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 탈중앙화된 중앙화(사회)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가 앞으로의 조직, 사회를 이루는데 있어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작은 조직부터 시작해 국가/국제 공인 기관까지 정보 조작에 따른 사기행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DAO는 아래의 4가지 특징들로 인해 기존 조직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연대와 책임감을 고취시켜 조직의 가치와 가능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1. 투명하게 공개되는 정보들
DAO는 사람이 아닌 코드가 그 조직/기관의 규칙과 가치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 코드는 스마트 컨트랙트로서 블록체인에 저장됩니다. 때문에 DAO의 핵심적인 정보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이는 불확실한 정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조직 내 불신의 여지를 최소화시킵니다. 덕분에 DAO의 구성원들은 조직을 함께 운영하고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발생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현재 DAO가 마주한 문제와 해결할 방안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정보조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되는 의심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DAO는 뜻과 관심만 맞다면 많은 사람들을 쉽게 끌어올 수 있습니다.
2. 수평적인 기업 조직과 익명성
현재 대부분의 기업 및 조직은 수직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 구조에 따라 구성원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정해진 직급에 의해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직적 조직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대부분의 경우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밉보이지 않게 눈치를 봐야 합니다. 또한, 직급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급격하게 적어지는 만큼 소수가 전체 조직을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정보는 조작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현재 대부분의 조직을 이루고 있는 수직적 구조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으며,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만큼 조직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이 쌓여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DAO는 토큰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누구든지 구성원이 될 수 있고 직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DAO의 의사결정을 만드는 거버넌스(=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건의한 안건은 DAO 구성원들(토큰)의 다수결로 결정되며,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물론 DAO 거버넌스의 결정권(투표권)은 보통(아닌 경우도 있다.) 토큰의 수에 비례하여 분배되므로, 만약 소수가 많은 토큰을 갖고 있을 경우 기존 기업처럼 소수에 의해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DAO는 안건 상정부터 결정까지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고 모든 의사결정에 누구든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직급의 한계에서 벗어나 정보를 보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토큰 중앙/집중화에 대한 내용은 네 번째 특징에서 자세히)
3. 토큰에 따른 투표권 및 수익 배분 구조
만약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DAO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토큰을 받게 되고, 이 토큰은 DAO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자 수익 실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DAO는 기본적으로 토큰 비율에 비례하여 투표권, 수익 배분 비율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DAO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록 그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수익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스마트 컨트렉트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고 또 공개되므로 구성원들은 자신의 몫을 받는 것에 별다른 의심과 걱정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언제든지 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눈치 볼 필요 없이 거버넌스에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확실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의 의견이 대다수 사람들(토큰)의 지지를 얻는다면 DAO의 핵심 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노력에 따른 합당한 조건으로 갖게 된 토큰은 주식과 같은 개념으로서 DAO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나의 재산과 영향력도 높아지게 됩니다. 즉, DAO에 이로움을 기여할수록 구성원들로 하여금 DAO에 이로운 방향으로 토큰을 사용할 것을 장려하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기업들이 갖고 있는 주주 중심 구조보다 구성원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4. DAO의 실제와 정체성
DAO는 기본적으로 코드(스마트 컨트랙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코드와 연결된 토큰을 가진 사람들로 정체성이 결정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규칙)로 하여금 토큰의 가치를 생성하고, 토큰으로 하여금 사람들이 규칙을 따르고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DAO에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토큰을 소유한다는 단 하나의 조건만 충족시키면 되는 것입니다. 토큰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그 토큰과 연동되어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DAO의 규칙)를 따르는 것에 동의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DAO의 참여 조건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보다 다양한 기회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어떤 중앙기관의 심사 절차 없이 자신이 관심 있거나 잘하는 분야에 대한 DAO가 있다면 그저 토큰을 사고 판매하는 절차만으로도 얼마든지 다수의 DAO에 참여하고 탈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코드 위에 구현되는 만큼 어떤 절차와 심사 없이 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DAO는 기존 각자가 소유한 중앙화된 데이터 시스템에 의해 분리되어 있는 기업 / 조직 / 국가의 바운더리를 약화시키고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서로 연합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또한, 이 특징은 2번째 특징에서 언급했던 DAO의 토큰 집중 / 중앙화에 대한 대처를 가능하게 합니다. 만약 몇몇 사람이 다수의 토큰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가 반대하는 의견을 밀어붙히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 간다면 그저 토큰을 판매함으로써 DAO에서 빠져나오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 맞는 DAO의 토큰을 구매하여 참여하면 됩니다. 또는, 이전 DAO의 스마트 컨트렉트 코드를 복사 및 수정하여 새로운 DAO를 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는 반대로 기존 DAO에서 다수의 토큰을 들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앞서 말했던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토큰을 판매하고 사람들이 떠난다면 그 토큰을 제일 많이 들고 있는 본인은 토큰 가치 하락으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며, 데이터 삭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특징상 명성에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단 한번의 실수로 많은 돈과 명성을 날릴 수 있는 만큼 DAO에서 다수의 토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긴장은 DAO에서 소수가 많은 토큰을 갖고 있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로서 작동될 수 있습니다. 즉,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이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DAO가 큰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그렇지 못한 DAO는 빠르게 도태 되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구조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루소의 사회계약론 중 ‘사회 구성원들끼리의 합의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시에는 구성원들이 기존 거버넌스에 반하여 새롭게 거버넌스를 구성할 수도 있다.’라는 부분에 부합됩니다. 현재는 이 계약론 내용을 이행하기 매우 어려운데, 기존의 거버넌스에 반하여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중앙화 데이터 처리 시스템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일반인들은 사실상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반면 DAO는 이를 보다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즉, 기존에는 사회적 조직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별다른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참아야 했던 반면, 이제는 구성원들이 합심만 한다면 쉽고 빠르게 기존의 조직을 대체할 새로운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파일 복사, 붙여넣기처럼)
정리 :
위와 같은 특징 덕분에 DAO는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목표를 가진 조직과 기업을 구성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목표를 블록체인이라는 강력한 신뢰 형성 및 가치 연결 시스템을 통해 뜻이 같은 사람들을 의심 없이 모집하고 함께 이뤄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DAO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유용한 툴들이 생길수록 과거 그 어떤 조직 사회보다 훨씬 빠르게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DAO를 구성하는 코드는 수정이 용이한 만큼 확장성이 매우 높으며 법은 어길 수 있어도 코드는 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더 안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입니다.
저는 DAO의 성장을 촉발시킬 요인이 메타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는 DAO의 특징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모든 노력이 단 한순간에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쉽게 조작되거나 없어지고 만들어질 수 있는 메타버스에 속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실제 세상처럼 구성원들이 존재함으로써 존재하고 그들이 합의하에 정한 규칙으로 운용되는 세상이어야 하기에 DAO의 모습을 갖춰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DAO가 앞으로 사회에서 많은 조직을 형성하고 상당한 영향을 갖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로 인한 강력한 신뢰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공평한 기회와 투명한 정보 속에서 조직과 구성원들을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이 조직/구성원들과 함께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을 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
개인적으로 최근 사회적 문제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를 보면서 ‘LH와 같은 기업이 DAO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살 집을 짓는 LH의 주인이 되어 아파트 건설을 검사 및 평가하는 업체와 감사 위원을 선출하는 민주적 과정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출되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입니다. 추가로 아파트를 검사할 때 쓰이는 장비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 모든 검사 결과가 투명하게 기록되고 공개된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일어나더라도 현재와 같이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것이 아닌, 명확한 데이터 아래에서 근본적인 책임 소재와 문제를 빠르게 찾고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DAO의 한계와 가능성 :
물론 아직까지 DAO는 법 밖에 존재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퍼지지 않았고 탈중앙적인 특징이 갖는 한계(속도, 보안 등)로 인한 문제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소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다루기에는 DAO가 초기 시장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시기상조입니다. 때문에 이 글에서는 기술적 한계를 빼고,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DAO 그 자체에 대해 갖고 있는 회의감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그들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DAO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시스템이며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정치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큰 영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대부호나 권력층을 이루고 있는 소수가 DAO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저는 이 주장이 인류 역사의 흐름을 ‘시작은 이랬지만 결국…’이라는 단편적인 사건으로 분리해서 보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혁명과 반란’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급진적 변화들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항상 소수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약속했지만 결국 과거의 실수와 만행을 반복해 왔습니다. 때문에 저도 분명 DAO가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여 영향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영향력을 갖춘 DAO가 결성된다 하더라고 다수의 토큰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삶이 하나의 영상인 것처럼 인류 역사라는 스토리 또한, 나눠진 사진/영상이 아닌 하나의 영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순간이 아닌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스토리)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위와 같은 일이 발생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영원히 조직 사회가 구성원들을 위한 합리적인 결정만을 이어가는 상태가 아닙니다. 같은 실수와 만행이 반복되었을 때 그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변화(진화) 되어온 것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인류의 방향입니다.
많은 사상가, 이상주의자들은 완전무결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지만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사람은 외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분명한 사실에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존재가 아닌 분명한 사실을 기반으로 가능성을 갖는 존재입니다. 확률적 존재이기 때문에 더 다양한 확률을 제공해 주는 자유에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껏 다른 정치 / 경제 체제보다도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선택의 자유를 준 자본주의 +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만연하게 된 것입니다. 이 체재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보다 더 다양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적응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이루게 되면서 이 체재는 많은 문제들을 유연하게 해결하고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같은 맥락으로서 현재보다 더 자유롭게 조직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DAO가 미래 사회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