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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Jun Aug 30. 2024

사기인줄 알면서 당하는 내 인생 첫번째 사기

사기인줄 알면서도 당하는 나는 대체....

난 오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기를 당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사기라는 것을 인생에서 처음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없어진 나의 금액을 확인한 그 순간... 사기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순간.... 그 뜨겁게 떨리던 나의 동공과 머리, 그리고 손의 느낌은 5시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확실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이 느낌은 아마 당분간 아주 생생하게 기억될 것 같다...


난 절대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 자만했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사기란 절대적으로 보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보일 때 가능한 것으로, 그것만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난 가장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관리하는 주체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나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난 나를 너무 방심했다. 난 나를 너무 놓고 있었다. 


사건의 전개는 이러하다. 


난 블록체인을 활용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을 개발하기 위해 난 툴을 하나 사용하고 있었는데, 개발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다양한 툴의 에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툴을 개발한 개발사와 함께 발견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피드백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들은 본사가 미국에 있는 만큼 나는 낮에 문제를 이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무조건 그들의 피드백이 와 있었으며, 나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난 이 툴과 함께 라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와 만들지 못할 앱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 툴 개발사와 소통하기 위해 discord 채널에 가입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기술적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 던져진 후 3~4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ticket" 이라는 것이 날아왔다. 이 티켓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한 질문은 여기서 해결할 수 없다. 여기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아니다. 내가 준 티켓을 통해 다른 discord 채널 방에 들어와서 같이 해결해보자" 라는 내용이었다. 난 그 툴의 공식 discord 채널에서 이런 티켓이 날라온 것에 대해 당연히 관계자라고 생각했고, 아무 의심 없이 티켓을 따라 별도의 private 디스코드 채널 방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의심


이 방에는 75명 정도가 있었고, 난 따로 Mod_Gabbi 라는 모더레이터와 둘만의 디스코드 방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Mod_Gabbi 는 자신을 공식 데브 해결사라고 소개했고, 내 지시에 따른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때 난 첫 번째 의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Mod_Gabbi 가 나에게 보낸 "ticket"이 공식 discord 채널에서 삭제된 것이다. 난 여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discord에는 다양한 봇을 설치할 수 있는데, 이 봇들은 주로 사기성이 있거나, 극단적인, 선정적인 콘텐츠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를 알고 있는 나는 갑자기 사라진 ticket을 보고는 그냥 공식 채널 방에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질문을 던지는 즉시 "ticket" 이 계속 날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또 금방 이 "ticket"은 사라졌다. 난 약간의 의심을 가졌지만 이렇게 "ticket"이 바로바로 날라오는 것 자체가 이 공식 채널방에 기술적 질문을 하면 자동으로 ticket을 보내 주는 봇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공식 채널방에서는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직원들이 다 미국에 있으니 당연한 건데...) 그래서 난 Mod_Gabbi 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두번째 의심


Mod_Gabbi 와의 대화는 상당히 이상했다. 난 지금까지 엔지니어와 문제를 이야기 할 때, 서로 쉽게 확인 가능한 사례들을 두어 최대한 간결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점을 찾아 나갔는데, Mod_Gabbi 는 계속해서 하나의 해결책만을 제시했다. 그것도 내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말이 되지 않는 제안이었다. 난 분명 이 툴을 만든 제작사라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의 그 어떤 개인정보도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질문들이었다. 그러나 Mod_Gabbi 는 계속해서 나의 블록체인 개인 정보를 물어보았다. 이 정보들이 있어야 툴과 연결되어 있는 나의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게 왜 필요한지 계속 물어보았다. 그러나 이쪽의 대답은 계속 같았다. 날 의심하지 말고 그저 내가 시키는 데로만 하면 쉽게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절대 유저들의 자산을 탐내지 않으며 무수히 많은 개발자가 우리와 함께 문제를 해결했으니 그냥 자신들이 말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이행해달라는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준 사기성 사이트 URL은 다음과 같다. 접근해서 내용을 읽는 건 상관없지만 절대 여기서 요구하는 정보를 주지 말아야 한다... 혹시 다른 사람들도 같은 사기를 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공유한다. 

https://defiuniverse.net/

그리고 이 사이트는 당한 후에 알아보니 유명한 사기성 사이트 였다.... (난 대체 왜 의심하면서 검색해보지 않았던 것인가...)

https://medium.com/@papurai120/another-defi-project-scam-vanishes-with-20-million-2f73ed6d5cfd

블록체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시드문구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그 시드문구를 요구했다... 난 의심을 했다. 그리고 물어보았다. 이게 대체 왜 필요하냐고, 그리고 답은 항상 같았다. 그냥 날 믿고 해라. 더는 의심하면서 고통받지 말고 날 믿고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만 이행해라. 그럼 문제는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불확실한 존재였다. 

난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기술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고, 계속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했다.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래서 난 그냥 해보기로 했다. 시드 문구를 넣었다. 뭔가 사기인 것 같지만, 어차피 그 시드문구로 잠겨진 나의 블록체인 지갑에는 2만 원 정도만 있었다. 난 이 정도는 그냥 사기당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난 사기를 당했다. 

순식간에 내가 갖고 있던 2만원정도의 이더리움이 사라져 있었다. 설마 했지만 이렇게 당하고 보니 기분이 상당히 안좋았다. 그러나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냥 모... 좋은 경험 했다고 하고 비밀 문구는 정말 공유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냥 여기서 끝난줄 알았다. 


곧 이메일이 하나 왔다. 

그것은 바로 내가 예전에 약속했던 지인이 약속된 금액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난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지만 손만은 빠르게 상금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이미 나의 돈이 아니었다. 난 이때부터 마음과 생각이 조급해서 Mod_Gabbi에게 따지듯 물었지만 그는 오히려 1000$를 추가적으로 넣으면 환불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난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고, 그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가볍게 채널을 지워버렸다. 난 자동으로 퇴출당했고, 남은 자료는 위의 사진 하나가 전부이다. 


확인해보니 나의 상금은 잘게 쪼개져서 여러 지갑으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이는 추후에 추적을 불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블록체인 지갑은 탈중앙화되어 있는 만큼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묻는다 해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난 사기를 당했다. 98%는 나의 불찰이었다. 2%는 그들의 악랄함이다.

난 사기인 것을 사실 거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난 2만원 정도 잃는 것과 (상당히 피로한 상태에서) 그냥 한번 믿고 빠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그 갈림길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나의 이성(논리)가 아닌 지치고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나의 감정에 휩쓸렸다.


치밀하지 못했고, 똑 부러지지 못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 


나의 의지와 생각이 아닌 꺾여 있는 의지와 감정에 당연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했다. 


이건 나의 불찰이다. 알면서 한 것은 나를 지키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다른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1 년간 글을 썼다.

그러나 지키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내가 불확실한 존재라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단 하나, 그것은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이다. 최대한 오랫동안 이 순간이 기억에 남아 나를 의심하고 잃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난 이런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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