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를 보러 중국에 가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
2021년 말부터 만 3년을 바라보는 푸바오 덕후, 푸덕이로 살아왔다. 용인 에버랜드와 달리 중국에 가는 건 큰맘을 먹어야 했다. 아직까지 중국은 일본이나 베트남, 태국처럼 한국인이 쉽게 자유여행을 가기엔 좀 어려운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여행을 가기 위해 했던 준비과정부터 써보려고 한다.
비자가 중국여행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사실 나는 해외여행에 비자라는 것을 발급받아본 적이… 없는걸? 하지만 중국에 입국하려면 중국 대사관에 “저는 중국에 돈이나 뿌리고 출국할 무해한 푸덕이예요 뿌우”를 입증해야 한다. 직접 신청하든, 대행을 통하든 항공편, 입출국일시, 중국에서 머물 숙소까지 다 확정된 상태로 정보를 줘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아무튼 이 절차는 급행료 없이는 10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그 이전에 항공편과 숙소가 확정되어야 한다. 생각 외로 이게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다.
비용 : 인당 왕복 40만원 이상
인천 출발 - 텐푸공항 도착 : 오후 8시 - 오후 11시(현지시각)
텐푸공항 출발 - 인천 도착 : 오전 12시 30분(현지시각) - 오전 5시 30분
장점 : 국적기라는 데서 주는 안정감 및 상대적으로 편한 좌석 및 서비스
단점 : 출도착 당일에 출근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현지에서 쓸 시간을 줄이는 다소 불리한 스케쥴
사실 그 외에는 쓰촨항공, 동방항공 등의 중국 항공사 뿐이다. 심지어 쓰촨항공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취급도 안 한다. 그래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스케쥴도 유리하지만 첫 중국행인만큼 동행한 반려인이 안전을 우려하여 국적기를 선택했다. 국적기가 자리도 쾌적하고 기내식도 맛있긴 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몇시간을 비행하든 저가항공 아니면 외항사만 타왔던 것이다.
중국의 모든 숙소가 외국인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주류취급업소처럼 외국인 취급 허가(???)를 받은 숙소에서만 외국인 투숙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흔히 접할 수 있는 호텔 앱(아고다, 호텔스닷컴 등…)에서 예약되는 호텔들은 전부 가능해서 나같은 여행초보가 걱정할 일까지는 아니라고 한다. 다만 Trip.com이 중국계 앱인 만큼 예약 가능한 숙소의 범위가 넓었다.
나는 3박을 전부 다른 숙소에 묵기로 결정했는데, 현지 시각으로 밤 11시에 도착하는 일정이라 첫날은 텐푸공항 안에 있는 joyhub cheer hotel, 둘째날은 강철원 주키퍼님이 푸바오를 데려다줄 때 묵었던 것으로 유명한 목월청람 호스텔로 예약했다.
셋째날은 나의 덕질때문에 고생한 반려인을 위해 사천성의 성도인 울트라-메가-시티! 청두의 고급 호텔인 니콜로 호텔로 결정했다.(한국어로 된 정보는 없었지만 거의 안 걸어도 되는 위치에 있었고, 방이 넓었다.) 어차피 3박 5일 일정이고 이틀간 푸전초밥을 도느라 지쳤을 반려인이 호텔에 콕 박혀있으라는 의도였다. 이 결정은 뜻밖의 나비효과를 불러오는데….
Trip.com으로 예약했기에 다른 여행과 숙박 예약 절차나 방법은 동일했다. 사실 이 지역은 대부분 초성수기가 아닌 이상에는 한국돈 10만원 근처로 4성급 이상 호텔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중국에는 흡연 룸이 많고 냄새가 엄청나다는 풍문이 있으므로 반드시 금연 룸을 선택하거나 요청해야 한다. 실제로 트립닷컴에서도 “금연/흡연 미확정” 이거나 “흡연 가능”인 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중국은 워낙 땅덩이가 넓어서인지 공간 감각이 다른 나라랑 달라서 구획이 널찍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엄청 많이 걸어야 한다. 서울 호텔이나 펜션들보다 가격 대비 시설과 서비스가 좋고 중국에 가면 숙소에서 도움받아야 하는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기 때문에 돈이 좀 들더라도 상위 티어의 숙소를 예약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서울이나 국내여행지 펜션/호텔보다 싸다.
이렇게 일정을 서둘러 확정하고 비자 신청을 했다. 비자 신청하는 방법은 대사관에 방문해서 직접 서류써서 신청하는 방법과 여행사 대행을 하는 방법이 있다. 대행을 해도 서류 만드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보니 대행을 택했고 급행 없이 일반으로 11만 2천원이 들었다. 신기한 점은, 돈을 더 내면 조금 빨리 내주기도 한다.
푸바오 아니면 중국에 갈일이나 있었겠나 싶은 초행 푸덕이가 내야 할 비자는 관광 단수 30일이다. 유효기간 3개월 안에 관광 목적으로 1회 입국을 허가해준다는 것이다. 체류기간은 30일 이내여야 한다. 초행 자유여행자의 선택지는 이것 뿐이다. 기간이 긴 복수 비자는 중국 비자 발급 이력과 출입국 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뭐 이런것까지 물어보나? 싶은 구구절절한 개인정보를 다 적어서 온라인 폼으로 제출하고 여행사에 여권을 보내면 여행사 쪽에서 실제 대사관에 보낼 서류작성을 해서 통과시킨 뒤 여권에 사증을 붙여서 등기로 다시 날아온다. 한국인적으로 처음 겪는 절차에 놀라다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행자는 좀 더 미래불체자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받는다는 얘기를 접하고는 불평을 급히 멈추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시대를 풍미했던 요우커 여러분들은 한국에 어떻게 왔을까?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단체관광에 한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특별 절차가 있다고 한다. 대신 비자 발급 번호순대로 줄을 서야 해서 패키지 단체여행을 간 사람들은 미리 줄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티슈
휴대용 티슈
휴대용 비누 (종이 타입으로 된 것)
샤워기 필터
귀마개
대기용 접이식 의자 (푸바오 보느라고 대기줄을 길게 서야 해서)
돗자리 (나 줄서는 동안 반려인 앉아있으라고)
한국 과자 (중국 임오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비상약 (종합감기약은 중국에 반입 안됨)
담요 (고산지대라 추울 수 있음)
비옷 (비가 곧잘 온다고 함)
알리페이, 위챗페이, 고덕지도 등의 중국 로컬 앱
통신사 로밍 신청
VPN
이런 자질구레들도 준비를 많이 했다. 어, 그런데 말입니다.
9월 16일이었다. 안녕, 할부지를 2회차 관람하고 눈이 퉁퉁 부어 나오는 길에 푸바오가 있는 워룽선슈핑기지 현지에 비가 많이 왔고, 그것이 산사태로 이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거기가 한국으로 따지면 강원도 봉평골 뭐 이런 덴데, 계곡에 산이 무너져서 도로도 무너지고 한동안 오도가도 못하고 전기도 끊어지고 통신도 오락가락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기지에 있는 판다 친구들이 무사하다는 걸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의 엄청난 자연재해였다.(9월 27일에야 복구가 완료되어 다시 개장하였다.) 나의 일정은 9월 18일 출국, 9월 22일 귀국하는 3박 5일 일정이었고, 자연재해 시점은 한국에서도 연휴중이었던 데다, 비행기가 못뜨는 게 아니기 때문에 취소 가능한 일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시작되었다. 푸바오 없는 푸바오 여행.
내가 아는 중국어는 니하오(안녕하세요), 워아이니(알라뷰), 워쓰한궈런(나는 한국인입니다)처럼 사람들이 다 아는 것 외에는 따슝마오(판다), 핑궈(푸바오가 좋아하는 사과) 뿐인데 어떡하지…?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여행자 필수 중국어가 있다. ”팅부동“이다. ”중국어 못 알아들어요“ 라는 뜻이다. 모든 일을 사람간의 대화로 해결하고 말도 많이 거는 이 나라 사람들은 중국말도 못하는 가련한 외국인이 관광을 온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엄청난 정보량을 말로 쏟아내면 ”팅부동“으로 시작해서 손짓발짓 및 번역기 출력을 해야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얼음을 뜻하는 ”삥“이 필요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음료를 차게 먹지 않아서 한국인은 얼음을 별도로 시켜 넣어 먹지 않으면 속이 매우 답답하고 불편할 수 있다.
언럭키비키지만, 어쩔 수 없다. 태풍이 오고, 산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 무서웠던 푸바오보다 힘들까? 나는 어차피 놀러가는 것일 뿐이다. 여행 경로는 바꾸면 되고, 내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건 푸바오의 안전과 건강, 행복 뿐이다. 길지 않은 여행이니,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푸바오가 이끌어줘 운명적으로 만난 것으로 하기로 했다. 다행히 9월 27일자로 다시 푸바오를 사진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래서 이 우연이 만들어낸 청두 여행을 기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