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엄마가 게임을 길게 잡고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작법도 그렇게 쉬운 편도 아니고, 게임 속 맵이 그렇게 다양한 편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실력이 느는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라 쉽게 질릴 확률이 높기도 했다.
또 매너 없는 안하무인은 얼마나 많던가? 서로 얼굴 볼 일 없다고 막말에, 센 말이랍시고 많이 쓰이는 '엄마 안부' 같은 저급한 말들이 필터링 없이 날아다니는 게 게임 바닥이었다. 그나마 요즘 모바일 게임은 채팅창을 볼 공간도, 쓸 시간도 별로 없으니 그나마 낫긴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차라리 질려서 게임을 그만두는 편이 낫지. 빨리 엄마가 상처 받는 건 싫은데.
나는 내심 걱정하며 남몰래 조마조마해했다.
그런데 내 걱정과는 달리, 엄마는 일주일 만에 레벨 20을 달성하더니 랭킹전에도 들어가 랭킹을 올리기 시작했다. 레벨 25 때 주는 이벤트 카트의 색깔이 후지다며 투덜대더니, 얼마 안 가 시준 패스(게임을 꾸준히 하면 카트나 게임 액세서리, 게임 머니를 주는 시스템)에서 주는 카트들을 하나 둘 얻어냈다.
그러더니 곧, 내 시준 패스의 레벨을 앞질렀다.
이게 무슨 일 이래. 비록 시준 패스가 리셋된다고 해도(몇 개월에 한 번 씩 리셋된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알고 보니 엄마는 집안일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말 꾸준히 카트를 했다. 밥을 한 후, 빨래가 돌아갈 때, 청소를 한 직후 등등 10분씩 꼬박꼬박 게임을 해서 천천히 레벨을 올렸던 것이다.
"자기 전에는 거의 1시간을 하던데."
"실화냐고."
저녁에 일이 있던 탓에 간간히 참석을 못하는 나에게, 그 시간에 엄마랑 같이 카트를 하는 언니가 사정을 알려줬다. 뭐지. 설마 카트에 소질이 있다던가. 나는 엄마랑 카트를 하며 어떻게 카트를 모는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엄마는 그렇게-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드리프트 버튼은 누를 생각을 않았고, 아이템도 잘 던지지 않았다. 순위는 8명 중 8위 아니면 7, 6위. 대부분 하위권에 속했다.
이러면 재미없지 않나?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승률에 미쳐 사는 나로서는 대체 왜, 이렇게 되면서도 엄마가 게임을 계속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캐릭터를 게임 속 연습장에 넣어 드리프트를 하는 법을 알려주며 이걸 왜 계속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