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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나이팅겔 Jun 25. 2023

뮤지컬 <알사탕>을 관람하고...

자식이 뭔지...


제 손주 보고 밤늦게  와서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쓰러져,

비몽사몽 하며  마음속으로 '씻어야 되는데...'만 외치면서, 눈만 떴다 감았다 하다가 아침이 되었다. 왜 그렇게 피곤한지, 색조화장은 안 했지만 선크림을 발라서 안 씻으면 안 되는데 또 그냥 잠이 들었다. 7시가 어서야 부스스 일어나 씻고 로션을 바르고 나니  8시가 다 되었다. 아침 간단히 먹고 또 자야지... 오전엔 푹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엄마 오늘 뮤지컬 <알사탕> 보러 가실래요?"

"아빠랑 데이트하세요ㅋㅋ"

시간은 오후 4시 공연이고,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한단다.

사실 쉬고 싶었는데... 잠 좀 푹 자고 싶었는데...

"응 그래, 오늘 다른 일은 없어..."

연이어 다시 카톡이 온다.

"엄마, 뮤지컬 보시고 티켓 받아뒀다가 저를 주시면 감사할게요..." 

미리 인터넷으로 티켓 예매해서 가족이 관람하고, 공연 현장에서 티켓을 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복지차원으로 다시 금액을 환불해 주는 좋은 복지제도인 것 같다. 딸이 아이와 함께 가려고 예매했는데 바쁜 일 때문에 못 가게 됐다고 한다.

"그래 알았어, 실은 엄마 오늘은 좀 쉬려고 했는데...,

아빠랑 같이 다녀올게..."


달걀 4개 삶고, 우유쌀빵과 커피, 방울토마토 한 접시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커피까지 마셨는데도 계속 졸리고 피곤이 안 풀려서  1시간 정도 알람을 맞춰놓고 또 잤다.

하루 뒹굴뒹굴 쉴 요량으로 아침에 머리는 안 감고 세수만 했었는데, 외출해야 하니 다시 머리만 다시 살살 감았다.

오늘은 자동차를  운전하지 말고  전철 타고 가기로 했다. 집 앞에서 55번 버스를 타고, 캠퍼스운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니 인천예술회관까지 14분 밖에 안 걸렸다. 아니, 전철 이렇게 가깝다고? 새삼 놀라워서  이제부터 가까운 곳이나 전철 닿는 곳은 대중교통 이용하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아직은 운전하는 게 재밌지만 두 다리 튼튼할 때 많이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짝꿍과 굳게 약속했다.


전철에서 내리니 바로 인천예술회관이었다. 송도에도 아트센터랑 컨벤시아 등 공연장이 있지만, 앞으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공연이나 행사에 자주 참여하기로 암묵적으로 다짐했다.

소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이 많았다. 어떤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대가족이 함께 온 그룹도 있었다. 아이 없이 어른만 둘이 온 팀은 우리밖에 없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즐겁게 관람하기로 했다.



뮤지컬 <알사탕>은 희나 원작을 뮤지컬화 한 작품이다. 3년 연속 판매랭킹 1위, 관객평점이 9.9! 우리 아이 필수 뮤지컬이란다. 댓글도 보면 " 잊을 수 없는 감동과 난리 나게 좋은 퀄리티!" "상상 그 이상... 온 가족이 함께 볼 뮤지컬" "어른도 아이들도 마음 따뜻해지는 웰메이드 가족 뮤지컬" 등 좋은 댓글들이 많았다.

백희나 원작 그림책 <알사탕>이 워낙 유명하고, 2018  IBBY(국제 아동청소년도서협회) Honour List 선정작이고, 일본 MOE 그림책 서점대상 2018 수상 등 여러 상도 수상했다. 중국 , 일본, 대만 등 해외 번역본도 출간했다.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동동이]: 누구에게도 쉽게 말을 건네지 못하는 9살 남자아이. 그래서인지 항상 혼자다. 혼자 구슬치기를 하다, 구슬을 사러 간 문방구에서 이상한 알사탕을 산다.

[구슬이;늙은 개]: 동동이가 키우는 늙은 개. 할머니는 구슬이가 18살, 사람으로 치면 90살이라고 했다. 동동이의 가장 친한 친구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다.

[아빠]: 가슴속엔 동동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은 오로지 잔소리뿐!

[문방구 할아버지]: 동동이가 알사탕을 산 문방구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 동동이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 할머니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친구]: 동동이가 투명 알사탕을 먹은 후 가장 먼저 말을 건네는 친구.


다섯 개의 알사탕을 하나씩 꺼내 먹으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구성하여, 어린이는 물론 어른까지 한달음에 동심의 세계로 빠지게 만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넘치는 유머,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는  가족 뮤지컬이다.

사탕을 한 알 먹고, "...ㅅㄹ ㅅㄹ ㅅㄹ ㅅㄹ...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동동이가 가보니, 주방에서 설거지와 요리하는 아빠 모습을 보고 아빠한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아빠 나도 사랑해" 할 때 나도 몰래 눈물이 솟구쳤다...,

다시 분홍 알사탕을 먹고, 분홍색 풍선껌을 후~ 불어 풍선이 바람에 날려 창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릴 때, " 동동아, 밥은 잘 먹었냐?... 친구들과는 사이좋게 놀았냐?"라고 할머니가 다정하게 물을 때 또 눈가가 촉촉이 젖어왔다. 사탕을 하나씩 먹으며 소파와 얘기를 하고, 가장 친한 친구인 개 구슬이와 대화도 나누고, 쑥스러워 말도 못 하던 친구와 말을 하면서 즐겁게 노는 동동이가 참 귀엽고 깜찍했다.


아이들 집중력 한계가 있으므로 공연은 딱 한 시간만 하고 깔끔하고 재미있게 끝냈다.

우리 손주는 아직 세 살이라 너무 어려서 다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조금 더 큰 후에,  5살은 지나서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때 같이 보러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즐겁게 또 관람하고 오고 싶다.



뮤지컬이 끝나고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근처 어딘가 맛 좋은 음식점이 있으면 들어가려고 둘러보니 여러 음식점들은 많으나  막상 들어가고 싶은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가장 보편적인 음식으로 "구월오리"집에 들어가서 유황오리 로스 2인분을 시켜 숯불에 맛있게 구워서 먹고, 된장찌개와 공깃밥 하나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덤으로 나오는 오리탕도 아주 진국으로 맛이 좋았다. "구월오리"가 맛집 중에 괜찮은 집인지 손님이 꽉 찼고, 미리 예약한 단체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나오면서 보니 대기자들이 밖에서 줄을 서 있었다. 좀 늦게 갔더라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한참 기다릴 뻔했다.  일찍 가서 맛있게 먹고 만족한 식사를 하고 나오니 기분이 한결 더 좋았다.

딸 덕에 좋은 공연도 보고, 데이트도 하고, 맛집 탐방까지 일석삼조가 로 여기 있었네!

딸아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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