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식물들이 다 타버렸다
작년에는 베란다 최고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서 필로덴드론들이 다 물러죽었다는 이야기를 쓴 바 있다. 올해는 최고점이 거기까지 올라가진 않았지만, 평균온도가 작년보다 2도 정도 높다. 이는 즉, 자정이 넘어도 베란다 온도가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7월 초에 시작했던 늦은 장마에도 집중 호우에 가까운 비와 반짝 나는 해가 반복되어… 평소 장마처럼 물주기에 게으름을 부렸더니 새순들이 나다가 바짝바짝 타버렸다. 게으름을 부렸다고 해도 흙을 확인하고 늘 3-4일에 한번씩은 물을 드렸습니다만. 그것으로 나의 돌봄은 불충분했던 것이다.
심지어 한참 더위가 지속되던 7월 말. 에어컨 냉매가 전부 새버리는 고장이 나면서 식집사도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한여름이라 수리기사님은 수리를 신청하고 나서 1주일 있다가 오셨고 일주일 중 이틀은 시내의 호텔에서 강제 호캉스를 하며 보내게 되었다. 정말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남은 기한은 얼마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몬스테라는 거의 다 죽고 칼라데아들은 걸레짝처럼 타버렸다. 핑크아디안텀은 검은 아디안텀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힘으로 많아진 식물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그래서 식물 쇼핑이란 꿈도 꿀 수 없을 때 식물 권태기라는 게 오나 보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려고 꿈틀대는 식물들이 안스러워, 차마 내비두지는 못하고 있지만, 식물 갯수를 확실히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요즘에 들어서는 좀 하고 있는 중이다.(플랜트샤워라는 디지털 도구의 힘까지 빌려도… 확실히 100개 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내가 안 되는 듯 하여)
죽어버린 식물도 사람이 죽을까 천천히 치워야 하는 계절. 여러분의 식물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