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타벅스에서 일한다는 것

(1). 시스템 속의 나, 루틴의 안정감

by 이루다

카페를 운영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스타벅스는 어떤 시스템이길래

전 세계에서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을까?’


매장을 지날 때마다 보이는 긴 줄,

정해진 메뉴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서비스.

그 모든 것이 궁금했다.


막연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은 점점 커져서,

결국 나는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스타벅스 파트너로 입사했다.

정말 말 그대로

‘세계를 1등으로 만든 시스템’을

몸으로 경험해보고 싶었다.


처음 유니폼을 입고 매장에 들어섰을 때,

내가 알던 ‘카페’라는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모든 것은 매뉴얼에 따라 흘렀고,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기준이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에도

수많은 매뉴얼과 절차가 있었다.


어떤 버튼을 언제 눌러야 하는지,

얼음을 어느 선까지 담아야 하는지,

라벨은 어떤 각도로 붙여야 하는지.

혼자 판단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게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예상보다 훨씬 더 질서 정연했다.


누군가 이미 짜둔 시스템 속에서

나는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면 됐다.

“나는 왜 이걸 고민한 적이 없었을까?”

내 카페에선 매일 반복되던 문제들이

이곳에서는 이미 구조 안에서 해결되어 있었다.

고객 응대, 음료 제조, 청소, 재고 파악…

모든 것이 시스템의 일부였다.


일할수록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였다.

모든 파트너는 개인이기 이전에

하나의 팀이었고,

모든 실수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팀워크 안에서 흡수되었다.


이전에 나는,

내가 만든 공간에서 혼자 고군분투했다.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결정도, 책임도, 감정도 모두 내 몫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게 이미 정해져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나만 잘하면 되는’ 역할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 단순한 구조가

내게 이상할 만큼 편안함을 주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모든 파트너가 거의 같은 언어로 일한다는 점이었다.


초보자든 베테랑이든

서로의 손짓과 순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팀처럼 움직였다.


혼자였던 반찬가게,

모든 걸 떠맡았던 개인 카페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여기서는 나 혼자 모든 걸 짊어지지 않아도 됐다.

내가 실수해도

누군가는 조용히 메워주었고,

내가 서툴러도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았다.

매일 같은 루틴, 같은 규칙, 같은 역할.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그 시기의 나에게는

그 예측 가능성 자체가 위로였다.

그건 내게 처음 주어진 ‘여유’ 같은 감정이었다.

이전에는 늘 “이 일을 내가 좋아하니까”라는 마음으로

모든 걸 감당해야 했다면,

여기서는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은 구조” 속에서

나는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의외로 그건,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평온과 위로였다.

그렇게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문득,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이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조용한 질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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