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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Jul 07. 2022

벼락OO가 된 상사 이야기

신임 리더가 자리를 잡으려면...

벼락부자, 벼락스타에 이어 최근에는 벼락거지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벼락이라는 말은 뇌우를 뜻하는 우리말로 갑자기 어떤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수식어로 사용된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오늘을 "벼락군수참모"가 된 이전 상사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본격적인 첫 글부터 금기(?)인 군대 이야기라니 좀 불편할 수 있으나, 좋게든 나쁘게든 기억에 남는 리더를 뽑아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단연 이분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20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가끔 그때가 생각나는 것은 내 6년간의 해군 장교 생활 중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때이기도 하거니와 인상 깊은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또 HR 담당자가 되어 생각해보니 미치도록 미웠던 그 사람도 조직이 살피지 못한 어려움을 홀로 겪어 내느라 많이 힘들었겠구나 라는 부분적 공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이야기를 통해 "신임 리더가 자리를 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팀장 되더니 변했어",  "임원 되더니 변했어"
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뒷담화의 고정 레퍼토리이다.


 하지만 팀장이건 임원이건 새로운 역할, 더 큰 역할을 맡았는데도 그 당사자가 충분히 변하지 않는 다면 이 것만큼 조직과 개인의 입장에서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해군에서 모 부대의 보급과장을 할 때의 일이다. 리포팅 라인은 군수참모를 직속상사로 모시고, 그 위에는 ★인 전단장이 있었다. 새로운 군수참모의 인사발령이 나고, 자연스럽게 그의 평판이 들리기 시작했다.

 모 함정의 기관장이었던 그는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있었다. 함정 기관에 대한 전문지식과 권위적이지 않은 리더십으로 후배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는 분이었다. 

 물론 1개 함정의 기관장으로서의 역할보다 전단 군수참모의 역할은 몇 배쯤 복잡하고,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관리하는 자원의 범위도 넓고, 의사결정의 파급력도 훨씬 높은 자리이기는 하였으나 이전 포지션에서 좋은 평판을 받았던 상사라고 하니 꽤 큰 기대를 하고 그를 맞이 하였다.


 하지만 기대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달도 체 지나지 않아 반복적인 야근과 휴일 근무가 강요되었다. 이유인 즉 매일 아침 전단장★과의 회의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변화된 역할과 기대수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보고의 수준과 방향이 상사의 입장에서는 마땅치 못했던 것이었다. 상사의 부적적 피드백은 보고에 대한 부담으로 변하였고, 부하직원들에 대한 마이크로 메니지먼트로 이어졌다. 보고 전에 하나하나 체크하고 예상되는 질문에(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질문까지도....) 대한 답변을 준비하기 위한 반복된 야근과 휴일근무는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하고 사고의 예리함 마저 무너뜨렸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사고의 예리함이 무너진 순간 의사결정은 지연되었고 업무는 펜딩되고 야근은 반복되었다. 이러한 상황이니 전단장의 맘에 들만한 업무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부하직원들과의 관계도 악화되어 갔다.  




 빠르게 무너지는 상사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결코 즐겁지 못했다. 강요된 야근과 휴일근무는 둘째치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보는 듯한 위태로움으로 그의 옆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후배로서 휴식을 조언하거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둥의 이야기는 군대라는 위계 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으나 몇차례의 용기로 그에게 건의(?)해 보았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스스로 전역이나 극단적 선택을 입 밖에 낼만큼 위태한 상황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물론 영리한 사람이었으므로 6개월쯤이 지나 나와는 헤어질 무렵이 되었을 즈음, 그는 악순환의 굴레를 스스로 끊어 내었다. 스스로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고 조직이 기대하는 바를 몸으로 체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은 조직과 개인에게 너무 가혹한 시간이었다. 

 나중에 전해 들은 바로는 결국 그는 매우 훌륭한 군수참모가 되긴 하였다고 한다. 

  


 위 경험을 인사담당자로서 돌이켜보면, 조직에서는 기존 리더에게 더 크고 중요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거나, 새로 리더로 선발하는 인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알아서 적응하겠거나 또는 2박 3일쯤의 형식적 교육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신임리더가 조기에 정착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회사차원 또는 상위 리더의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회사가 "기대하는 역할"과 "성과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더 큰 역할을 맡는 것을 승진이라고 한다면, 승진한 리더들은 더 복잡하고 영향력, 파급력 있는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그들이 본인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얼마나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는 신임 리더의 조기 정착에 결정적 요인이 된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그들이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려하지 않는다. 신임리더의 입장에서도 본인이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에게 묻는 걸 꺼릴 것이라 생각된다. 신임리더의 조직 정착을 돕고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성과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상사는 신임 리더가 잘 정착하고 있는지 피드백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모든 리더는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큰 실수는 리더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상사의 피드백이다.

 신임리더를 관심있게 관찰하고 실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피드백하는 것이 직속 상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신임리더를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직속상사이다. 물론 사사건건 업무에 개입하거나 모든 실수를 막아 줄 수는 없다. 당연히 이런식 피드백은 신임리더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임리더의 리더십 성향과 업무스타일을 파악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코칭하며, 신입리더에게 필요한 조언과 자원을 지원한다면 신임리더의 조기 정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착과정의 스트레스가 조직문화가 흔들리지 않토록 모니터링해야 한다.

 신임 리더는 어느 날 갑자기 복잡하고 커진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전보다 큰 스트레스와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좋은 자극이 되어 성과를 독려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리더의 스트레스가 조직에 전이되기도 한다. 이는 조직문화를 망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소위 리더의 불편한 심기(?)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면 조직원들은 리더의 기분을 살피게 되고 조직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스스로 본인의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되 조직문화에 영향을 줄 정도로 스트레스가 발현되고 있다면 상급자나 HR이 나서 이를 해소해주어야 한다.  



리더는 조직 내에서 키워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적합한 인재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했다면 그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조직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뽑아놨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라는 생각이 신임리더의 조기 정착을 막고 나아가 조직 문화를 헤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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