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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May 10. 2023

글 쓰기 좋은 새벽이네요.

이렇게 글자를 입력하고 드래그하면 메뉴를 더 볼 수 있어요.

  집중해서 글 쓰기 좋은 새벽이라는 메인 안내 문구를 제목으로 썼다.

  글 쓰기 좋은 새벽.

  글과 쓰다와 좋다와 새벽이라는 단어가 제법 어울린다. 

  브런치는 얼마나 큰 기업일까. 카카오가 소유하고 있었구나.

  마케팅 부서도 따로 있겠지. 

  구미에 당기는 말들만 내게 던지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약 20년 전의 나와 현택훈 시인의 사진을 커버 이미지에 얹었다.

  귀요미 꼬꼬마 천둥벌거숭이 존만한 사내자식들.

  아무튼 글 쓰기 좋은 새벽이 꼭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짚어두고 시작하려 한다. 지금까지 무수한 새벽을 허투루 보내보고 내린 결론이므로 반박 시 님은 코로나다.


  몇 년 전에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해놓고는 단 한 줄의 글도 올리지 않다가 오늘 갑자기...까지 쓰고 무심코 눈을 들었는데 '브런치는 크롬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왠지 '최적화 되어있습니다.'라는 문장의 띄어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되어 있다.'는 '되어있다.'도 물론 허용한다. '최적화되어있습니다.'라고 다 붙여 써도 틀린 문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좀 더 물 흐르듯 부드럽고 의미가 잘 전달되는 모양새로 맞추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정도가 어떨까. 최적화가 되어 있다 또는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적화'와 '되어'를 붙이는 것이 좋다. 나한테 좋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옳을 것이다. 반박 시 님은... 

  문장의 어느 곳에 힘을 주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따지고 보면 '글 쓰기'가 아니고 '글쓰기'잖아. '이집트'라는 단어의 다양한 억양과 발음을 대여섯 가지 가진 나로서는, 이집트를 말하면서 이집트에 가고 싶다던가 이집트가 궁금하다던가 이집트를 어이없어하는(왜때문에) 의미까지 전달할 수 있다. 이건 내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지금 크롬은 아니고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구동 중이다. 좌우간 맞춤법 따위 아무렴 어떤가. 의미만 잘 전달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주의다. 방금 살짝 까탈스러웠던 건 오늘 처음 쓰는 브런치라서 좀 쑥스럽고 머쓱하고 뻘쭘하고 까숭까숭해서 그런 것이므로 이해받아 마땅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본론이 뭐였는지 잠시 글을 되새긴다. 어디 보자. 몇 년 전에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해놓고는 단 한 줄의 글도 올리지 않다가 오늘 갑자기...까지 쓰고 무심코 눈을 들었는데 안내 문구의 띄어쓰기가 눈에 거슬린 것이 약 새벽 3시 14분경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여기까지는 각론이다. 서론이 아니고?


  각설하고, 각설을 하자, 일단. 

  그러니까 약 20년 전의 나와 현택훈 시인의 사진을 글머리에 얹었다. 저기 아마, 거의 확실히, 서울이다. 당시 나는 대구에 살고 있었고, 현 시인은 대전에 살고 있던 시기였는데 어쩌다 서울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대전에서 만나 함께 서울로 갔는지, 다른 곳에서 만나 서울로 간 건지 기억에 없다. 아무튼 저기, 서울이다. 홍대 앞 'bar, 다'였는지 인사동 '섬'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두 곳 다 지금은 문을 닫았을 것이다. 아니네, 'bar, 다'는 아직도 운영 중이네. 저 사진은 방금 대충 하드를 뒤적거리다가 얻어걸린 사진이므로 사진에 관한 얘기는 이쯤 해두기로 하자. 의미 없고 부질없다. 나는 이재라고 해두자. 여기까지도 각론이다. 


  앞으로 만에 하나, 극히 희박한 확률일 확률이 높겠지만, 이곳에 글을 더 쓴다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좋을지, '남'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게 좋을지, 그것 또는 그 장소 또는 그 무엇도 아닌 것에 대해서 쓰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살짝 앞당겨서 해놓자고 생각했다. 나는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자주 쓰는 사람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일기에 쓴 적이 있다. 이곳에서는 꼭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날씨를 잘 맞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장 난 냉장고 정도는 슬쩍 고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도 좋겠지만 손재주는 젬병이다. 실용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은 실존적인 인간이 되는 것만큼이나 유효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의 특징 중 하나를 '허세'로 들었더라. 허장성세를 보여주는 글쓰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나야말로 알맹이가 별로 없으므로 겉이 요란한 게 좋다.


  이 글은 곧 지워지거나 잊힐 듯하다. 살아 있어요. 내가 살아있다는 말은 아니고요, 물론 나는 살아있다, 누구든 살고 있으라는 말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의 첫 글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지는군. 본론은 다음 생에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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