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주요 글 소재인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하는 일들은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TV 화면이나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자주 딴생각이 나더라고요. 노트북으로 자판을 치고 있는 지금도 몇 번씩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네이버 메일과 블로그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인스타도 나갔다 들어왔다, 유튜브도 눌렀다가 끌어내렸다가 합니다. 집중하는 데 노력이 필요한 일들은 피로하더라고요.
그에 반해 뛰는 것은 집중력이 적게 듭니다. 러닝화를 신고 그냥 나가면 되니까요. 그냥 숨을 쉬고 팔이 흔들고 발을 구릅니다. 어딘가에 집중하거나 신경 쓰면 뛰는 폼이 이상해지거나 빨리 지치게 됩니다. 마치 매분매초 숨을 내쉬는 것을 의식하면 어색해지는 것처럼요. 무릎이 지면과 직각으로 닿아야 하고, 팔 치기는 중앙 몸통선을 넘지 않아야 하고, 등등등 전문가 선생님들이 추천해 주시는 자세가 있긴 합니다만.. 저는 선수가 아니니까 그냥 뜁니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그냥이라는 말에는 참 다양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다 못해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린 일들을 할 때 "그냥 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뭐라 뭐라 설명하면 멋이 없어지는 그런 것들에 붙이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요새 가장 열심히 하는 게 뭐야? 하고 물으면 그냥 뛰어,라고 답합니다. '그냥' 글자도 자체도 약간 나른한 고양이 같지 않나요? ~냥으로 끝나기도 하고 말이죠.
단어 자체에서 주는 귀찮음, 성의 없음이 보여서 가끔 오해받기도 하는 '그냥'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쓰기도 합니다. 내가 왜 좋아? 물을 때 열백천개의 이유를 대지 못하고, "그냥."이라고 말하는 저는 속절없이 실없는 사람이겠죠.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이유들을 준비해 놓고 한 마디로 얼버무리고 마는 저는 '그냥 인간'일 수도요.
비 오는 오후 그냥 보내는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나쁜 의미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