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참 멋지다 인정해 주는 한 해가 되길
"왜 이렇게 빡빡하게 살아요?"
작년 열댓 번은 들어봤던 질문이다. 내가 속한 모든 부분에서 잘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틈 없이 빡빡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5시에 일어나서 내 시간을 갖고 아이들이 일어나면 등원준비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등원하면 본격 근무가 시작된다. 온라인 기반 회사라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그만큼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
오후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두 아이들 하원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키보드 위에 손가락은 춤을 추고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엄마- 하고 환하게 웃어주는 아이들을 안아주며 집으로 돌아온다. 도움 주시는 어머님이 아래층에 같이 계시지만 못내 바로 내려 보낼 수가 없다. 내 새끼들 엄마도 하루 종일 보고 싶었어. 잠시 회사 OFF, 엄마 ON이다. 오늘 뭐 했는지 한참을 이야기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온다. 아쉽지만 다시 엄마 OFF. 아이들을 할머니댁에 부탁드린다.
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블로그 운영도하고 책도 30권 넘게 읽었다.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고, 식단과 운동도 병행했다.
"누가 몽둥이로 때린 거 같아"
12월 심한 몸살감기로 잠시 숨 고르기가 시작되었다. 열이 39도까지 올라도 5시에 일어나 책을 읽곤 했는데, 제발 쉬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남편의 진심 어린 걱정 설득이 되었다.
"2025년, 나를 인정하는 한 해가 되길"
1월 1일이다. 새해 첫날은 야무지게 구매해 둔 새 플래너에 계획들을 잔뜩 써가며 마음을 다잡곤 했었는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앓고 나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확 크나보다. 내 노력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았다. 나 스스로가 나를 보았을 때 참 잘 살아 내고 있다고 박수 쳐줄만한 그런 사람이 되는 것. 아직은 너무 어렵지만, 올해는 나를 인정하자는 목표를 세워보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책 한 권 읽지 못해도 하루 충실히 아이들과 행복했다면 나 참 멋진 하루 보냈다고 인정해 주는, 그런 마음이 생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