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by 크리스티나

출판강국인 일본에서마저 서점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고서점마저도 존폐 위기에 처한 현실이 마음이 애잔하면서도 급변하는 세상을 실감케 합니다.


제가 일하는 서점에는 42년 근무하신 부장님이 계셔요. 지나가는 말로 옛날 이야기 때때로 하시거든요. 지방 소도시인 이곳에 예전에는 대로변에 한집 건너 크고작은 서점들이 들어서 있었고, 도매를 겸하고 있었던 저희 서점에 드나들던 출판사 영업사원들, 그리고 그 많던 서점들이 그 시절에는 다 밥 먹고 살았다는 이야기들.


한강 작가님이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서점 오픈 시간 전에 몇 사람이 문앞에 줄을 서 있었나봐요. 한강 작가님 책 구매하려구요. 그 광경을 보신 부장님이 저렇게 서점 앞에 줄을 서있는 고객의 모습을 본 게 얼마만인지!라고 회한에 젖어 말씀하시더군요.


해아래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것이 진실이고, 사라지고 또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겠지만,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종이책과 사라져가는 서점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아릿해오는 마음을 어쩔 도리가 없군요.


2023년 9월에 제가 이 서점에 입사했습니다. 주변에서 조금 걱정하는 눈치였어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서점에 취직을 했으니 저를 아끼는 분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내심 담담해요. 로마 제국은 안 무너졌나! 나라 망할까봐 걱정돼서 어찌 사나?하는 배짱으로 매일 출근해요. 손님 하나 없는 시간에는 흐트러진 책을 정리하고 있노라면 먼지 내려앉는 소리도 들릴 것처럼 책방이 고요하거든요. 어쩌다 방문하시는 고객분들이 서점에 사람이 이렇게 없어 어쩌냐고 오히려 걱정해주고 가셔요.


이제 출판시장이 전자책 뿐 아니라 오디오북까지 출간되고 있어요. 미래에 종이책은 어쩌면 박물관에나 전시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아름다운 것들을 지킬 수 있을까요? 지켜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 저도 알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일하는 서점도 폐업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지는 태양이 아름다운 저녁놀로 한번 불타오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듯,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시절이 약속되어 있겠기에, 저는 오늘도 서점에 출근합니다. 어쩌면 마지막 시간을 향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종이책과 함께 하기 위해서요.


어두워져가는 하늘 아래 등불 하나 밝히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사라질 모든 아름다움을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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