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3대 욕구는 식욕, 수면욕, 박물관욕이다. 내가 그렇게 정했지.
청두에서의 새아침이 밝았다.
중국 내국인에게도 핫플레이스라는 삼성퇴 박물관을 예약해 놓았으니 일찍 움직여야 했다. 청두에서 100km정도 떨어진 곳에 있지만 택시나 렌트를 이용해야 하는 말도 안되는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지도 앱을 보니 서울 인간적 느낌으로 딱 조인폴리아 느낌의 허허벌판에 위치해 있어, 오는 택시를 잡으려면 그나마 아침일찍 가야 할 그런 위치였다. 하긴 유적이라는 게 뭐… 현대인의 교통을 생각하며 발굴되고 그러는 곳은 아니지만….
호텔 컨시어지에서 아침 8시까지 나오라고 했기 때문에 열심히 조식을 먹어주려고 무려 해까지 보게 된 것이다. 이곳의 일출은 7시쯤이다.
니콜로 호텔 조식 뷔페식인데 뭐 당연히 훌륭하구요.
밥먹느라 5분 늦게 로비로 뽈뽈 갔더니 호텔에서 부른 택시가 와있었다. 초록색에 판다 그림이 그려진 정식 택시였다. 이곳은 정식 택시 회사들이 운영하는 택시 이외에도 디디 같은 택시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택시들이 혼재되어있다.
택시를 타니 기사님이 바로 500위안 고정으로 왕복을 하자고 하셔서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콜을 했다. 돌아오는 택시 부를 걱정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고, 왕복 미터기 비용보다는 조금 가격이 있지만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다. 바로 반려인에게 위챗 코드를 줘서 500위안 선결제부터 하고, 아이디를 등록해서 그때부터는 번역을 지원하는 위챗으로 대체적인… 대화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바로 기절잠이 들었다.(고3때도 8시 넘어서 일어났던 올빼미계 인간이다.)
박물관에 도착하자 날씨는 더웠고, 사람은 엄청 많았다! 주말 아니고 금요일인데?
일단 끊은 티켓을 가지고 매표소에 들어가 핸드폰을 들이밀며 대략… 20번째 팅부동을 외쳤다.
팅부동 =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어를 못합니다. 핸드폰을 들이밀테니 절 어떻게 좀 해주세요….
그랬더니 그냥 여권 들고 입장하래. 알고보니 이건 또 종이티켓을 끊어주는 게 아니라 여권이나 중국인판 주민등록증? 같은 걸 인식하는 기기로 예매여부를 판단해서 통과하는 것이었다. 여권을 인식하는 기기는 저 많은 출입구 중 두 군데 정도밖에 없어서 또 저 끝으로 보내주신다. 입장해보니 건물이 진짜 무지막지하게 대륙스케일로 컸다. 이렇게까지 큰… 건물을 지어야 하는 거예요?
삼성퇴 유적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고대 유적이다. 그러니까 보통 중국사람들은 자기들이 삼황오제 시대부터를 살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거는 우리가 단군할아버지가 터잡으셨다고 하는 거랑 비슷하고, 보통 진짜 역사 - 문명으로 인정되는 시기는 하나라 다음의 은(상)나라부터다. 현대의 중국 동쪽 지역에서 은허 유적과 갑골 문자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와 한~참 떨어진 중국 서쪽 광한 지역에서 삼성퇴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지질로 판단할 때 3000년전에서 5000년쯤 됐을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은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있었거나 더 앞섰을 수도 있다. 박물관이 될 정도의 규모로 발굴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한다. 알음알음 벽에서 80년대 공장 노동자가 땅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다.(도록을 읽어보니 실제로는 땅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한 건 20년대 농부고, 대규모 발굴은 80년대였다. 2019년부터도 대규모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도 이 문명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그 점에서 외국인도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여튼 그렇게 큰 건물인데도 사람이 너무 넘쳐흐를만큼 많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이랑 똑같이 사진찍기… 셀카찍기… 너무 좋아한다. 설명은 나중에 도록을 사서 파파고로 읽어보기로 하고 벽의 중국어와 이상한 영어가 가득한 설명도 패스하고 유물을 보는 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사진도 너무 힘들어서… 안찍었다….
재미있는 건 동물의 묘사는 뭔지 알겠고, 상상속의 동물 묘사도 비슷하다. 봉황이라던가 용 같은 것. 나무도 신으로 모시는 것 같은데, 나무 묘사도 비슷하다. 그런데 사람만 너무 다르게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양식이 너무 일관성이 있다.
부엉이도 있고 개구리도 있고 봉황과 용 독수리같은 것도 알겠다. 의외로 사실주의 조각 아니야? 같은 생각이 들 시점에 인간의 모습을 보면 현생 인류세요? 하면서 놀라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사실 옛날에 여기 살았던 사람들은 진짜로 이렇게 생겼던 거 아니야? 같은 상상을 하기 충분하다. 외계인의 문명이거나, 네안데르탈인처럼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이웃 종이었을지도.
이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서 사라진 걸까? 좀 밝혀낸 것은 있을까? 어느 청동기든 상징과 부호들은 가득하지만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 문명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사라졌는지 정설로 알려진 게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1층과 2층의 커다란 두 전시실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1층을 반쯤 돌았을 때부터 판다 체질의 반려인은 이미 체력이 끝나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1층까지만 다 보고 카페라도 가서 쉬라고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2층이 더 볼 게 많고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긴 하더라는.
얼추 1층과 2층을 다 보고 1층에 큰 굿즈샵이 있어서 엄청 기대하며 들어갔다. 벽에 있는 설명을 아무것도 읽지 못해서 도록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분명 굿즈 종류가 많은데 도저히 사고 싶은 게 없다. 너무 만듦새가 조악한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 리소스로 왜 이것밖에 못 만드는 거예요….. 나중에는 구경마저 포기하고 결국 직원에게 가서 님들 공식 도록이 뭐냐고 물어봤고 도록을 사왔다.
박물관 앞에 정원도 참 널찍하니 잘 만들어놓았던데, 너무 더워서 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박물관의 중국인 표준 관람시간은 3시간이라고 하는데 박물관욕 충실한 한국인, 4시간만에 퇴각이요…..
점심도 못먹은 채로 다시 택시를 탔다. 삼성퇴박물관은 비교적 최근에 신관이 지어졌는데, 신관 안에 먹을 데는 카페 뿐이고 공원에도 먹을 걸 파는 데가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보니 음식점은 전부 제법 거리가 있는 구관 주변에 있었다. 배고팠지만 할수없지… 낯선 환경에 지친 반려인을 위해, 호텔에 들러서 쉬었다가 한국인에게 제일 유명한 청두 식당!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나온 그곳! 진마파두부로 가기로 했다. 바로 가고 싶었지만 도착할 시간에는 브레이크타임이 될 것 같아서… 비교적 최근에 브레이크타임이 생겼단다. 네이버 블로거 선생님 감솨합니다…. 미리 검색 안해봤으면 큰일날 뻔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3시가 좀 넘었다. 택시가 좀 더웠던 탓에 시원한 곳에 입장하니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점심을 걸렀으니 식사는 해야할 것 같아 5시 재개장을 타겟으로 진마파두부 본점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