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하루
출근버스 기다려요. 어느새 6월 첫주 금요일입니다.^^ 이제 거주지인 K시의 시골동네에서 서점이 있는 도시로 건너갈거예요. 출근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요. 버스 안에서는 라디오를 청취하거나 음악을 즐깁니다. 출퇴근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좋아하는 음악에 빠져있다보면 버스를 내려야 할 때가 되는 건 금방이더군요.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요즘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녹음이 짙어가고 있고 회려했던 봄은 어느새 여름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네요. 요즘 한낮에는 꽤 기온이 올라 덥기도 하더군요. 도로변에 물감을 뿌린 듯 점점이 피어있는 노란 금계국이 선명하고, 아프도록 아름답게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근무하는 서점은 독립책방이 아니라 1960년대에 오픈한 오래된 책방입니다. 단행본 뿐 아니라 만화책, 잡지종류, 문제집까지 구비하고 있는, 옛날 서점이예요.
문앞에 도착하면 대개는 책을 배송하시는 기사님들이 짐을 부려놓고 가버리신 상태예요. (비오는 날은 예외죠. 책이 젖을테니 말예요.) 직거래하는 출판사에서 바로 들어오는 책도 있지만 책도매상을 통해 입고되는 도서도 있습니다.
서점문을 열고 들어가 컴퓨터에 전원을 넣고 심호흡을 하면 깊숙히 들어오는 책냄새. 비로소 출근했구나! 하고 느낍니다.
인수증과 짐을 하나씩 대조하며 미착이나 과착이 없는지 체크하며 분류합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직원이 출근하죠. 묶여 있는 책들을 하나씩 풀고 전산에 입고처리를 해야 판매 가능한 상태가 되지요. 입고를 끝내면 진열. 이런 일들을 하는 도중에 방문하시는 고객들 응대도 기본이구요.
서점에서 공공도서관의 희망도서도 주문받아 처리한다는 사실, 알고 계시지요?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납품주문도 들어오구요. 그래서 일이 많을 때는 무척 바쁘기도 하고 한가한 날도 있습니다.
하루를 마감할 무렵이면 신간이나 그날 판매된 책들을 살펴보며 주문을 넣습니다. 그리고 포스 정산을 끝내고 서점문을 닫으면 서점인의 일과는 끝납니다.
서점인의 하루는 이런 루틴으로 흘러갑니다. 서점의 규모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 범위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각자 하는 역할이 다르겠지만, 대개는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더군요. 서울에서 20년 동안 하던 일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 하는 일도 역동적이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어느 매장이나 평소보다 한산하고, 맑고 연휴가 길 때는 모두 여행을 떠나느라 다른 자영업도 힘겹겠지만 서점은 더욱 그렇습니다. 요즘은 어린이날이어도 아이들 손잡고 책방 나들이 오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게 세태구요. 제가 젊고 어렸을 때는 약속장소를 서점으로 정해 먼저 도착한 사람이 책을 보며 기다리는 풍경이었는데 요즘 그런 모습도 보기 힘들구요.
저희 서점을 학생시절에 방문하시던 고객분들이 중년에 이르러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찾으시며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요즘의 출판은 전자책 뿐 아니라 오디오북까지 출시되고 책 외에 오락거리들이 워낙 많아 종이책의 존재감이 위태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종이가 가진 특별한 물성이 좋고 책을 손으로 넘길 때의 독특한 감각이 좋거든요. 가끔은 생각합니다. 종이책의 미래가 의문인 늦은 시기에 자신이 서점인이 되었다고 말예요. 하지만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들이 가지는 아름다움이 있고, 저물어가는 종이책의 운명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저는 행복한 서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