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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고미 Feb 03. 2024

오늘의_입틀막

와아..그걸 해내네?!


오늘은 어떤 소재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 보니

하루종일 나에게 일어나는 작은 현상이나 감정,

살짝 튀어 오르는 생각도 집중해서 파고들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그건 왜 그런 걸까? 어떤 마음에서 시작된 걸까?

원인이 뭔지, 결론은 또 어떻다는 건지..


그동안 의미 없이 흘려보냈던 일들이나 감정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사고하게 되고 이런 과정들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껴져

이래서 글을 쓰라는 건가 싶었다.




어제 밤에서 오늘로 넘어오는 새벽.

카타르 아시안컵 8강 우리나라 대 호주 경기가 있었다. 지난 16강 경기는 평일 새벽이기도 했고, 내가 보면 왠지 질 것 같은 나만의 느낌으로 그냥 자다가

새벽에 동네가 시끄러워 깨보니 연장에 승부차기까지 가서 결국 이겼다는 것만 대략 파악했다.


아마 2002년 월드컵 때 이후로 승부차기가 뭔지 알게 되어 지금은 그 단어만 들어도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기분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


이번 경기도 전후반 아쉬운 상황도 많고,

좀처럼 뚫리지 않는 수비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시간이 1분 남짓 남은 순간 주장 손흥민이 몸을 날려 PK 기회를 얻어냈다. 이번 대회 거의 매 경기 선발로 풀타임을 뛰고(정확하지 않음) 직전 경기에 120분 이상을 뛰고선

며칠 쉬지 못해 충분한 회복도 하지 못한 상태일 텐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집념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출처 : newsis


그런 나약한 마음은 절대 같지않겠지만

일반인인 내가 저런 극한의 상황에 간다면,

체력도 정신력도 거의 바닥 난 상태에서 이젠 그만 끝내고 집에 가고 싶었을 거 같은데-경기를 보기만 하는데도 점점 졸려서 ‘어우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했을 때가 몇 번 있었음-끝까지 끝까지 본인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첫 번째 입틀막 사건!




손흥민도 손흥민이지만, 오늘 이 이야기를 기록해두고 싶어 어제의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려보니

자꾸만 황희찬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손흥민이 얻어 낸 PK의 키커로 나선 황희찬.


몇 년 전 월드컵 때 결정적인 골을 넣고 윗도리를

훌렁 벗어 요상한 밴드인지 조끼인지를 보여줬던

강렬함과 황씨라는 성 때문인지 외모 때문인지(비하아님) 거침없는 스타일 때문인지 황소 같다는 평이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정도만 생각했는데

지난 16강 승부차기에서도 마지막 키커로 시원한 슛을 쏘는 걸 보고 역시.. 자신감이 엄청나다는 게 느껴졌다.




 이번 PK는 감독이 주장인 손흥민에게 차라고 했다는데 황희찬이 ‘자신있게’ 자청해서 나섰다고 한다.

어제의 그 장면을 떠올려보면 당연히 손흥민이 차겠거니 했는데 오히려 내가 차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황희찬이 공을들고 있어서 ‘오? 아예 경기 전부터 PK순간이 오면 황희찬이 하는 걸로 정해져 있었나 ‘ 싶을 만큼 논의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가 공을 내려두고 멈춰 섰을 때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응원했다.


“그래! 희찬아! 넌 승부사야! 넌 할 수 있어!”


아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들리지도 않는데 화면에 대고 육성으로 힘을 더해줬다.(오늘의_친한 척)


몇 초 숨까지 참으며 지켜보게 되는 그 순간!

막을 테면 막아봐라는 식의 강력하고 시원한 슛으로

골키퍼가 방향을 잡았지만 대포처럼 골대로 뻥 들어갔다! 끼약—-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엄마가 주무시고 계셔서 두 번째 입틀막!!!


으으으! 와아아! 대박대박!


*출처-new1


와아.. 오아…대단하다 진짜..라는 생각과 함께

넣었으니 망정이지 저거 못 넣었으면 대역죄인,

역적이 되는 건데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본인이

차겠다고 나선 걸까 신기하고 궁금했다.


2002년 월드컵 때 안정환이 PK실축을 하고

망연자실하며 머리를 쥐어 넘기던 망연자실한

표정이 스쳐지나가면서.. (이걸 기억하고 있다니)

황희찬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까?! 하는

궁금증이 머리를 맴돌아 여러 번 감정이입을 해봤다.


어떤 마음이었을지 몇 가지로 추측해 보면

1. 무조건 넣는다! 안 들어갈 리 없을 거라는 자신감, 자기 확신

2. 못 넣으면 어때?! 죽는 것도 아니고! (찐 기쎔)

3. 흥민이 형의 부담감을 대신 가져가 주려는 배려로 시작한 마음

4. (좋은 의미의) 관종인가?! 많은 이목과 집중+절명의 순간에 내가 주인공이 되는 걸 즐길 줄 아는 사람!


이 정도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데

나름의 결론을 내기 위해 오늘 하루종일 생각해 보고 쓰면서도 정리해 보니 1+3+4번이 합쳐져 있는 게 아닐까 싶다.


3, 4번은 부수적인 감정이라면 1번이 가장 크고

‘못 넣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안들만큼의 강한 확신이 있었을 것 같다.


나라면 그런 중요한 순간에,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순간을 살면서 가능한 마주하고 싶지도 않고 마주하더라도 어떻게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을 텐데 도대체 무엇이 그런 확신과 자신감을 만들었을까?


이제는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삶과 일상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 매일매일 고되고 힘들고 하기 싫더라도 참아내고 결국 해내고 마는 성실함을 발휘했는가?

- 오늘도 진짜 후회 없이 하얗게 불태워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날이 얼마나 있나?

- 무언가 꼭 이루고 싶고, 달성하고 싶고, 해내고 싶은 목표나 동기를 마음에 품고 있었나?

- 열정, 투지, 끈기, 근성, 독함, 미친듯함이라는 말이 갖다 붙일 수 있을 만큼 전심과 전력을 다 한 적이

있나?

-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일이나 상황에 지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끝까지 물고 늘어져

될 때까지 시도해본 적이 있나?

-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그 또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럼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 삶을 살고 있나?




자아성찰과도 같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어떤 것도 자신 있게 ‘예스’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과 고된 시간들,

무수히 반복된 도전과 성공/실패를 경험한 뒤에

얻게 된 나의 성장과 능력, 성실하게 보낸 날들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느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조건 해낼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마음’인 자신감의 원천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도 그를 믿어주며 ‘넌 할 수 있어’를 외쳐주지 않았는가. 축구만을 위해 본인이 최선을 다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스스로를 믿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나중에 황희찬의 인터뷰를 보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강인도 차고 싶어하는 눈치였다고-




그런 자신감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손흥민 선수는 결국.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아 차기로 멋지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프리킥을 성공해 인간계를 넘어선 모습을 보여줬다!


와아아.. 뭐야.. 저걸 넣네.. 와아..


세 번째 입틀막 순간!


*출처 : 매일경제


9년 전 아시안 컵,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골을 넣고도 역전패를 당해 눈물을 흘리던 손흥민은

이제 진정한 월클(세계가 다 인정하지만 그의 아버지만은 인정하지 않는)이 되어 체력과 정신력이

탈탈 털려 걷기도 힘들어 보였는데 자신의 몫을 몇 배로 끝까지 해내고, 경기가 끝난 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인터뷰까지 마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을넘어선 경외심 같은 마음이 일어났다.



*출처 : 연합뉴스


그와중에 경기에 못 뛰거나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들까지 언급해주는 스윗함까지..




‘힘들기보다 이 상황을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하는 게토너먼트의 묘미’라고 할 만큼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어떤 노력과 경험과 인고의 시간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 수 있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잘되진 않지만,

남에게만 그런 존경과 경외의 마음을 보낼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멋진 마음과 믿음을 보내며 ‘나 오늘 쫌 멋졌어!’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이만하면 됐다’하는 적당함으로 채우는 찜찜한

나날이 아닌 ‘진짜 진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어’라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그렇게 모든 것을 쏟을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과연 무엇 일지부터 찾아가보자!


+


이왕 여기까지 힘들 게 왔으니

아시안컵 꼭 우승했으면!!! 화.이.팅!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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