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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10시간전

청두에서 배워온 개완으로 간편하게 차 우려마시는 방법

비록 아무도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흉내는 낼 수 있으니까

푸바오가 살고있는 사천 지역에서 제일 큰 도시, 청두에서는 개완을 통째로 들어 차를 마신다.

이렇게 찻잎이 떠있고 찻물이 우려지고 있는 상태로 마신다구요…

한국에서는 짧게 우리지 않으면 떫은 맛이 나지만, 여행지빨인지 차가 좋아서인지 마실만했다. 이게 중국 사람들의 옛날 방식이고, 청두의 인민공원에 있는 유명한 전통 찻집들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티비에서 백종원 이연복 선생님들도 다 한번씩 가보더라구요?


하긴 중국인들은 대부분 녹차를 마시고, 녹차를 마신다면 좀 낮은 온도에… 물을 우려도 되니까? 물 온도가 80도 아래라면 개완을 쥐기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주로 우롱차를 마시는 내가 끓는 물을 부어 바로 공도배(숙우)에 부어야 하니까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집에 와서 까먹기 전에 따라해 보았다. 집에 와서 따라해보니 나름 비슷한 맛과 향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여 소개해 본다.


청두식 차 마시기 방법

1. tds가 최대한 낮은 물을 사용해야 한다.(현지 브랜드 일엽몽산에서 시음할 때 중립수에 가까운 물을 사용한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고, 한국 물들은 미네랄이 많아 떫은 맛이 빨리 우러나는 편). 관련하여 전에 이즈브레라는 생수를 소개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5ducks/137

2. 일단 물을 100도까지 끓인 후 80도까지 식힌다. 처음 서브되는 물이 체감으로 75-80도 정도라 그것을 흉내내었다.

3. 따뜻한 물로 개완을 데운 후, 개완에 용량 50ml당 차 1g을 넣는다. 내가 가본 찻집도 그렇고, 티비속에서도 그랬는데 보통 150-180ml정도의 약간 크다 싶은 개완에 3g정도 넣는다는 느낌이다. 짧게 우릴 때보다 더 많은 물과 적은 찻잎을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낮은 온도의 물에 세월아 네월아 우러나는 방식이고, 찻잎은 오랜 시간 물에 담가지면 불어나기 때문에 그 정도가 딱 적당했다.

처음에 평소처럼 175ml에 5g을 넣어보았다. 찻잎이 너무 많다보니 찻물이 너무 쉽게 진해지고 갈수록 물을 자주 부어야 했다.
같은 개완에 3g으로 양을 줄였더니 딱 적당해졌다.

4. 15-30초 정도 후 적당히 찻잎을 걸러가며 마시기 시작한다. 찻잎을 거르는 방법은 개완에서 공도배에 찻물을 옮길 때처럼 뚜껑과 몸통 사이에 약간의 유격을 준 상태로 마시거나, 후후 불어가며 마시다가 입에 들어온 찻잎을 뱉거나… 자유롭게 해도 무방한 것 같다. 나는 대부분 전자를 택하고 있다.

나는 요 상태로 두 손으로 들고 마신다. 손이 작아서…

5. 찻물이 너무 진해지거나 떫은 맛이 난다 싶으면 물을 더 붓고, 마시고, 붓고, 마신다. 물의 온도는 70-80도 정도면 무방하다.

청두에서 사온 자스민차 청두식으로 마시기

너무 많은 도구를 꺼내지 않아도 되고, 우리는 타이밍에 구애되지 않기 때문에 갓 나온 초절정고급햇차(…)를 마실 때가 아니면 괜찮다. 그리고 우롱차가 아닌 녹차나 홍차를 마실 때 사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우롱차는 끓는 물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를 너무 진하지 않게 가볍게 즐기거나, 반주처럼 식사와 함께하기도 좋은 방법 같다. 작은 찻잔에 마시는 것 자체가 취향에 안맞는 반려인도 이 방법은 그럭저럭 만족했다.(그래도 커피가 더 좋다고 하신다….) 집에 놀고있는 개완이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설거지거리가 줄어드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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