허덕이며 얼어가던 나에게도 기적 같은 ‘봄’이 오도록 도와준 3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 겨울,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 지인들도 내가 퇴사한 줄, 내가 번아웃인 줄 대부분 몰랐다. 철저하게 숨겼으며, 철저하게 괜찮은 척을 했기에 그리고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집 밖을 안 나가던 내가 주일은 ‘괜찮은 척’을 하기 위해 교회로 나가고 있었다.

그 시기, 내가 유일하게 사회생활을 한 교회에서 딱 한 번 ‘설날’을 맞아 친구와 국밥 한 그릇 먹었던 게 차갑게 얼었던 나의 몸과 마음에 큰 파장을 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벗아웃’이란 친구와 함께 서른을 시작한 나조차도 피할 수 없었던 것 한 가지, ‘코로나’

나와 국밥을 먹었던 친구는 그날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아뿔싸. 한없이 무기력하던 나도 ‘생존’ 앞에서는 겁이 났던지 가족들과 함께 선별 검사소로 검사를 받으러 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와는 다르게 내 몸은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발열, 설사, 구토, 오한… 정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아프고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또다시 아뿔싸.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제대로 ‘코로나’에게 당한 나였다. 잠복기를 시작으로 코로나 확진.


그렇게 나의 2월은 ‘번아웃’과 함께 ‘코로나’로 시작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고통스러운 아픔 속에서 지금 나의 상태 ‘아픔’에 반응하고 의식하고 있는 나를 정말 오랜만에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아픔 속에서 조금씩 회복되어 가며 희미하게 나의 마음속에 ‘다시 살고 싶다.’라는 씨앗을 심어준 한 통의 연락. 대학 선배 ‘L’

나의 대학 시절, 교직 이수를 하며 알게 된 대학 선배 ‘L’


당시 극 ‘I’ 성향이었던 나는 존재만으로도 매력적인 선배 ‘L’의 모습을 보며 동경했고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할 정도로 쫓아다녔다. 대학 졸업 후 전혀 예상치 못한 선배의 미얀마행. 하지만 그 안에서도 멋지게 정착해 ‘3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다 이제는 내가 있는 ‘천안’ 땅으로 유배를 왔다고 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선배의 연락도 계속해서 피하다가 그 날 만큼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연락을 받았고 우린 그날 만났다.


그리고 난 처음으로 누나에게 나의 겨울 이야기를 쏟아 냈다. 나의 긴 이야기를 듣고 해준 누나의 한마디

“고생했네. 그동안! 그럼 이제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볼까?”


누나의 한마디에 나는 내가 착각 속에 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조차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존중해주지 않았기에 모두가 나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음을 누나의 한마디에서 나는 깨달았고 다시 나의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다짐’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다시 해보았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좀처럼 의지나 의욕이 생기지 않아 스스로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유퀴즈 <미국 구글 김은주 수석 디자이너님> 편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성공한 디자이너로만 보이는 김은주 디자이너 님에게도 구글 이직 후 1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무서운 시절을 보냈다고 화장실에 숨거나, 주차장의 차 안에서 앉아있던 나날과 함께 불면증에 시달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숨쉬기 어려워지는 순간들을 보내며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까지 들었다는 말에 너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동료들의 도움으로 신청하게 된 회사 내 심리 상담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인터넷 질만 하고 있다는 디자이너 님의 말에 상담사 님이 해준 말이 나에게도 큰 위로를 주었는데

"은주, 당신이 그렇게 자꾸 먹는 건 당신 몸이 지금 에너지가 필요해서 살려고 먹는 거다. 그리고 자꾸 인터넷을 계속 보는 건 당신 마음이 안정을 찾고 싶어서다. 쉴 곳이 필요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마음이 애쓰고 있는 거다. 당신 몸과 마음이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지금 애쓰고 있으니깐. 너무 자책하지 말고 조금만 본인한테 친절해도 괜찮다."

정말 그랬다. 나의 몸과 마음이 나를 위해 애쓰고 있었음을. 고생한 나의 몸과 마음을 위해 이제는 좋은 것들을 먹이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우연히 혹은 나를 위해 예비된 선물들을 통해 오직 나를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나의 서른에도 봄은 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번아웃’이란 친구와 함께 시작한 나의 첫 서른 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