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다.
낯설다
형용사
1.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다.
2. 사물이 눈에 익지 아니하다.
문화재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문화재로서의 역할일까.
17세기 왕궁이 있던 더르바르 광장은, 역사란 박제된 활자에 있는 게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은 소에게 물을 주는 이 옆으로 경적을 내며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각종 쓰레기와 오물, 똥으로 가득한 길가 옆으로 모모(네팔식 만두)와 공예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주어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나 역시 여행자라는 주어진 본분을 다하기 위해 사원 꼭대기에 앉아 해넘이를 보며 낯섦의 두려움과 은밀한 희열을 동시에 느끼던 그 순간,
갑자기 내 앞에 다부지고 까무잡잡한 남성이 성큼 다가왔다. “무슨 일 때문에......”라는 단어가 네팔어로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내 앞에서 신발을 벗기 시작했고, 난 여권과 지갑이 든 주머니와 가까운 왼손에 힘이 들어갔으며 배낭 깊숙이 넣어 둔 다용도 칼의 존재가 언뜻 스쳤다.
그는 맨발로 내 옆 기둥을 능숙하게 오르더니 얽혀있는 전선 몇 가닥을 헤집은 후 숨겨진 스위치를 눌러 전구에 불을 밝혔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씩 웃으며 내 손의 책을 가리킨다. 마치 ‘어때 고맙지?’라는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난 고마움과 미안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멋쩍게 담배를 건네며 웃어 보이자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손짓과 함께 자신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다음 순간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 얼마나 완벽한 바디랭귀지인가! 서로의 언어를 완벽하게 모르는 두 사람은 그렇게 더르바르 광장에서 웃었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모르는 것은 불안한 것이고 낯선 것은 조심해야 한다. 그게 위험을 줄이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면할 수 있는 것이라 배워왔다. 하지만 생김새부터 판이하게 다른, 4,200km 떨어진 곳에서 온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내게 베푼 그의 작은 도움으로 깨달았다. 모르고 낯선 것은 알아가야 하는 대상이며 익숙해지기 바로 전 단계인 것을.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말하지 못한 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가 될 정도로 미안한 기억이며 갑자기 모든 네팔리(네팔 사람을 이르는 말)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날이었다.
-낯설다: 진심이 통해가는 과정을 일컫는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