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을 낀 연휴 내내 비가 온다. 이번 5월은 이상하리만치 휴일이나 연휴에 비가 많이 온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낀 연휴에도 비가 계속 내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제대로 못 놀고, 놀이동산이나 놀이 관련 사업주들은 비로 인해 피해 아닌 피해를 많이 봤으리라.
금요일부터 오늘(일요일)까지 운동도 못 가고, 뒹굴뒹굴 집에서만 지내다가 오늘 밤에서야 우산을 들고 짝꿍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아파트 커뮤니티는 하필 연휴 낀 금요일에 대청소한다고 모든 운동 커뮤니티도 다 쉬었다.
다행히 비바람은 휘몰아치지 않고 적당한 굵기로 직수로 떨어지는 착한 비라서 우산 쓰고 걷기는 참 좋았다. 조금 일찍 나갔다면 달빛공원 쪽으로 수로변을 한 바퀴 돌고 오겠지만, 9시가 넘어서 나갔기 때문에 비는 출출히 오고 해서 집 앞 분수대 정원길을 걷다가, 집 뒤 학교로 연이어 있는 학교 앞 인도를 걸었다.
4개의 학교가 연이어 위치하고 있어서 학교 앞 인도는 쾌적하게 넓고 길다. 보도블록도 정사각형의 물 빠짐이 좋은 회색의 넓은 블록으로 깔끔하게 깔려있어, 비 오는 날 걷기에 최적이다. 도로변 쪽은 벚나무로 가로수가 되어있어 봄에는 벚꽃으로 꽃대궐을 이루고, 학교 울타리는 5월부터는 빨간 덩굴장미가 싱싱하고 탐스럽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간혹 우리와 같이 비를 즐기는 사람이나 이 시간밖에는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데이트 겸 산책과 운동을 하는 경우도 가끔 본다. 어떤 젊은 남녀는 우산도 받지 않고 자전거를 끌면서 걷는 커플도 있다.비를 참 많이 좋아하나 보다.
걷다 보니 연송고 정문 옆 인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택시 한 대가 눈이 부시게 헤드라이트를 훤히 켜 놓은 채 정차하고 있다. 우리가 가까이 가도 꿈쩍 안 한다. 동네 주민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운전석옆으로 가서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바로 운전기사가 창문을 빼꼼히 열고 쳐다본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뭘 좀 먹고 있었어요" 하며 입을 우물거린다.
"바로 뺄게요"
"그렇게 하세요, 여긴 학교 앞 인도잖아요. 다른 곳에서 드셔야죠"
되도록이면 감정 상하지 않게 부드럽게 한다고는 했는데 듣는 입장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직업병인가? 가끔 운동 나가다가 보면, 아파트 1층 후미진 쉼터 같은 곳에서 고등학생 애들이 학생주임 몰래 담배를 피울 때가 있다. 혼자 지나갈 때는 걸으면서 "여기서 담배 피우면 안 되는데?" 하며 지나가면"네~" 하고 끄는 척하는 몸짓을 보며 갈 때도 있고, 남편이랑 둘이서 갈 때는"여기서 담배 피우면 안 돼요, 여기저기 금연 스티커 붙여놓은 거 보이죠?" 하며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가는 경우도 있다. 내 자식 같은 생각도 들고, 백해무익한 담배는 피우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해주고 가고 싶은 거다. 딸들은 "엄마, 그런 말도 하지 말고, 조심해~!"라고 하지만, 선도의 말을 할 땐 최대한 상냥하게, 하지만 약간의 위엄을 실어서 말하려고 한다.위험하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두 번 말할 거 한 번만 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포스코고교에 걸려있는 플래카드
내일도 비가 오려나? 내일은 30년 지기 성당자매모임 모니카의 딸이 결혼식을 한다. 코흘리개 때부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도 다니고 뛰어놀던 아이라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어느새 성장하여 결혼도 하고, 독립할 나이가 되다니... 세월 참 빠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얼마나 나이가 많이 들어가는가가 새삼 느껴진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운동도 매일 하고, 큰 욕심부리지 말고 건실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각자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는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병원 신세도 지지 않아야 한다. 잘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스스로 잘 돌봐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