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마다 찾아오는 '월요병'
막혔던 둑이 무너지는 건 큰 물살 때문일 수도 있지만, 둑에 생긴 작은 실금 하나, 작게 뿌리내린 잡초 하나에서시작될지도 모른다.
나의 쇼핑 트리거는 둑을 무너뜨리는 작은 실금이나 작게 뿌리내린 잡초 같이 사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강력해진다.
첫 번째 트리거는 '월요병'이다.
일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불안함과 초조함, 허무함. 즐거웠던 주말이 다 가고 현실로(9 to 6) 돌아가야 한다는데 따른 막연한 거부감. 직장생활 16년 차인데도 나는 아직도 '월요병'을 앓고 있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증세가 더 심각했는데 연차가 올라가면 월요병도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30년정도 직장생활을 하신 팀장님께 월요병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팀장님, 팀장님은 월요병 없으시죠??'
'나? 지금도 매주 일요일마다 오는데?
월요병은 퇴사를 해야지 없어질 거 같아'
그렇다. 직장생활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직장인이라면모름지기 '월요병'이 있기 마련이겠지.
그러니까 일요일 오후부터 나처럼 월요병을 앓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홈쇼핑에서는 유럽, 미국, 튀르키예 등 여행상품이 쏟아져 나오는게 아닐까?
홈쇼핑에서 나오는 미지의 장소들, 맛있는 음식들, 환하게 웃고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홀려서 결재버튼을 누를것만 같다.
결재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지루한 직장생활을 이겨낼 비책(연말에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러니 내일은 출근을 해야지!)을 하나 가질 수있지 않을까.
퇴사할 때까지 매번 반복될 일요일마다 발병하는 '월요병'이 오면 예전에는(불과 11일전)아무 생각 없이 네이버쇼핑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곤 했다. 우울한 직장생활에 마음에 드는 옷 하나는 진한 아메리카노처럼 반나절정도 행복했으니까... 다만 그게 거의 매주라는 게 문제였는데 더 큰 문제는 그 행복한시간들이 점점 짧아진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오늘은 일요일. 오후부터 또 월요병이 찾아왔다.
그동안 나의 월요병 해소 방안(관심을 쇼핑으로 돌려서 불안함을 잠시라도 잊어보기)이 사라졌다.
쇼핑금지령(옷, 신발, 액세서리)이라니..
핸드폰을 들면 쇼핑으로 유혹하는 기습공격이 쏟아질까 봐 멀찍이 핸드폰을 놓고
재미있는 책(트렁크/ 김려령)을 읽고, 반찬도 만들고, 운동으로 108배도 하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이렇게 건전하게 보내봤다.
슴슴한 평양냉면 국물을 한껏 들이켠 거 같은 일요일 저녁이 지나가고 월요일이 온다.
잘 가라, 월요병!! 다음 주 일요일 오후에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