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유럽여행, D+11
4:50 AM 알람을 듣는다.
긴장한 채 잔 터라 알람이 울리지 마자 곧장 끈다.
원래 계획에는 숙소 앞 버스정거장에서
첫 차를 타고 공항버스로 환승해서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어제저녁, 숙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버스는 변수가 있을 수 있고 너무 촉박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러면서 택시를 예약하는 것을 추천하셨다.
되도록 택시를 타지 않으려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무모한 도전이라고 느껴져
큰맘 먹고 택시를 예약했다.
"차량 서비스 예약이 접수되었습니다
오전 5:30 3월 17일 (일) GMT"
새벽 5시 30분 출발이기 때문에 최소 5분 전에
숙소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대충 세수와 양치를 하고
옷을 입는다.
어제 새로 들어온 룸메이트가 있었기에
최대한 조용히 준비한다.
처음으로 유럽 저가항공기를 타는 날이다.
유럽 저가항공은 위탁수하물
그러니까 캐리어 무게가 기준치보다 오버되면
가차 없이 추가요금지불을 요구한다는 정설이 있다.
나는 이미 런던에서 옷 두 벌과 신발 한 켤레를
버렸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아끼던 오래된 치마를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마지막으로 놓고 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
욕실 물품, 체크.
충전기, 체크.
카메라, 체크.
에어팟, 체크.
지갑과 여권, 체크.
방을 눈으로 한번 훑고는 방을 나온다.
그리고 새벽 5시 20분경 숙소 밖으로 나간다.
새벽이라 더 춥다.
스카프를 찾는다.
'어? 스카프 어디 갔지?'
<문에 붙어 있는 행거에 걸린 하얀색 스카프>
라는 제목의 장면이 뇌리에 스친다.
택시 도착 예정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어젯밤, 사장님께 숙소 열쇠를 드렸기 때문에
사장님께 연락을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문자를 남긴다.
스카프를 두고 와서 잠시 문을 열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본다.
하지만 새벽 5시 반에 문자를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스카프를 포기하기로 한다.
2분 간의 고민 끝에 나는 사장님께 문자로
그냥 간다고 전하며 그동안 잘 쉬었고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린다.
그 하얀 스카프를 놓아주긴 쉽지 않았다.
한국 나이 20살, international age 19살.
나의 마지막 10대의 생일을 뉴질랜드에서 보냈다.
어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 나를 정말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칠레에서 온
친구, M은 생일 선물로 나에게 하얀색 스카프를
선물해 주었다.
M이 선물해 준 하얀 스카프는 M을 닮았다.
멋진 패턴, 화려한 색감, 멋을 위해 감수하는
불편함은 전혀 없다.
민무늬, 깨끗한 하얀색, 포근한 감촉이
마치 M 같다.
편안하고 있는 그대로 예쁜 M과 같은 스카프다.
이국적인 작은 디테일이 있는 그 스카프는
8년 간 나의 봄, 가을, 겨울을 함께 했다.
가볍고 따뜻해서 부담 없이 들고 다니기 좋았다.
그리고 어느 색깔의 옷이든
자연스럽게 코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뉴질랜드의 추억이 깃든,
19살의 향수 어린 스카프였다.
예쁜 색감과 디자인에 혹해서
새로운 스카프와 목도리를 샀지만
결국 외출 전 챙기는 건 이 하얀 스카프였다.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되었나 보다.
마음 한편에 있는 뉴질랜드에 대한 작은 그리움이
어쩌면 이번 여행으로 바뀔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를 보내고 코트를 여미며 택시를 기다린다.
택시가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
그래도 시간을 넉넉히 잡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창밖으로 에든버러를 구경한다.
동트기 전 아직 어둑어둑한 에든버러와
드물게 보이는 부지런한 사람들.
새로운 동네를 지나 어느새 공항에 도착한다.
배낭을 챙겨 매고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내린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
택시를 타니 시간을 돈으로 산 것만 같다.
짐을 부치러 카운터로 간다.
25kg이 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하며
긴장한 기색 없이 카운터 옆 컨베이어 벨트에
짐을 올린다.
세이프-!
이제 자유롭게 공항을 둘러본다.
잡화를 파는 가게에 여러 책이 보인다.
스도쿠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책들이 있다.
어제저녁에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네이버 카페를 통해 파리 마레지구에
한국어책을 판다는 서점을 찾았다.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 것, 영어 원서로 읽는 것.
아니면 아예 책을 사지 않는 것.
고민이 되지만 아이쇼핑은 무료이니
일단 훑어본다.
대충 한국서점에서 본 외국 도서들이 있었는데
그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발견한다.
구매를 한다면 짐을 하나 늘린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이미 계산 중이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배가 고파서
'Caffe NERO'라는 카페로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는다.
야박한 얼음 양에 다소 불만스럽다.
그러다 문득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메뉴에 있는 것도 감지덕지임을 깨닫는다.
게이트 넘버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는다.
며칠 전에 마트에서 산 호두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책을 읽는다.
책을 보다 중간중간 모니터를 확인한다.
카톡이 왔다.
에든버러 숙소 사장님께서 나에게
어느 지역으로 가는지 물어보시면서
스카프를 보관했다가 나와 같은 지역으로
가는 손님이 있으면 전달해 주겠다고
문자를 하신 것이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파리로 간다고 답장한다.
사장님께서 1호점에 묵고 있는
남자 손님 한 분이 오늘 파리로 넘어간다며
한번 부탁드려 보겠다는 답장이 왔다.
나는 스카프를 못 받아도 괜찮다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
오전 6시 52분, 미라클 한 모닝 일출을 본다.
비행기를 타러 버스로 다 함께 이동한다.
무슨 날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부모들이
유난히 많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짐을 챙기느라 손이 부족하다.
분명 힘들 텐데 해맑은 아이와 있는 부모의 얼굴에
힘든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비행기에 탑승한다.
처음으로 유럽저가항공을 탄다.
신기한 점은 승무원들이 수려한 외모,
마른 몸매가 아니다.
그리고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 것 같다.
비행기가 출발하면서 승무원들이 기내 안전 수칙을
설명하러 통로에 선다.
나는 책을 읽다 잠이 든다.
내 옆으로 스낵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아침잠을 조금이나마 보충한다.
기내방송이 나온다.
Landing...
비행기가 흔들리며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착륙한다.
착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이 나오는데 탑승객들이
박수를 친다.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 도착해서 기분이 좋아
부모들과 박수를 친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행기가
무사히 도착한 것에 대한 박수였다고 한다...)
동화 같은 착각을 하며
짐을 챙겨 비행기에서 내린다.
비행기모드를 끄니 안전문자가 온다.
그전에 국가가 바뀌어서 사용하고 있는
eSIM 데이터가 어떻게 될지가
더 걱정이다.
다행히 데이터가 잘 된다.
이제 숙소까지 잘 찾아가면 된다.
낯선 곳에서의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숙소 사장님께 연락을 드린다.
사장님께서 전화로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구글맵의 추천경로와는 다른 방법이라
내가 잘 갈 수 있는지 고민스럽다.
일단, 열차를 타야 한다.
열차권을 사야 하기 위해 매표소로 향한다.
공항에 피아노가 있다.
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짐이 많고
갈 길이 머니 단념한다.
매표소에 관광객들이 선 줄에 선다.
내 차례가 왔다.
"봉쥬ㅎ"
안타깝게도 그다음부턴 영어다.
도착지를 찍은 구글맵을 역무원에게 보여주며
최종 도착역을 알려준다.
역무원은 나비고 일일 패스권을 추천해 줬고
나는 나비고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기에
그녀의 말을 따른다.
그리고 파리 지도도 받는다.
"Merci! Have a good day!"
열차를 타러 간다.
무거운 짐을 이고 끌고 긴장감을 가지며
플랫폼으로 향한다.
마침 열차 한 대가 서있다.
이걸 타는 게 맞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다.
잘 모르겠지만 열차 시간표를 보아하니
맞는 것 같아 일단 탄다.
마침 열차 안에 승객과 이야기하는 승무원이
타 있었다.
나는 승무원에게 물어보기 위해 승무원이
승객과 이야기를 끝내길 기다렸다.
근데 둘의 대화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둘의 이야기가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일 때
초조함에 다급히 승무원에게 물어본다.
사실 둘의 대화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But, my nose is 석자이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면서 승무원의 대답을 듣는다.
다행히 맞는 열차를 탔다.
곧장 열차가 출발했고 나는 구석에 서서 바깥을
구경한다.
웰컴 투 파리.
사실 난 파리를 가지 않으려 했다.
시크하고 쌀쌀맞은 파리지앵, 멜랑콜리한 날씨.
모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에펠탑에 대한 로망 또한 없었다.
파리에 대한 글을 보아도 항상 왜 이리 파리에
열광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프랑스는 여행루트에
넣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프랑스에 가기로 했고,
한국에서 유튜브를 보며 파리에서는
큰 기대 없이 여유롭게 다니기로 맘먹었다.
파리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오만함이었다는 것을
이때까지만 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내 앞에 있는 무거운 짐들을
지하철을 갈아타며 숙소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엘리베이터는 기대도 안 하고 보기
드물게 있는 에스컬레이터에 감사하며
환승한다.
노선도 많고 이곳저곳 가득한 불어들 속에
혼돈스러워한다.
나는 노선도에 있는 역 이름을 헷갈려하며
도착역과 노선도에 있는 역 이름을
그림처럼 비교한다.
같은 계단을 세 번 오르락내리락하며 헤맨다.
셀프똥개훈련에 분노가 차오른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서 숙소까지
약 15분 정도를 더 가야 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를 찾는다.
"Sortie"
보니 대충 출구인 것 같다.
계단을 오르기 전 크게 한숨을 쉬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 지상으로 나온다.
흐린 날씨에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다.
울퉁불퉁한 인도에서 캐리어를 끌자니
힘들어 죽겠다.
비가 한 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후드를 뒤집어쓴다.
한계가 임박한다.
짐이 많아 구글맵을 보지 않고 갔더니
길을 잘못 갔고
다시 구글맵을 켜서 숙소로 향했다.
구글맵에 나의 위치가 제대로 뜨지 않는다.
뭐랄까, 한 박자 늦는 느낌?
덕분에 숙소 근처를 빙빙 돈다.
알파벳 때문에 영어로 보이는 불어에 속으며
드디어 숙소 주소가 적힌
표지판을 발견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이층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지만
센서등도 없이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되는 줄은 몰랐다.
도착하면 노크하거나 카톡을 달라고 하셨기에
노크를 했다.
아무 소리도 아무 응답도 없었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건물로 들어와 올라온다.
프랑스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
"그 집에 사람 없을 거야. 내가 알기론 집주인이
며칠 동안 어디 간다고 하던데."
나는 사장님께 연락을 해보겠다고 하며
고맙다고 말한다.
사장님께 전화를 한다.
연결이 되었다.
사장님은 나에게 카톡으로 보낸 주소가 아닌
다른 곳이 숙소라고 말한다.
내가 머물 숙소가 아닌 다른 숙소로
주소를 잘못 보낸 것이다.
사장님께서 벌써 이층에 올라왔느냐고
하면서 짐 무거울 텐데 괜찮았냐고 한다.
괜찮을 리가.
사장님은 다시 주소를 보내주겠다고 하셨고
나는 길을 잘 못 찾아서 숙소 앞에
나와달라고 부탁드린다.
사장님은 지금 다른 곳에 있어서
못 간다고 하신다.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이미 참을 인 세 번을 넘은 지 오래되었지만
되지 않는 이너피스를 해본다.
나는 알겠다고 하며 보내준 주소로 향한다.
멀지 않은 곳에 숙소가 있다고 하셨기에
마음을 차분히 하고 숙소를 찾는다.
또 헤매다가 숙소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또다시 계단을 오른다.
2층 숙소 앞에 도착했는데 문자로
보내주신다는 비밀번호가 아직 안 왔다.
다시 사장님께 전화를 건다.
전화가 연결되었는데 이번엔 통신이 끊긴다.
설마 건물 안이라 통신이 끊기는 건가?
답답함에 전화 통화를 하며 1층으로 내려간다.
1층으로 내려가니 통화가 끊기지 않고 잘 된다.
그리고 문자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통신이 연결되니 그제야 문자가 온 것이다.
도착한 문자를 확인하고 숙소 문을 연다.
키를 찾아 방으로 들어간다.
4인실 이층 침대 두 개,
이미 세 개의 캐리어가
바닥에 놓여있다.
그리고 침대 이층 당첨.
이층침대에서 잘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일단 짐을 대충 풀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오후 3시에 한인교회에서 예배가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지 못한 채 버스를 탄다.
버스에 앉아 있는데 운전자석 뒷자리가 나와
마주 보고 있다.
친구로 아저씨 두 분이 나란히 앉아있다.
아저씨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다가
진한 귓속말을 보곤 나의 동공이 당황한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린다.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한 지 몇 시간도 안되었는데
벌써 파리를 헤집고 다닌다.
교회 가는 길에 음료 한 병만 사가기로 한다.
동네 슈퍼마켓에 들어간다.
“봉쥬ㅎ”
탄산음료가 눈앞에 보인다.
나는 환타 한 병을 고른다.
사장아저씨가 여러 손짓을 하며
프랑스 말을 하신다.
냉장고에 있는 게 더 시원하다는 것 같다.
나는 이해했다는 제스처와 쌍따봉을 날린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계산을 한다.
그리고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인사를 전한다.
해외가 좋은 건 이렇게 다정한 인사를
낯간지럽지 않게 원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후 3시 15분, 늦었지만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가 일반 건물이라 긴가민가하며 벨을 누른다.
아무런 기척도 없다.
노크도 해본다.
역시나 기척이 없다.
구글에 나온 교회 전화번호로
전화도 문자도 여러 번 해보지만
역시나 묵묵부답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꽤나 애처롭게 보일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 혼자 생각한다.
‘불가항력이다. 최선을 다했다.’
일단 배가 너무 고프니 레스토랑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카페나 빵집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본다.
블록블록을 훑어본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닫혀있다.
그나마 연 곳들을 딱 봐도 맛없어 보이는,
사람도 드문 곳들 뿐이었다.
소중한 한 끼를 “아무 음식”으로
때울 순 없다.
좀 더 발품을 팔아본다.
낯선 파리를 헤집고 다닌다.
애초에 새로운 나라에서
편안한 식사 장소를 찾는다는 건 욕심이었다.
일단 숙소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한다.
숙소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린다.
분명 올 때가 되었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내가 타려는 버스가 반대편 정류장을 지나간다.
이쪽이 아니구나ㅠㅠㅠㅠㅠㅠ
누가 쳐다보지도 않지만 멋쩍어하며 길을 건넌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숙소 앞 라멘집, 중식집, 초밥집 등
아시안 음식을 파는 곳을 이미 봐두었다.
숙소에서 내려 먹고 싶은 초밥집으로 간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중식집에서
매콤한 마라 향기에 이끌려 초밥은 잊힌다.
작은 중식당에 자리를 잡는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웨이터가 메뉴판을 준다.
나는 추천을 부탁했고 마라누들을 시킨다.
아주 배를 불리고 식당을 나서 마레 지구로 향한다.
마레 지구에 유명하다는 브랜드가 많다.
스투시, 슈프림은 새 제품이 입고 되는 날에는
오픈런을 해 줄이 길다고 들었다.
스투시도 슈프림도 큰 관심이 없지만
슈프림 매장을 구경한다.
생각보다 작은 매장에 한 번 놀라고,
경호원이 있음에 두 번 놀라고,
적은 수의 품에 세 번 놀란다.
대충 옷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정처 없이 떠돈다.
뭘 알아야 설레지.
마레지구를 나와 퐁피두 센터를 지나
골목골목을 돌아다닌다.
숙소에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그리고 또다시 나갈 채비를 한다.
에든버러 숙소 사장님께서 오늘 파리로 떠나는
손님에게 나의 스카프를 전달해 주셨다.
사장님은 나와 손님을 톡방에 초대시켜 주셨고
나는 손님과 7시 15분쯤 손님이 묵을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손님이 계신 호텔로 향한다.
호텔 앞에서 손님에게 연락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스카프를 되찾았다.
이익을 따지지 않고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스카프를 찾아주신 에든버러 숙소 사장님과 손님께
진심으로 감사다.
아직 살만한 세상인가 보다!
에펠타워로 향한다.
.
.
.
밤 10시, 딱 5분 동안만 볼 수 있는
스파클 에펠탑을 바라본다.
낮은 건물들 사이 홀로 우뚝 솟은 에펠탑.
파리에서 “혼자만 튀는” 에펠탑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에펠탑이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니
에펠탑의 명성이 납득된다.
오늘의 모든 힘듦을 잊게 해 준 에펠타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