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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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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디 Nov 15. 2021

나랏녹, 공공기관이 가진 이미지의 틀을 깨라

   나랏녹은 강균성과 유키카가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서 일일 인턴으로 근무하는 MBC의 웹 예능이다. 이는 워크맨과 다소 유사한 포맷이지만 워크맨과는 다른 톤으로 공무원, 공기업 종사자라는 특정 범위의 직업만 체험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상청, 중고등학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시청 등 범위 내에서 보다 다양한 직업과 기관을 다루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공중파가 만드는 공공기관 일일 체험 콘텐츠라. 나랏녹은 너무 가볍지 않은 톤으로 쇼양 느낌을 구현하고 있다.



   교양 OR 예능? 난 둘 다!: 웹 예능에 적합한 전략인가?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쇼양 콘텐츠가 웹 예능에 적합한 포맷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하루 일과 중에 혹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10분, 20분 유튜브를 유람하는 사람들은 목적이 뚜렷하다. 그들은 TV에서 아무 채널을 돌리다가 눈을 사로잡는 방송에 리모콘을 멈추는 이들과 다르다. 대부분은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직접 검색하여 본다. 즉 여가 시간에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은 지식 콘텐츠를 검색하고, 웃음을 얻고 싶은 사람은 유머 콘텐츠를 검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쇼양 웹 예능이 과연 탁월한 전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두 그룹을 다 사로잡거나, 두 그룹을 다 놓치거나, 모 아니면 도 전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랏녹 같은 톤의 예능은 MBC ‘아무튼 출근’의 스핀 오프 격으로 TV에서 방영되었다면 더 좋은 반응을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다.




   웹 예능 나랏녹, 무엇이 필요한가?

   나랏녹의 출연진과 편집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나랏녹이 교양과 예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더 쉬운 길은 예능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랏녹이 웹 ‘예능’으로서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체험’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 것들

   먼저 직무에 대한 소개보다 체험이 주가 되어야 한다. 나랏녹은 출연진들이 실제로 직무를 체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직무의 내용이 부각된다.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개인의 감상, 스타일 등은 최소화되고 선배 직원의 안내와 감독 하에 비교적 간단한 직무 활동을 경험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직무는 드러나고 인물은 가려지는 이 지점에서 예능적 요소는 축소되고 교양적 요소는 극대화된다.

   강균성과 유카키가 인턴이라는 부캐로 나랏녹에 출연하고는 있으나 이들은 실제 인턴만큼 해당 기업과 직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두 출연진이 인턴으로 근무하며 느낀 점들은 나랏녹의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며 느낀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궁금한 점, 기존 자신의 생각과 달라 의외인 점 등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나랏녹은 출연진의 개인적 경험과 감상보다 업무 루틴 자체에 대한 언급이 주가 되고 있어 체험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내레이션 콘텐츠의 느낌이 짙었다. 비슷한 포맷인 워크맨의 성공 요인은 직업 리뷰보다는 MC 박준형과 장성규의 입담에 있다. 나랏녹 역시 강균성과 유카키에게 보다 자율적이고 확장적인 토크를 허용한다면 더 큰 재미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서사를 잡았으면 서사를 이끄는 캐릭터를 잡을 차례: ‘인턴’ 강균성? OR 인턴 ‘강균성’

   개인의 체험을 부각하는 연출 및 서사와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캐릭터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다. 강균성은 예능감이 충분한 연예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랏녹에서는 그의 입담과 재치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인턴 ‘강균성’보다는 ‘인턴’ 강균성이 주가 되는 연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상황은 캐릭터를 구축하기 가장 쉬운 때이다. 전에 없던 상황인 만큼 기존 캐릭터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랏녹에서는 강균성과 유카키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인턴’이라는 역할과 캐릭터에 두 사람이 들어간 느낌이다. 굳이 두 사람이 아니더라도, 예능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 누구나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둘 이상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예능에서 캐릭터는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개인의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예능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캐릭터에서 비롯한 출연진 간의 케미로 더 큰 웃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티격태격 케미나,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 케미가 그 예시이다. 허나 나랏녹은 강균성과 유카키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둘의 케미 역시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선후배 케미, 삼촌과 조카 케미, 우등생과 열등생 케미, FM 인간과 자유로운 영혼의 케미 등 다양한 모습 중 두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케미가 하루빨리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상파 MBC가 만든 공공기관 및 공기업 체험 콘텐츠 나랏녹. 이는 분명 다른 웹 예능과는 다른 무게와 다른 톤을 지닐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랏녹이 웹 예능이라는 형식을 취한 이상, 나랏녹에 주어진 무게와 틀을 조금이나마 탈피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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