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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사유 Mar 28. 2022

변화와 의미

존재 의의에 관한 5가지 테제

 사유(思惟) 매거진은 저자 커피사유가 일상 속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느낌과 생각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에세이를 자체 선별하여 연재하는 공간입니다.

 더 많은 생각들을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세요.


일러두기


 이 글은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이 사람을 보라〉로부터 받은 영감을 총 5개의 테제로 승화시켜 기술한 것임을 서두에 밝힙니다.




#1.


 사물의 존재 의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언제 어떤 사물이나 대상이 의미 있다고 표현하는가? 의미 있음이란 무엇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드시 사물들이 실존하는 현실에서 발견되어야만 한다. 현실과 합치되지 않는 상상이 도처에 가득한 관념론적 철학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올바른 대답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진실은 실존하는 세계에 있지 실존하지 않는 상상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2.


 사물이 의미 있다고 표현되는 때는 해당 사물이 그 사물을 평가하는 자에게 있어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거나 변화를 일으킬 때이다. 연필, 공책과 같은 사용을 요구하는 사물들은 그들의 사용자들이 바로 평가자들이며, 그 평가자들을 욕구나 필요가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이 실현된 상태로 변화시키므로 '사용 가치', 즉 의미를 가진다. 도서와 예술과 같이 당장에 욕구나 필요를 실현시켜주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들은 그들의 평가자들인 사용자들이 새로운 영역이나 사상에 눈을 뜨게 해 주거나, 세계에 존재하는 특정 영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평가자들의 정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하기 때문에, 혹은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가진다.


 반면 사물이 의미 없다고 표현되는 때는 해당 사물이 그 사물의 평가자에게 어떠한 변화도 가져다주지 못하거나 그러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되는 때이다. 문학 작품을 비평하면서 어떤 삼류 작품이 의미가 없다고 표현하는 때는 그 작품이 독자로 하여금 새롭거나 신선한 것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한다고 판단될 때, 즉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끔 독자를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판명되었을 때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어떤 행위나 운동이 의미 없다고 평가하는 때는 그 행위나 운동으로 인해 그 어떠한 사회 · 인간 의식의 변화도 초래되지 않은 때이다.




#3.


 사물의 의미 있음과 의미 없음이 그 사물이 가지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 또는 그 사물이 일으키는 변화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우리의 관찰 결과라면, 즉 ― 현실에 대한 관찰이 변화야말로 사물의 의미를 규정하는 근본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면 ― 사물이란 '일정한 형태를 갖춘 모든 물질적 존재 · 대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한 인간, 즉 개인의 의미, 개인의 실존 의의는 그 개인이 의미를 평가하는 자에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지 또는 그 개인이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어야 한다. 그런데 개인의 실존 의의의 평가에 관심을 가지는 거의 유일한 이란 다름 아닌 개인 자기 자신이다. 따라서 한 사람에 대한 실존 의의의 존재 여부는 이제 그 사람이 스스로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없는지, 또는 그 자신이 스스로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4.


 변화란 과거의 존재와 현재의 존재가 같지 않다는 개념의 함축이기 때문에, 만약 개인의 실존 의의 ― 모든 사람의 실존은 '살아있음'으로도 표현되고 '살아있음'은 흔히 '삶'으로도 지칭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는 개인의 삶의 의미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의의 ― 가 스스로가 자신에 대하여 내리는 변화의 능력 또는 변화 행위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에 달려 있다면, 한 개인의 삶이 의미를 가진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경우란 그 개인이 어제의 자기 자신과 오늘의 자기 자신이 같지 않음을 느끼거나 인지하는 때라고 결론지어야 한다.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개인, 즉 어제와 동일하다고 스스로를 규정짓는 개인은 스스로의 실존 의의가 없다고 볼 것이며, 오직 어제의 자신에 비해 오늘의 자신은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변화하는 개인만이 스스로의 실존 의의가 존재함을 명확히 인지할 것이다.




#5.


 지금까지의 개인은 스스로의 실존 의의를 결과로부터 찾으려고 했다. 개인은 자신의 일생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게 될 것, 그리고 자신의 생애 마지막에 기다리는 것. 그러한 가장 나중에 오는 것으로써 스스로의 실존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존하는 사물에 대한 의미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으며, 그 과정의 정체란 변화에 대한 인지에 다름 아니다. 의미를 창출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의미는 변화하는 자신 그 자체에서, 지금 있는 것에서 산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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