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 30살을 한 달 앞둔 12월 추운 겨울에 나는 호주에서도 아주 더운 지역인 퀸즐랜드로 워홀을 왔다. 회사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3년 정도 했을 무렵, 우리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함께 호주로 떠났다. 그땐 2년 열심히 돈 벌어서 캐나다로 가자는 마음으로 왔었는데, 코로나 때 가는 길이 막히고 그 즈음 호주 영주권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호주에 남기로 했다. 지금은 호주에 온 지 6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대학생 때 열심히 교회를 다니다가 기독교 회사로 취업을 했고, 취업을 하고 나니 간절하게 기도했던 마음은 잊히고 서서히 믿음이 약해졌다. 매주 교회를 가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나의 죄책감을 지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호주에 오기 직전 즈음에는 매주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하나의 도피처로서 호주에 오게 되었다. 세컨 비자를 따기 위해 갔던 시골에서는 교회를 갈 수 없었고, 세컨 비자를 따고 브리즈번 시티로 가서 몇 번 교회에 가려고 했지만 마음에 큰 울림도 없었고, 밥 먹고 가라는 말이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나의 흔들렸던 믿음은 아주 천천히 사라졌고, 더 이상 교회에 가지 않아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하나님을 잊고 산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한국에서 정답사회를 살아가던 내가 호주에 와서 자유를 얻으니 너무 좋았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정신적으로 참 많이 성장했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네?' 하는 마음이 들었고, 어디 가서 이제 '나는 크리스천이야.' 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하나님과 멀어졌다.
그러다 올해 1월, 가족 같은 친구의 딸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외국에 있는 나는 친구를 만날 수도 도와줄 수도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할게”라는 말뿐이었다. 말로만 하는 건 싫어서 어색하게나마 하나님께 기도를 해보려고 했는데 기도가 나오지가 않았다. 내 안에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도는 내가 믿는 대상에게 해야 하지 않는가?
그때부터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우리를 다스리는 존재가 있는가?'가 시작이었다. 과학과 철학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질문을 했지만 남편도 정답은 몰랐다. 우리 둘 다 그저 서로에게 자신이 궁금한 걸 질문만 할 뿐이었다. 그때 문득 “그럼 우리 교회를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답변자는 없고 질문자만 있으니 답변자를 찾아가 보자 싶었다. 어느 교회를 갈까 하다가 아는 사람도 있고 커서 딱히 부담스럽지 않은 한인 교회를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
교회는 대학 강의실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곳이었고, 학교 안이 복잡해서 예배당을 못 찾아 성격이 급한 나는 “안녕하세요” 인사도 없이 지나가는 분에게 “여기 예배하는 곳이 어디예요?” 하고 물었다. 그분은 친절하게 우리를 예배하는 곳까지 인도해 주시고 교회 입구에서 인사하시는 새가족부 집사님께 우리가 새로 온 사람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제가 여기 목사입니다”라고 하셨다.
그게 목사님과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100명이 넘는 성도가 왔다 갔다 하는 교회에서 나는 어떻게 딱 목사님께 길을 물었을까. (인생의 길을 물은 걸까?ㅋㅋㅋㅋ) 한국 교회의 기복신앙과 보수적인 사고에 거부감이 컸던 나는 목사님의 설교가 그런 방법이었다면 다른 교회를 가려고 했다. 사실 처음 교회를 결정할 때도 여러 곳을 가보자는 마음이었기에 기대 없이 갔었다. 그런데 목사님의 설교는 우리가 너무 궁금해하던 본질적인 것들을 알려주셨고, 과거 철학자들의 철학적인 사고들을 알려주셨다.
교회는 힘이 넘쳤고 뜨거웠다.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교회를 다니면서 영적인 뜨거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 뜨거움은 기도가 크고 목사님이 카리스마 있고는 아니었다. 잔잔함 속에 있더라도 하나님을 향한 진실되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질 때 교회의 힘이 느껴진다. 이 교회의 첫 이미지는 딱 그랬다.
교회에 유령회원으로 다니고자 했던 우리에게 뭔지 모르게 새가족반을 등록 하고자 하는 용기가 생겼다. 실제로 새가족반 첫 날 나는 "저는 여기 큰 용기내서 왔어요" 라고 말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셰프 일을 하는 남편은 일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교회를 새로 방문하고 새가족반 강의를 듣는 두 달의 시간 동안 일요일에 휴무를 뺄 수가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새가족반을 마칠 수 있었고, 교회에 등록할 수 있었다.
첫 방문 이후 3개월이 조금 더 지났다. 아직 나는 “신이 진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건 똑같지만 놀랍게도 내 가치관과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 우연히 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하나님께서 모든 상황을 이끄심을 매 순간 많이 느끼고 있다.
호주에서의 삶을 기록해봐야지 하고 등록하곤 몇 년을 방문하지 않았던 브런치에 나의 신앙생활과 삶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첫 방문 이후에 바뀌고 있는 나의 가치관과 감정들을 조금씩 나누고 싶다. 호주에 와서 생긴 가치관 중 하나가 해볼까? 말까? 할 때는 우선 해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적어보려고 한다.
나의 글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글도 정보성 글도 아니다. 사실 가르칠 능력도 없고 아는 건 더더욱 없다. 나의 글은 한 사람의 고백이고, 삶에서 하나님을 느끼고 경험하는 체험들이다. 나의 삶을 세상의 관점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된 관점으로서 바라보고 써보려고 한다. 나의 이 글이 누군가에게 하나님을 만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선 그건 잘 모르겠고 하루하루의 느끼는 것들을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