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레벌떡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바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차장이 손가락으로 다른 버스를 가리키며 빨리타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또 부랴부랴 정체 모를 버스를 갈아탔다.(지금까지도 나는 내가 어디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탔는지 알 수 없다) 이게 나름 두 번째 경험이라고 목적지를 묻는 차장에게 태연하게 요금을 지불했다. 혹시 몰라 우리 목적지를 또박 또박 알려주고 구글 지도까지 펼쳐 보여주었다. 차는 또 한참을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 상황이 이젠 익숙해져 그런가 부다 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구글 지도를 열어 우리의 위치를 확인했는데... 어라, 이상한 방향으로 버스가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납치를 당하는구나 싶어서 나는 우선 대니를 깨워 이야기 했다. 이 버스가 지금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다. 여차하면 우리는 무조건 달리는 거다. 하면서 혼자 긴장하며 횡설수설하는데 대니는 심드렁하게 듣고 있다가 이내 다시 졸기 시작한다. (T..T) 한국에 돌아가면 꼭 사춘기의 뇌에 관한 책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30분쯤 이상한 곳을 향하던 버스는 다시 유턴을 하고 내가 원하는 경로로 찾아가고 있었다. 그 버스 노선이 그렇게 이루어진건지 아니면 친절한 버스가 엉뚱한 장소로 향하는 승객을 안전하게 도착지에 모셔드렸는지 아직도 모를 일이다. 다시 유턴을 한 버스는 우리의 목적지로 향했다. 말인 즉슨, 30분 거리를 다른 곳을 들렸다 가는 바람에 1시간 걸렸다는 것이다. 한참을 달리다 또 차장이 우리보고 빨리 내리라고 해서 그냥 허허벌판에 내렸다.
다행히도 그 허허벌판 사이로 저 멀리 바다가 까꿍! 인사한다. 저 해변을 어찌가나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앞에 필리핀의 흔한 교통수단인 오토바이가 몇 대 서 있었다. 우리가 어리버리 서 있자 한 오토바이 주인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해변까지 50페소에 태워준단다. 나는 해변까지 얼마 간의 거리인지 가늠할 수도 없었고 50페소면 1,000원 정도하는 돈이라 그냥 타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오토바이 주인이 갑자기 한 사람당 50페소 내란다. 그래서 내가 둘이 50페소다 하니 또 OK 한다.(아!! 이게 뭔지) 그렇게 3분 정도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에 도착했다. 그냥 코 앞이었다. 그런데 걷기에는 또 덥고 아마 걸었다면 10분 정도 걸렸을 것 같다.
어쨌든 푸르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깨끗한 해변은 아니었다. 또 해변 근처 바다 위에 플로팅이라고 하는 오두막 비슷한 것들이 둥둥 띄워져 있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호핑투어 체험이 있다는 것을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해변은 바다에서 밀려온 부산물(미역, 알 수 없는 해조류들)로 지저분했고 간혹 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대니의 얼굴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니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로 몰려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스킨스쿠버를 하고 싶다 이야기 했다. 그러니 바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우리를 데려갔다.
긴장하며 온간 개고생 끝에 마따붕까이에 도착한 나는, 한국인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곳의 호핑투어는 이 분이 독점하시는 듯했다. 작은 마당 한쪽 귀퉁이에 스킨스쿠버 장비가 햇볕에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안쪽으로는 샤워장이 딸려 있는 민박 수준의 방들이 몇 개있고 마당에는 작은 수영장도 있었다. 나는 스킨스쿠버를 하고 싶다고 하자 풍채가 아주 좋은(배가 많이 나오셨다.^^) 주인 아저씨는 아주 친절하게 비싼 값을 제시했다. 선택의 여지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흥정도 귀찮고 오직 스킨스쿠버를 목적으로 장장 4시간 넘게 달려왔기에 흔쾌히 10,000페소(한국돈 230,000원)를 내고 스킨스쿠버를 하기로 했다. 소개비 1,000페소(23,000원)는 우리를 데려온 필리핀 사람들에게 따로 줘야 한다고 해서 그것만 좀 깍아 달라해서 소개비 포함 10,000페소로 합의를 봤다. 스킨스쿠버를 하려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 나는 뱃멀미가 심해서 대니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 했더니 요상한 계산법으로 대니 혼자 해도 10,000페소 둘이 같이 해도 10,000페소란다.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오직 돈이 아깝다는 마음에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