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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 Jul 04. 2021

엄마가 모바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4

게임에서 욕 하지 마세요


열겜중

“게임 그만할까 봐.”


엄마의 레벨이 40 쯤 되었을 때, 갑자기 게임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왜, 잘하고 있었으면서. 질렸어?” 내가 묻자, 엄마는 “질린 건 아닌데, 누가 나한테 욕을 했어.”라고 했다. 무슨 욕을 했길래 이러지. 나는 엄마에게 다시 물었고, 엄마는


“‘천사 개 못쓰네’….”


… 라는 욕을 들었다며 섭섭한 듯 입술을 구겼다.


*


이 게임에는 아이템이 제법 많은데, 그중에 ‘천사’라고 하는 고성능 아이템이 있었다.


이거

간단히 말해 전방위를 방어해주는 아이템으로 게임 내 현존하는 모든 공격 아이템, 설치 아이템을 막아준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같은 팀을 할 때 가장 유용한 아이템인데, 팀전에서 사용 시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팀원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다 막아준다


엄마한테 욕을 한 놈은 엄마와 한 팀이었고, 공격당할 때 같은 팀원이 천사를 쓰지 않아서 자기가 졌다며 저 말을 한 모양이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꼭 보이는- 자기가 못하는 거에는 관대하면서 남이 못하는 거에는 관대는커녕 욕을 하며 조롱하는 유형의 놈한테 걸린 것이다.


으, 짜증 나.


그런 놈들이야 현실에서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게임 등의 온라인 속에서는 유난히 많이 보인다. 서로 실제로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가상공간의 특성을 아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속된 말로 찌질이들이다.  


자기 못하는 걸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분을 풀지 않을 수도 없으니 제일 약한 사람들한테 시비를 털며 먼지 한 톨만큼의 자존심을 챙기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놈들. 모욕이랍시고 자기 가족을 끌고 와 걸겠느니 뭐니 하면서 치졸한 방식으로 싸운다. 개싸움에 우아함과 공정을 챙기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다 큰 것들이 저런 식으로 싸우는 것은 그 이상으로 우습고 추하다.   


“그런 말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죄다 어린애들일 걸?”

“그래도 기분 나쁜데.”

“원래 못하는 놈들이 그래. 현실에서도 그러잖아.”


옛말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지 않나. 잘하는 놈들은 욕 박을 시간에 연습 한 번 더 하겠지. 원래 컨트롤이 거지인 놈들이 이상한 데 목을 매며 더 난리다. 그나마 엄마가 아직까지 ‘게임 속에서 이따금 나오는 엄마 관련 모욕’을 안 봤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이딴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상황에 열이 받긴 하나, 그래도 어쩌겠나. 아직 입만 좀 걸걸하게 놀리면 지가 세 보이는 줄 아는 멍청이들로 가득한 게 현실이니.


“다음에 또 그러면 욕 박아 줄게.”

“그럼 지금 들어와.”

“뭐여, 또 하게?”


얘기를 하다 보니 엄마의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다시 게임을 하자고 했고, 그 뒤로 한 시간 동안이나 게임을 했다. 그리고 저녁에 또 두 시간을 내리 돌았고 말이다. 나랑 하지 않을 때도 계속하는 걸 보면, 하루에 적어도 네 시간은 게임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 이러다 엄마 프로 되는 거 아니야?


요즘 틈나는 대로 핸드폰을 굴리며 게임을 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이따금 존재하지도 않는 중년 대상 프로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게이머 엄마를 상상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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