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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원지기 이대훈 Sep 12. 2023

수학적 해의 존재성/유일성 증명과 디자인 연구의 관련성

이 글에서는 수학적 해(解)의 존재성과 유일성의 개념, 그리고 그 증명이 어떻게 디자인 연구와 관련 있는지 쓰고자 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에 앞서, 수학적 지식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수학에서 존재성과 유일성의 정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존재성 (Existence)


존재성이란, 구하고자 하는 해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y=x^3+3x+1라는 함수가 있고, y=0을 만족하는 x를 찾는다고 상상해 보자. 우선, 확실한 건 이 함수가 연속 함수라는 사실이다.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해를 찾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2가지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중 첫 번째가 존재성에 대한 증명이다. 여기서부터는 일반적으로 인지 공학에서 문제 해결의 알고리즘의 기본 구조로 활용하는 If~Then의 구조를 차용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If x=-1, then y=-1-3+1=-3

If x=+1, then y=1+3+1=+5


즉, 정의역 x가 -1에서 1로 이동하는 동안 주어진 함수의 그래프가 y=0인 지점을 통과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1 <x <1에서 y=0인 해가 '존재함'을 증명할 수 있다. 이러한 증명 방을 '간접 증명(indirect proof)'이라고도 부른다.


존재성을 증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앞서 실시한 '대입법'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유한한 기계적 절차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작성하거나 특정 공리를 취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그 해가 구체적으로 어떤 값인지는 이 단계에선 알 수 없다. 그래서 두 번째 단계로 유일성에 대한 증명을 시작한다.



유일성 (Uniqueness)


유일성이란, 해의 존재를 확인한 후, '해가 하나인가, 그 이상인가 혹은 무수히 많은가' 등에 대한 답을 해주는 개념이다.


존재성을 증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일성을 증명하는 방법은 사실상 귀류법 밖에 없다. 귀류법이란, 우리가 추정하는 답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고 가정한 상태에서 모순된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추정한 답이 유일한 해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귀류법의 변형된 형태 중 하나가 바로 공학 수학에서 제일 처음 배우는 '엡실론-델타법'이다. 이렇게 변형된 사용하는 이유는, 귀류법을 사용했다 할지라도 모순을 증명하기 위해 가정한 여러 가지 해를 서로 비교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며, 애초에 가정한 해의 정체 자체가 미지의 해인 경우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원래 설명하고자 했던 바는 이러한 존재성과 유일성이 디자인 연구와 어떻게 관련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으므로 더 이상 복잡한 설명은 생략한다.



일반적으로 '연구'란, 세상의 여러 측면에 대하여 인간이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이미 존재하던 지식의 발견, 해석, 정정, 재확인 등에 초점을 맞추는 체계적인 조사를 뜻한다 (출처: Wikipedia). 즉, 임의의 연구 결과(지식)를 '해(解)'라고 부른다면, 그것을 찾아나가는 과정 역시 위에서 서술한 존재성과 유일성의 증명과 비슷한 궤를 가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새롭게 알아냈다,라고 결론짓기 위해서는


1) 알고자 하는 사실(우리가 몰랐던 것)이 '존재함'을 증명해야 하고,

2) 그것이 기존에 지식 체계(body of knowledge)에 이미 존재하는 지식과 어떻게 다른지 '유일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디자인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내가 썼던 글 <수학적 논리 관점에서 본 디자인 정성 연구의 모호성>에서, 나는 '찾고자 하는 해가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선언하는 것이 디자인 연구 방법의 선택 및 실행에서 중요한 첫 단추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존재성에 대한 개념을 소개할 때 y=0을 만족하는 해가 -1 <x <1에서 존재함을 증명한 예시와 같은 맥락이다.


2022년 한국디자인학회 가을 국제학술대회에 내가 제출한 <퍼소나별 노인의 니즈 및 돌봄 로봇 디자인 방향>을 보면, 해의 존재성을 증명하는 단계가 순차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일부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실버 시장이 급팽창하고 노인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 그러나 종래의 노인학에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전기 / 후기 노인으로 구분하여 노년기의 급변하는 니즈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3) 이러한 한계는 노인 돌봄 로봇에도 반영되어, 실제로 노인들의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 니즈를 돌봄 로봇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4) 따라서, 노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노년기를 골드 실버(Gold Silver), 로즈골드 실버(Rose Gold Silver), 블루 실버(Blue Silver)로 구분하였다.

5) 위 3가지 그룹에 대한 Focus Group Interview와 Contextual Inquiry를 통해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 니즈에 대한 키워드를 파악하고 이를 그룹 별로 비교하였다.

6) 그 결과, 노인들이 생애 주기가 진행됨에 따라 지속적인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 니즈를 가지고 있으며 그 특성이 변화함을 발견하였다.


이를 단계 별로 정리하면,


1~4) 찾고자 하는 해의 종류와 그 범위를 선언하고 이 범위를 총 3개의 영역으로 분할하였다.

5) 3개의 영역에서 각각 해가 존재하는지 확인하였다.

6) 3개의 영역에서 발견한 해가 서로 동등 관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나는 해당 논문에서 해를 찾고자 하는 전체 범위를 '노인기'로 선언하였고, 서로 다른 해가 존재할 수 있는 3개의 하위 범위로 전체 범위를 분할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범위에서 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해들이 서로 동등 관계에 있지 않은지 확인하였다.


이렇듯, 디자인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남기는 경우에는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논문 작성을 배우고 시도하다 보면 나도 가끔 논문의 서론에서 배경에 대한 소개, 연구 방법의 선택 및 실행에서 '목적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고 디자인 연구와 논문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지공학(cognitive engineering)에서 다루는 문제 해결에 대한 관점을 차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 내용은 다음 주제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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