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길은 바다로 흘러들고
너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구나! 컴퓨터 책상 앞에 등을 보이고 앉은 딸을 향해 아버지께서 탄식처럼 뱉으신 말씀입니다. 거의 대화가 없었던 부녀지간이었지만, 그 날의 아버지의 독백과도 같았던 말씀은 지금도 등뒤에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너는 돌아올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너는 내 것이라' 하셨기 때문에, 내 자식들 중 너만은 교회로 돌아올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아버지와 관련된 두번째 기억입니다. 햇살이 환했던 하지 무렵 고향집 마루에 앉아 나누었던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살았기에 때때로 밀려드는 슬픔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친구를 사귈 줄도 모르고, 자아가 지나치게 강해 누구 앞에서도 자신을 내려놓을 수도, 보여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필요할까요? 교회 전도사님께서 툭 던지듯 하신 말씀입니다. 모든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답을 찾아야겠죠. 전도사님이 제게 또 던지시더군요. 오후의 책방에서 서가에 꽂힌 책등에 시선을 두고서 말예요. 고운 먼지가 내려앉는 소리마저 들릴 듯 서점은 고요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단순히 상처나 결핍에 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상처가 없었다면 위로를 알까요? 고통받지 않았다면 회복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무너진 삶의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인생에 불과할 뿐이라면 복음이 왜 있을까요!
제가 근본없이 읽은 책들은 결국은 하나의 물길로 모여 크고 깊은 진리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체험한 독서의 힘이었어요.
작년 가을 저는 교회로 돌아왔고 요즘은 주로 성경책을 봅니다. 시간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우리와는 멀게 느껴지는 책(Bible)이지만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을 갈급한 한 영혼이 오늘도 찾습니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기 위해서요.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에베소서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