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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타이 Jun 25. 2024

인도의 '아힘사'를 아시나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인도 사람들

인도에 뿌리를 둔 자이나교의 교리에 '아힘사(Ahimsa)'라는 것이 있단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이것은 비폭력적인 삶의 모델로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뜻한다고 한다. 


누군가가 브런치에서 인도 사람들이 도통 싸우지 않는다고 하길래 오래전 나의 인도 여행 기억을 되짚어보았더니.. 정말 싸우는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아무리 차가 막힌 들, 기차가 한 시간이 넘게 지연 출발을 한들, 아무도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지 않든... 그들은 싸우는 법이 없다. 우리나라였다면 진즉에 싸움이 났을 거다.

비행기 12시간 연착된 사람들도 화를 안 낸다. 신기하다.


아힘사는 사람들의 의식을 확장함으로써 그 간격을 좁힌다고 한다. 아힘사가 말하는 모든 폭력과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 자신의 이야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원자가 아닌 이야기에서 나왔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제까지의 모든 이야기는 잊으시라. 우리의 에고를 버려야만 갈등 없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에서 나는 어떤 아힘사를 경험했나. 


바야흐로 2010년, 뭄바이의 늦가을이다. 인도 남부 휴양지 고아에서 뭄바이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항공성 중이염을 세게 앓은 나는 결국 뭄바이 최고의 종합병원에 와있다. 뭄바이 공항에서 응급실을 찾았으나 공항 내 의무실이 설치된 우리나라와 달리 뭄바이 공항엔 그런 시설이 없었다. 


뭄바이 종합병원, 2010

종합병원 응급실이니 당연히 비싸겠지 생각하긴 했지만.. 당장 고막이 찢어진 듯 아파서 너무 무서웠다. 병원이라기보다는 이런저런 상업적인 사인이 하나도 없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생김이다. 간호사들이 나를 의사에게로 안내한다. 나중에 블로그 등에서 읽어보니 무슨 카드를 사야 한다는데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의사 앞에 앉게 되었다. 손짓발짓 다해가며, 증상 설명을 하자, 의사는 항공성중이염이라는 병명과 처방 약이 적힌 종이 달랑 한 장을 건네고는 진료 3분 만에 300달러를 청구했다. 당시 나의 전재산 300달러. 카드는 안 되나요?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나는 삥 뜯기 듯 앉은자리에서 복대 안의 300달러를 내어 놓고, 그가 말한 병원 밖의 약국으로 약을 사러 갔다. 


약은 뜨거운 물에 한두 방울을 뿌린 후 김을 쐬는 물약과 알약 한알이었다. 돈이 떨어져서 더 이상 게스트하우스에서 잘 수 없기도 했고, 환전소를 찾기도 돈을 뽑으러 가기도 힘들었던 나는 바로 인근의 부티크 호텔에 가서 잠을 청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자본의 맛. 한국돈 20만 원 정도의 뭄바이의 부티크 호텔은 한국의 호텔만큼이나 좋았다. 구름 같은 침구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베개가 귀에서 나온 고름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귀에서 이렇게 많은 물이 나올 수가 있구나 놀란 나는 이제 정말 인도 여행을 마쳐야 할 시간이 왔음을 확신했다. 이미 인도 체류기간 동안 10 킬로그램이나 빠진 후였다. 


남은 여행을 취소하고 한국행 비행기 일정을 당겼다. 그리고 다음날, 호텔에서 예약해 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택시기사가 말하는 거다. 


"내 차가 고장 났어. 아무래도 너는 여기서 내려야 할 것 같다"

차가 고장 났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거다. 인도 사람들은 항상 저렇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거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렇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렇게 하는 통에 싸울 수도 없다. 싸우는게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택시비는 날리고,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내려서 오토릭샤를 탔다. 그런 도로에 오토릭샤가 달린다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어쨌거나 나를 구해준 기사님은 오토릭샤 탄 왕자님이었다. 그는 나를 공항까지 내려주고는 택시 기사를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그런 사고가 많단다. 


아 이런 거지 같은 인도, 진짜 가는 날까지 나를 엿 먹이는구나 했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바로 직전에 최악은 면하게 해주는 존재들이 짠 하고 나타나는 거다. 이거 원.


그게 끝? 아니. 아직 공항에서의 스토리가 남아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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