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슨 책 읽으세요?
종종 서점에 방문하시는 손님들이 저에게, 요즘은 무슨 책 읽으세요? 라고 질문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그때마다 읽고 있는 책에 대해 한차례 소개하는 시간을 갖죠. 서점인으로 살면서 가장 재미나는 일이 책을 추천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저 질문을 하시는 의도가 서점인에 관한 궁금증인 경우도 있고, 책정보를 얻고 싶으신 경우도 당연히 있구요. 어쨌든 책 이야기할 때 가장 신이나는 저는, 손님과의 대화로 시간가는 것을 잊곤 한답니다.
그런데요. 요즘 저는 답변이 좀 궁색해진 상황입니다. 같은 책을 계속 보고 있거든요. 바로 성경책이예요. 세상의 지식을 쌓는 일이 우선이었으니 성경책 읽는 건 늘 순서가 뒤로 갈 수 밖에 없더군요. 창세기 읽다가 놓아두고, 요한복음 펼쳐 몇 페이지 보다가 또 잊고. 이런 식이었죠.
그런데 이제 저도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도달했어요. 백세시대에 살고 있지만 오십을 넘기게 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거든요. 살아온 세월만큼 남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육체의 노화 증세를 느끼기 시작하면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얼마나 허락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력이 나빠진 것은 벌써 오래전이고 한 권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독파할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이 되는 것도 아니니, 지금 정도의 건강도 언제까지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문득, 생전의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라요. 저희 아버지는 이십대에 그리스도인이 되셨고 그후 평생을 교회에 출석하셨어요. 아마 교회 예배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으셨을거라 짐작이 됩니다.
그러셨던 아버지께서 연세가 드시고 노화를 감지하시자 작심하고 성경을 읽으시더군요. 교인으로 살아오셨지만 예배드릴 때 펼쳐보는 것 외에 따로 성경책을 통독한 적이 없었다는 말씀을 하시며, 생을 마치기 전에 삼독을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어요. 제 기억에 세 번을 통독하시고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소천하셨어요.
저는 많은 책을 읽은 편은 아니예요. 얕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보기는 했죠. 제가 읽은 책 속에는 저마다 하나씩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어요. 그 이야기들은 먼 곳에서 마침내 닿은 편지처럼 다정하고도 애잔한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그것들은 적절한 시기에, 자신도 어찌해볼 수 없는 결핍이나 상처를 보듬어주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것이 전부였죠. 인생에 대한 지혜를 열어주거나 근본적인 치유를 해주거나 하지는 못하더군요.
세상책의 한계를 절감한 그 때에 어린 시절 교회에서 들었던 하나의 이야기가 기억의 수면으로 떠올랐어요. 사랑만이 진리라는 것과 그 깊고 큰 사랑 안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말이예요. 세상에는, 사람에게는, 온갖 선하고 악한 속성들이 다 내재되어 있잖아요. 세상을 살다보면 악한 세력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구요. 그런데요... 결국, 사랑만이 승리하는 것 같아요.^^ 사랑만! 남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