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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Jun 07. 2024

차 마시는 물에 잠시 집착해본 후기

물의 tds가 낮을 수록 차를 우리면 맛있을까?

시작은 아마 작년 10월의 정산당에서 주최한 다회였을 것이다. 분명 아는 차를 마시는데 다른 차를 마셨다고 느낀 사람들이 참가자 중 몇 명인가 있었다. 차는 같은데 무엇이 달랐을까요. 현지에서 온 전문 다예사가 우리는 것도 있었지만, 정산소종과!! 무이암차가 태어난 그곳!!! 중국 무이산에서 나왔다는 차 전용 물을 가져와서 우린 것이다. 박람회에 참가해서 한국 생수로 우려보니 우리가 아는 그 맛이 아니더라라는 말과 함께.

당시의 다회 후기는 여기에 기록해 놓은 바 있다.

https://brunch.co.kr/@5ducks/124

농부산천의 차용 무이산천수. 나는 이걸 무이산 워터라고 부르고 있다.

10월과 올해 4월의 다회 모두에서, 끝나고 이 물만 따로 마셔봤다. 물이 정말 다른 맛이었다. 약간 진득하게 단 맛이 있어서 목넘김이 좋았다. 분명 한국에서도 이런 물을 팔았으면 식수로 막 퍼먹었을 것이다.


이 물을 사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가격은 비싸지 않은데(16리터에 50위안이니 만 원 좀 안된다) 물 16리터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국제배송하는 가격이 문제였다. 해운으로 배송대행업체를 거쳐온다고 해도 17kg이 집에 오는 가격까지 합하면 4만원 정도는 들어야 했다. 이걸 컨트롤한다고 신경써야 하는 건 덤이다.

정산당에서도 차회나 아주 비싼 금준미… 시음을 위해서만 조금씩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정산당 해외 부서를 통해서 사는 것도 무리이자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TDS(total dissolved solids)란 물에 녹아 있는 모든 고형물의 합이다. 우리가 음용하는 물에는 여러가지 영양소와 미네랄 등이 섞여 있다. TDS는 오염된 물에 있는 이물질이든 영양소든 똑같이 고형물로 쳐서 리터당 몇ppm이 있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다. 일반인도 샤오미에서 나온 측정기로 저렴하고 간단하게 측정해볼 수 있어 애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수입했다는 이즈브레 생수의 무기물질 함량표. 이 또한 모두 tds에 포함된다.

또한, 이미 내가 끓인 차는 왜 맛이 없을까-라는 여러 차례의 고민 및 상담을 통해 수돗물이나 정수기보다 tds가 좀 낮은 물, 즉 경도가 좀 더 낮은 물을 찾아서 백산수나 삼다수로 차를 끓여먹고 있던 터였다.(브런치에도 글을 좀 써놨는데 찾지를 못하고 있다) 생수와 정수기가 생긴 이래 한국의 물 시장은 미네랄의 맛과 건강적 효능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어 TDS가 아예 낮은 물을 찾기는 의외로 어려웠다. 하지만 뭐 차만 미네랄이 좀 안 들어간 물 먹는다고… 별 일이야 있을까 싶다.


그래서 삼다수나 백산수와 비교해서 무이산 워터로 끓인 차에 유의미하게 향과 맛의 차이가 있고, tds가 더 낮은 생수가 있다면 물을 굳이 피곤하게 직구를 하지 않아도 더 좋은 차맛에 도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그래서 이즈브레라는 노르웨이 빙하수를 찾게 되었다. 너무 비싸서 울면서 샀다….

수돗물, 정수기, 백산수, 삼다수, 이즈브레 순서로 tds를 측정해보았다

TDS를 측정해본 결과(ppm)

수돗물 - 서울 : 83

정수기 : 78

백산수 : 50

삼다수 : 39

이즈브레 : 5


물에 따라서 차 맛과 향에 차이가 있을까?

그래서 정말 물의 성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을까? 커피와 김치를 사랑해서 특히 가향도 없는 중국차는 별로라는 반려인에게 이즈브레 생수를 먹여보았다. 나는 차회 얘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건만, 반응은 똑같았다.

“물이… 다네?”

이 차로 금준미를 끓여보았다.

“맛이…. 다른데?”

아무리 고급이라도, 차를 끓이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떫은 맛 및 잡미가 있다. 그런데 그 떫은 맛이 다 사라지고 그 차가 가진 가장 좋은 맛과 향만이 은은한 단맛 베이스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서호용정처럼 중국 대륙의 맑은 맛을 지향하는 녹차를 냉침해도 정말 그만인 효과가 있었다. 고소하고… 달고… 싱그럽고….


하지만 이즈브레 생수는 500ml 24병을 인터넷 최저가로 사도 3만 8천원대였기 때문에, 리터당 3200원대의 사악한 가격을 자랑했다. 그래서 아무 차나 담가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잎이 크고 줄기가 포함된 타이완 우롱 - 청향차류를 냉침했을 때는, 삼다수에 우리나 이즈브레에 우리나 거의 차이가 없었다.(이것은 개인적인 감각에 따른 나의 의견이다.)


이 소식을 나의 찻친 여러분과 공유했고 호기심 많은 찻친 여러분은 이즈브레를 사서 우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들 똑같은 슬픔을 공유했다.

맛있는데…. 너무 비싸요….


우리는 슬퍼하며 그럼 tds가 0인 중립수, 즉 화장품 생산이나 의료용으로 쓰는 증류수나 정제수 등을 사용하면 차에 드는 단가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https://naver.me/xJiVxxeX

그러니깐… 뭐 말통에 든 이런 것이다. 아무도 마시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굳이 한국인이 식수로는 음용하지는 않는 종류의 물이다. 하지만 리터당 가격이 3200원보다 싸다면야…?


그래서 이미 이즈브레를 박스로 구매한 나 이외에 구할 수 있는 몇몇 분들이 드셔보셨다는 연락이 왔다. 중국에서 나오는 차 전용 음용수나 이즈브레에 비해서는 별 맛이 없는 모양이었다. 당연하지만 물은 차를 이루는 베이스와 같아서, 수채화로 그림을 그릴 때 종이 재질에 따라 결과값의 느낌적 느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완전 진공같은 허공에 그림을 그려도 개성을 낼 수 있을까? 물론 경수처럼 물이 스며들지 않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도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겠지만. 물론 나같은 사람 입장에서 굳이 최적의 물을 찾겠다는 것은,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이 없으니 도화지라도 좋은 걸 써보자는 약간의 꼼수 같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차를 마시기 좋은 물은, 미네랄이 최대한 적게 든 파워 연수이되 중립수는 아닌 그런 것인가보다… 하는 대략적인 결론을 내렸다. 아마 양인들이 마실 서양의 차들은 서양의 경도가 높은 물을 기준으로 테스트하고 생산하고 있을 테니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당분간은 중국 녹차 여러분과 금준미 분은 비싼 이즈브레 생수에 모시도록 하고, 나머지는 그냥 하던 대로 삼다수나 백산수에 마실 것 같다는 이야기.

이즈브레에 모신 비자소는 달디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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