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시커'에서 발견한 문장과 시선
케임브리지대학교 발달정신병리학 및 실험심리학 교수인 사아먼 배런코언이 쓴 패턴 시커는 '자폐는 어떻게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나'라는 부제처럼 체계화 성향을 높게 가진 자폐인들이 어떻게 문명의 진화와 발전을 이끌어 왔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우리의 태도도 함께 말이죠.
인류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요? 저자는 두 가지 주요 원동력으로 '공감'과 '체계화'를 제시합니다. 공감은 인류가 협력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체계화는 도구, 언어, 제도, 법 등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습니다.
체계화 메커니즘은 발명과 실험 능력을 낳은 반면, 공감회로는 남과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해 유연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 두 가지 인지적 모듈은 함께 작용해 인지혁명을 일으켰다. 많은 자폐인이 마음이론을 그토록 어려 워하면서도 실험에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체계화 메커니즘과 공감회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분명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두 가지 독특한 행동을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언어와 음악이다. 우리는 체계화를 통해 문법과 기타 규칙을 기반으로 한 언어 패턴을 만들고 이해하며, 멜로디의 패턴을 만들고 인식한다. 우리는 공감을 통해 언어의 행간에 숨은 뜻을 포착하거나, 남이 하거나 하지 않은 말 뒤에 숨은 의도를 이해하거나, 완곡한 표현 또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공감 능력이 있기에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연결된다. 종합하면 공감과 마음이론으로 왜 초기 인류가 장신구와 그림, 조각과 음악을 만드는 실험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초기 인류가 어떻게 실험을 통해 장신구와 다른 형태의 예술을 만들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그 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이 체계화 메커니즘이다.
인간은 뇌 속에 특정한 종류의 엔진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만일(if)-그리고(and)-그렇다면(then)'의 체계화 메커니즘입니다. '만약 씨앗을 땅속에 묻었고, 그리고 그 땅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면 그렇다면 그 씨앗은 싹을 틔워 열매를 맺을 것이다'와 같은 세상의 규칙의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이 메커니즘 덕분에 인간은 복잡한 도구를 만들어 냈고 다른 모든 생물종을 제치고 과학기술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거죠.
체계화 메커니즘은 STEM 분야(과학 Sciencs, 기술 Techolog,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emate) 종사자와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발명가, 예술가, 사업가, 변호사 등)의 마음속에서 아주 높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은 정확성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세부까지 집중하는 '고도로 체계화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 시스템을 향상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걸 즐긴다고 하는데요.
MBTI처럼 우리의 뇌도 5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60만 명의 뇌를 분석한 ‘영국 뇌 유형 연구’를 통해 SQ(체계화 지수), EQ(공감 지수)를 분석하면 체계화와 공감 능력이 균형 잡힌 B형,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E형과 극단 E형, 반대로 체계화 능력이 뛰어난 S형과 극단 S형 등 뇌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이 연구에 참여한 자폐인 3만 6000여 명 중 S형과 극단 S형은 남성은 62%(비자폐인은 44%), 여성은 50%(비자폐인 27%)나 됐다고 해요.
우리는 확신한다. 자폐인과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케임브리지대학이 1000명이 넘는 학생에게 자폐 스펙트럼 지수(AQ) 검사를 한 결과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 학생들이 인문학 전공생보다 자폐 특성을 많이 나타냈으며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인 에인트호번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3개 도시에서 어린이 6만여 명을 조사해 보니 에인트호번에서는 어린이 1만 명 중 229명이 자폐 진단을 받았습니다.(다른 두 도시에서는 각각 84명, 57명). 그리고 태아가 출생 전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에 노출될수록 자라면서 자폐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자아이가 그런 성향을 가질 확률이 더 높습니다.
새로운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체계화는 부분적으로 유전의 영향을 받으므로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되어 왔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여기서 놀라운 연결성이 나온다. 자폐인, STEM 분야 종사자, 그 외에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다.
진화의 기나긴 역사를 돌아본 후,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면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속에서 체계화 메커니즘이 높은 수준으로 작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과거는 물론 바로 이 순간에도 발명이라는 장대한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심에 서 있음을.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은 체계화 메커니즘이 매우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패턴을 감지하고(패턴 시커) 체계화된 사고를 통해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미국 특허만 1093건을 보유한 발명가 토머스 앨바 에디슨,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고,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하죠.
끝없는 질문은 명료함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반복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조나가 사물이 작동하는 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십 년간 나는 조나가 놀라운 능력을 지닌 멋진 어른으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현대의 린네라도 되는 듯 조나 역시 식물계를 체계화하는 일에 깊이 빠져들었다. 어디를 가든 눈으로는 끊임없이 주변의 식물을 관찰했다. 각 식물을 마음속 스프레드시트라고 표현한 수많은 행과 열로 체계화된 목록과 비교해 가며 확인한다고 했다.
각 행(만일)은 식물의 특징(잎의 모양, 꽃잎의 색깔), 각 열(그리고)은 환경적 변수(좋아하는 토양, 꽃이 피는 계절, 지리적 위치), 행과 열이 만나는 칸(그렇다면)은 식물의 이름이다. 만일-그리고-그렇다면의 추론이다. 조나는 마음의 눈으로 식물 이름만 읽어내면 각 식물의 특별하고 독특한 점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 수 있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은 전형적인 발달 형태를 벗어나는 모든 신경발달을 가리키는 데요. 이 관점에서 자폐를 단순히 장애로 보기보다는 다양한 뇌 유형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장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류 사회에 다양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정신을 지니고 태어난 어린이에게는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좁고 깊은 교육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이런 성향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걱정과 그들이 견뎌야할 사회적 시선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닐 겁니다. '너 T야?' 라는 농담처럼 MBTI를 통해 우리가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듯, 고도로 발단된 체계화 능력에 반핸 공감회로가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 가진 능력일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