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일기(5): 군검찰, 군사법원 꼭 필요한가?

by 장파덕

최근 순직 해병대원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방부 검찰단장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포함한 군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여러 고관들이 특검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채 해병의 순직과 진상규명을 위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과 회수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군사경찰과 군검찰이 권력자들의 '외압'에 얼마나 취약했는지에 대한 정황들이 속속이 드러나고 있다. 법무장교로 3년 동안 복무하면서, 비록 군검사나 군판사를 해 보지는 않았으나, 과연 2025년 현 시점에서 군검찰과 군사법원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사실, 병과원들 사이에서는 조금은 당연한 얘기를 풀어 보겠다.


공군 중사 사망사건 등 군 내 성폭력,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군사경찰과 군검찰을 비롯한 군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국민적인 비난여론이 강해지면서 2022. 7. 1. 기존의 군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시스템이 완전히 개편되었다. 기존에는 군검찰, 군사법원 조직을 각급 장성급 부대장이 통제하였다면 2022. 7. 1.이후로는 군사법원은 국방부 직할부대가 되었고, 군검찰단은 각 군 참모총장의 직할부대가 되었다(육군검찰단, 해군검찰단, 공군검찰단). 각급 부대 지휘관이 직접적으로 군검사, 군판사를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보통군사법원의 2심을 담당했던 고등군사법원은 폐지되었다.


보통군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한 불복사건은 이제 고등군사법원 대신 서울고등법원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로는 바로 군수사기관과 군사법기관의 관할 변경이다. 핵심적으로 3 종류의 사건의 관할이 민간으로 이관되었다. (1) 입대/임관 전 범죄, (2)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 (3) 성 관련 범죄는 더 이상 군사경찰, 군검찰, 군사법원의 관할이 아니게 되었다. 다만, 채 해병 순직 사건에서 보았듯,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를 인지한 군사경찰에서 어디까지 초동수사를 한 후에 민간경찰에 이첩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이 불명확하였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층의 외압이 행사되는 사례가 있었다.


아무튼, 군수사기관과 군사법기관 개편의 핵심은, (1) 군사법원을 국직부대로, 군검찰단을 육/해/공군 직할부대로 만들어서 각급부대 지휘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2)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함으로써 사실심의 마지막인 2심을 민간법원에서 받게 하고, (3) 3대 범죄의 관할권을 민간으로 이관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정한 수사를 도모하고자 한 것이었다(물론, 군사법원법을 보면 이 개편사항은 평시에만 한정되고 전시가 되면 예전과 동일한 체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2022. 7. 1.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군 사법개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군 수사기관, 군 사법기관이 필요하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먼저, 군사법원을 국직부대로, 군검찰단을 각 군 직할부대로 바꾸어 각급 부대 지휘관의 영향력에서 차단하려고 한 것은 좋은 의도였다. 그러나 제도는 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군 참모총장이 군검찰단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국방부장관이 각 군사법원에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지가 생겼다. 순직 해병대원 사건에서도 국방부장관이 국방부검찰단을 직접 지휘하고, 각군 참모총장을 통해 직접 각군 검찰단을 통제할 수 있었다. 오히려 2022. 7. 1. 군사법개혁으로 인하여 군사법원, 군검찰은 권력층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더 취약해졌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육본에서 사단급 부대 군검사에게 영향력을 미치려면 육군참모총장->군사령관->군단장->사단장->법무참모를 통하여 군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육군참모총장이 육직부대장인 육군검찰단장을 통해 곧바로 군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으로,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서 각 군의 주요 사건에 대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 국방부 검찰단이 준장급 부대로 존재할 이유는 없다. 구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되면서 법무병과의 준장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 국방부 검찰단장을 준장급 부대로 격상시킨 것뿐이다. 국방부, 국직부대 엘리트들이 범죄를 저질러야 얼마나 저지르겠는가.


국방부 검찰단의 관할은 국방부와 국직부대, 파병부대에 한정되므로 사실 국방부 검찰단 관할 사건은 많지 않다. 다만 국방부 검찰단은 각 군의 중요 사건을 이첩받아 직접 처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검찰단장을 통해서 각 군의 중요 사건의 수사에 관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군검찰이라는 조직이 굳이 존속되어야 한다면 국방부 검찰단을 대령급 부대로 격하시키고, 오직 국방부, 합참, 국직부대원들의 사건에 한정하여 관할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장병 수도 줄어들고, 장군 숫자도 감축해야 하는 시국에 법무병과에 장군이 2명이나 있을 필요가 있나 싶다. 차라리 법무관들 월급이나 올려주고..


한편, 군수사기관과 군사법기관의 대대적인 관할 조정의 결과, 이제 군검찰과 군사법원이 다루는 사건 수가 과거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장병 수가 적은 해군, 공군의 군검사들은 그야말로 '워라밸'의 끝판왕을 달리게 되었다. 입대 전 범죄,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 성범죄가 민간으로 이첩되므로 사실상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강력범죄를 거의 다루지 않는 수사기관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많은 군검사들이 음주운전, 마약, 도박, 단순폭행, 단순 교통사고, 모욕 같은 단순사건만 다루고 있다. 그리고 군 수사기관이 복잡하고 규모가 큰 사건을 다룰 역량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많은 군검찰수사관들은 더 이상 '수사관'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군 시절, 어떤 군검찰수사관님은 내게 '보직이름이 수사관이면 뭐하냐, 수사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차라리 검찰서기라고 부르는 게 맞는다.'라며 푸념하기도 하였다. 군검찰의 관할이 대폭 축소됨으로써 군검찰의 업무영역도 축소되었고, 직접 수사도 축소되었고, 그 결과 수사역량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 군검찰에서 오늘날 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고 집행하는 경우는 민간에 비해 훨씬 적다. 정말 중요한 사건들은 이미 민간으로 관할이 넘어갔고, 자잘한 사건들만 군검찰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입대 전 범죄의 관할이 사라지고,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면서 군수사기관, 군사법기관에서 병사 범죄에 대한 처리가 곤란해졌다.


이병, 일병 때 범죄가 발생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전역 전까지 군사경찰, 군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거쳐 군사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오긴 빠듯하다. 요즘 군사법원에서는 병사들이 기소된 경우 전역할 때까지 공판기일을 잡지 않고 민간법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군판사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특히 병장 진급 이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군사경찰, 군검찰에서 전역 전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기도 빠듯하다. 한편으로,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와 성범죄의 관할이 민간으로 이관되면서, 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범위, 군 관할과 민간 관할의 경계에 대한 실무상 난점이 있다. 절차는 복잡해지고 수사는 지연된다.


물론 누군가는 군사범죄의 수사를 위해서라도 군검찰과 군사법원이 존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일선 군검찰대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사건은 일반 형사범죄이다. 군사범죄라고 해 보아야 탈영(군무이탈, 무단이탈) 내지 대상관범죄(상관모욕, 상관폭행) 정도이다. 이 정도 범죄의 수사에 군에 대한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어차피 군검사들도 대부분 3년 의무복무하는 단기군검사들이 실무를 맡고, 일선 검찰대장도 임관 5년 내외 소령급 법무관들이 맡는다. 고도의 군사비밀을 다루는 사건이나 군에 대한 특수한 지식이 필요한 사건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민간 수사기관은 이미 국가기밀을 다룬다.


현재도 경찰과 검찰에서는 국가기밀이나 국가보안법, 간첩 등 안보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간경찰과 검찰에서 군사기밀 관련 사건을 다루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확고히 한다는 측면에서, 민간 수사기관에서 군인, 군무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을 담당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군검찰과 군사법원은 전시에만 존재하면 충분하다. 전시에 민간검찰, 법원 인력을 파견받아서 군사법원, 군검찰을 굴리면 된다. 어차피 현재 법무병과의 인력이나 역량을 고려하였을 때, 현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전시가 되면 민간 검사, 판사 인력을 상당 부분 파견받고 민간 검찰, 법원과 공조해야 한다.


군이 사회와는 동떨어진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라는 인식이, 과거 가혹행위나 성범죄로 인한 안타까운 사망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이제는 군이 민간사회와는 동떨어지는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군 역시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는 인식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군 수사기관과 군 사법기관을 폐지하고, 그 관할권을 전면으로 민간에 이관하는 것은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군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높으신 분들'의 부당한 압력에 의하여 진실이 은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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