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인생인가
작심삼일 단골인 나에게 언젠가 남편이 했던 말이다.
말에 씨가 있는 건 아니어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돌이켜보며 내 삶은 "무난"하기 그지없었다.
적당히 노력하고
적당한 대학을 나와서
적당한 곳에 취직을 하고
적당한 사람을 만나서
적당히 잘 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적당함은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 기준에서의 적당함은 큰 고민 없이 큰 욕심 없이 튀지 않게 잘 사는 것이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현재의 나의 적당함은
큰 욕심 안 부리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 한 두 가지씩 시키고
가끔 여행을 다니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사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적당히 잘 풀렸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 진학에 관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내가 갈 대학 한 곳은 있겠지'라는 나도 모르는 자신감이 있었고
다행히도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여 장학금도 받아가며 졸업을 했다.
결혼 또한 큰 어려움 없이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하여 적당한 행복을 느끼며 잘 살고 있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살지 않는 걸까?
등이 너무 따스워서 안 움직이는 것일까?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매사에 "열심히" "열정적으로” 했으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까?
정작 내 아이들에게는 못해도 되니 끝까지 노력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이게 옳은 거겠지?
적당히 대충 하라고 가르칠 순 없잖아?
어른이 되면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역시 어렵네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