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오래 할 줄 알았던 일, 내려놓기로 했다

(2). 좋아하던 일이 버텨야 할 일이 되었을 때

by 이루다

어릴 적엔 ‘좋아하는 걸 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골랐고, 그걸 일로 삼았다.


처음 운영하는 나의 가게는 나의 전부를 담아 사랑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누군가 내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내가 만든 커피를 마시며 웃는 모습.

그 순간만큼은 참 보람 있었다.

그 일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일을 사랑했다.

정말로.


처음부터 힘들 줄은 알았다.

하지만 좋아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실제로 그랬다.

하루가 고되고, 몸이 지치고, 수입이 적어도

“그래도 좋아하니까”라는 말로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좋아했던 건데,

어느 날부터 ‘즐긴다’는 감각이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무거웠고,

웃으며 이야기해도 속은 자꾸만 꺼져갔다.

정해진 시간 안에 수십 개를 맞춰야 했고,

예쁜 공간을 꿈꾸며 시작한 카페는

점점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계산기로 가득 찼다.


일상은 촘촘한 반복으로 이어졌고,

창의성보다는 효율을,

마음보다는 물량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일’이 된 순간,

그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반찬을 내가 먹고 싶지 않았고,

내가 내린 커피를 내가 마시고 싶지 않았다.

일은 늘 많았고,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일을 계속하면 더는 내가 남지 않겠구나.

그게 무서웠고,

그게 슬펐다.

그래서 처음으로 결심했다.


“이 일에서 나를 빼야겠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때로는 그 일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누구보다 애썼지만,

그 일이 나를 지켜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점점

그 일을 ‘버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일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내가 실패한 건 아니다.

나는 다만,

내가 좋아했던 나를 다시 지키기로 한 것뿐이다.

버티는 일에서 내려와

살아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그게 나를 다시 살릴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그만둔 거, 후회하지 않아요?”

내 대답은 늘 같다.

“아니요.

그 일을 그만둔 건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그렇게까지 지치기 전에

조금만 더 일찍 나를 돌아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에요.”


좋아하던 일이 버텨야 할 일이 되었을 때,

그건 신호다.

놓아야 할 때라는 신호.

아프지 않게 보내야 한다는 신호.

그리고,

이제는 나를 다시 붙들어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

나는 그 신호를 알아채는 데

7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일을 미워하지 않고

고맙게 떠나보내기로 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내 삶을 되찾는 선택이었다.


늦지 않았다.

이제는, 다시 나를 선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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