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그림그리기

by 크리스티나

일일초라는 화초가 있습니다. 이맘때쯤 시작해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저는 2014년 무렵 어린이대공원 근처 동네 골목길을 거닐다 분홍, 빨강, 하얀색 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화분을 보았고, 그 꽃 이름이 일일초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보기에 따라서는 평범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꽃을 볼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식물이죠. 매일 우리 곁에 찾아오는 행복처럼, 소박하고 평범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진귀한 것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 것이 꽤 오래 되었어요. 언젠가부터 늘 다니는 길에 서있는 가로수에 새잎이 돋아났는지 궁금해졌고, 길섶에 핀 풀꽃이 간밤에 지나간 비바람에도 지지 않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어요.


풀꽃을, 꽃진 자리에 맺힌 작은 열매를, 가만히 가만히 들여다보고만 있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 무렵부터 여행을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딛고 서 있는 일상이 새롭고 신기하다는 기분이 드니 굳이 멀리 가고 싶어지지 않더군요.


그림은 처음 만났던 그때의 일일초를 수채화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간 가는 것을 잊고 화분 속에 핀 꽃들을 오래 들여다보고 또 보았네요.


아름다운 것들과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오래 남을지는 모르지만, 사람은 선함이 아니라 아름다움 때문에 사는 것 같아요. 지옥같은 삶 속에서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아름다움이, 우리를 또 희망하게 만드는 것 같거든요.


그림그리기를 그만둔지 꽤 되었어요. 오늘 스케치를 해보려하니 문득 두려운 마음이 올라오더군요. 그 두려움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 일일초를 그렸던 그 시절에는 분명 기교는 서툴렀지만 두렵지는 않았거든요. 무엇이... 두려울까요? 때때로 찾아오는 두려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 계속 할 수 있는 꾸준함은 또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우리 안에 일어나고 스러지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에도 꺽이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하겠다는 단단한 영혼들에게 깨끗한 존경을 보내고 싶어요. 어쩔 수 없는 패배감이 찾아오는 시간에도 앞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우리는 삶 앞에서, 사랑 앞에서, 관계 속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에도..,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이상을 향한 몸부림을 멈출 수 없는 우리는, 아름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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