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서점인의 책사랑

by 크리스티나

저의 책사랑은 오래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가게 됩니다.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당시 시골마을에 책을 제대로 갖추고 사는 가정이 별로 없었고, 저희 집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같은 마을에 살았던 고모네는 몇십 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이 있었거든요. 독서를 하지 않았던 사촌언니는 마음씨 좋게도 제게 책을 빌려주었고, 저는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나면 빌려온 책을 가져다주고 다른 책을 가져와 밤새 읽는 일을 반복하게 되었죠. 그렇게 사촌언니가 가진 문학전집을 중학생이었던 제가 모두 읽게 되었어요.


어찌 보면 집에 책이라고는 불쏘시개로 쓰려고 해도 없었기에 더욱 갈증을 느꼈을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결핍을 느낄 때 그 대상을 향한 욕망이 더 힘이 세지는 법이잖아요.


이후 여고에 진학하고부터는 아버지께서 조금씩 용돈을 주셨어요. 다른 곳에 돈을 일절 쓸 줄 몰랐던 저는, 하교길에 읍내 책방에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들렀다 오는 게 일과처럼 되었어요. 주머니에서 용돈을 꺼내 책을 한 권씩 사기도 했고 구경하다 오는 일도 많았구요. 책방주인은 제가 책을 만지거나, 선 채로 몇 페이지씩 읽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구요.


강물같은 시간이 흘러 중년의 나이에 도달해 서점인으로 살고 있는 현재, 저는 책을 원없이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입고된 책을 진열하고 반품할 책을 정리하는 일을 하다 시선을 돌리면, 눈길이 닿는 어느 곳에서나 책이 있거든요. 책이 있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숨막힐 정도로 아름답잖아요!


다시 돌아온 고향에는 이제 서점이 없습니다. 학생들 문제집만 취급하던 서점도 얼마전 문을 닫았어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우리는 책 외에도 여흥거리가 넘쳐나는 시절을 살고 있고, 독서인이라 할지라도 온라인서점을 편안해하는 추세구요.


너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도 책방에 들르고 서점인들이 진열해놓은 책들을 보는 일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좋거든요. 서점인이 선택한 특별한 책을 어느 책방에서 운좋게 만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또 하나의 세계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거든요.

요즘 어느 도시에나 공공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어요. 하지만 서점의 역할은 따로 있다고 봅니다. 빌려봐도 좋은 책이 있고 사서 읽어야 하는 책이 또 있구요. 책방 하나 없는 도시는, 글쎄요... 저는 상상하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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