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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원지기 이대훈 Dec 26. 2023

현대 디자인 담론

현대 노인을 위한 돌봄 로봇 성격 디자인의 철학적 의의 (3)

현대 노인을 위한 디자인


노인 중심 디자인


이 장에서는 부르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노인 관련 디자인이 어떻게 노인들의 고정관념과 관련된 부정적 경험에 영향을 주는지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루치아노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노인들을 위한 적확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어떠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존의 인간 중심적 서양 철학의 한계를 벗어나 존재론적 관점에서 인간과 디자인 산출물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주고받는 영향에 대해 조명하고자 하는 노력의 소산이다.


부르노 라투르의 존재주의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기본적으로 존재론적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라투르의 시스템에서 각 개체는 인간이건 비인간이건 간에 행위자로 취급되고, 각 행위자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 네트워크는 단순한 관계를 넘어 그 속에 정보라는 가치를 담고 있고, 각 행위자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가치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없이 행위자 자체만으로는 본질일 수 없다는 것이 라투르의 핵심 이론들 중 하나이다.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예시를 들어보자. 자동차는 자동차 자체만으로 자동차일 수 있는가? 자동차가 있기 위해서는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도로가 있어야 하고, 주유소와 운전자도 있어야 한다.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자동차의 연료가 있어야 하며, 자동차의 각 부품, 심지어 교통법도 있어야 한다. 즉, 이러한 것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만 그 속에서 자동차는 하나의 행위자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본질로서의 자동차는 결코 존재로서의 자동차보다 우선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라투르는 네트워크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책과 독자에 대한 예시를 설명한다. 기호학적인 측면에서 '책'이라는 존재는 표지, 페이지 수, 책에 쓰인 문자, 글자 수 등 여러 가지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보는 책마다 다르며, 독자가 각기 다른 이 정보들과 관계하는 순간, 책들은 단순히 '책'이라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유동적인 본질을 가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독자는 두꺼운 책이라면 내용과 관계없이 그 책이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어떤 독자는 내용은 어려웠지만 글자 크기가 커서 읽기 수월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처럼 각 책의 본질은 정보와 관계한 독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책 역시도 독자의 행동을 매개하는 중인데, 책이 두꺼움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게 '만들었다'라고 말할 수 있고, 내용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글자 크기가 커서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게끔 '만들었다'라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인과 노인 관련 디자인, 그중에서도 노인과 지팡이를 예시로 떠올려 보자. 디자이너들은 노인을 위한 지팡이를 디자인할 때, 기능성과 사용성을 모두 고려한다. 충격을 잘 완화할 수 있도록 완충 장치를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힘이 부족한 노인들이 짚기 쉬운 형태의 손잡이를 적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노인을 위해 구성된 이러한 정보성이 노인들에게 실제로 선택받고 관계되는 순간, 이 지팡이는 노인을 위한 지팡이로써의 의미를 갖게 된다.

동시에 역으로 생각해 보자. '노인'과 적절히 관계하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지팡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라투르의 표현에 따르면 대칭적으로, '노인을 위한 지팡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노인' 혹은 '노인 같은 약자'라는 정체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닌가?

이는 신경미학 등에서 다루는 인간 경험에 대한 해석학적 관점으로도 확장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해석학적 관점에 따르면, 인간의 감각적 지각은 그 자체로 경험이 되지 않는다. 인지된 정보가 해석을 거쳐야만 비로소 주관적 경험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미 '지팡이'에 담긴 기호학적 의미를 노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두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은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그 네트워크 속에 두게 되고 이는 그러한 노인들을 보는 관찰자인 우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우리도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을 보면 자연스럽게 '저 노인은 몸이 불편하거나 병약한 사람인가 보다'라는 해석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만약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이 실제로 몸이 불편하거나 병약한 사람인 경우에는 괜찮겠지만, 그게 아니라 단순히 지팡이를 다른 용도의 보조 기구로 활용하는 노인이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산악용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강인해서 지팡이가 필요할 정도로 큰 경사의 산을 오르는 노인일 수도 있다. 이러한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도 우리가 '저 노인은 몸이 불편하거나 병약한 사람인가 보다'라는 해석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고정관념으로써 사회에 만연하게 된다면 결국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들 중 '몸이 불편하지도 병약하지도 않은 어떤 노인들'에게는 stereotype threat의 원인이 될 것이다.

이 이야기들에 여러분이 동의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현상 속에서 디자이너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해석의 매개가 되는 대칭적 존재인 '노인 관련 디자인'을 실제로 창조하는 여러 행위자들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루치아노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음 장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왜냐하면 플로리디의 철학은 라투르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존재주의적 관점에서 세계에 접근하되, 보다 최근에 제시된 만큼 더 구체적이고 확장된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장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완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윤리


이 장에서는 루치아노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에서 언급된 분산된 도덕 책임과 해명 책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노인 관련 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의 책임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정보 윤리학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을 하기 이전에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이것이 어떻게 앞서 설명한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관계가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라투르의 이론과 플로리디의 철학은 둘 다 존재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과 비인간을 대칭적으로 보고자 하였는데, 라투르는 이들을 행위자로 칭하고 플로리디는 정보 존재자로 칭했다. 게다가 라투르는 각 행위자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한 행위자를 어떤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행위자가 보느냐에 따라 그 존재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고, 플로리디는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추상화 층위 방법론'이라고 표현하였다.

추상화 층위 방법론이란, 한 정보 존재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 중, 우리가 필요한 정보만을 질적 목적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팡이를 사고자 하는 두 노인이 있다고 가정하자. A 노인은 근골격계 질환이 있어서 보행 보조기구로써 지팡이를 구입하고자 하고, 다른 B 노인은 산악용 지팡이를 구입하고자 한다. 이 경우, A 노인은 안전성을 목적으로 추상화 층위를 설정하게 될 테니, '내구성', '완충 정도' 등의 정보만 파악하게 된다. B 노인은 기능성을 목적으로 추상화 층위를 설정하고, '그립의 종류', '소재' 등의 정보를 중심적으로 파악하려 할 것이다. 이처럼 세계를 정보 중심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관점을 정보 추상화 층위 방법론이라고 하며,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매우 흡사한 성질을 보인다.

플로리디는 이렇게 정보 중심적으로 구성된 세계를 '인포스피어'라고 칭하고, 그 속에 있는 정보 존재자들 중 특히 인간이 인포스피어를 돌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인간 역시 다른 동식물 혹은 비인간처럼 정보 유기체임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디는 현시점에서 인포스피어를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정보 존재자를 인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역량은 크게 자율성, 상호작용성, 적응성 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각각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자율성: 행위자가 상호작용에 대한 직접적 대응 없이 자신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 상호작용성: 행위자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해 인포스피어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 적응성: 행위자가 경험에 의존해 새로운 동작 방식을 학습한다.


인포스피어 내의 모든 정보 존재자가 다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가질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의 집 혹은 방을 떠올려 보자. 방 안에는 여러분도 있지만, 침대와 책상, 의자, 그 외에도 여러 가구들과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플로리디의 관점에서, 이 모든 것이 다 정보 존재자라는 사실에는 더 이상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자율성 측면에서, 여러분은 굳이 침대가 아니더라도 '눕는다'라는 행위를 통해 여러분의 상태를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침대가 아닌 곳에서도 잠에 들 수 있다. 하지만 침대는 여러분이 눕지 않으면 스프링이 눌려 모양이 변형될 수 없기 때문에 자율성이 결여되어 있다. 적응성 측면에서, 여러분은 학창 시절 학교에서 의자에 앉아, 혹은 책상에 엎드려 잔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굳이 침대가 아니더라도 '잠에 든다'는 새로운 동작 방식을 학습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 방에 있는 의자나 책상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작동 방식을 학습할 수는 없다.

이러한 역량은 의도의 유무와 연결되어 책임과 해명 책임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아무리 인간과 비인간을 대칭적인 존재자로 취급한다고 할지라도, 어떠한 사건에 대하여 모든 존재자에게 동일한 수준과 종류의 책임을 부여할 수 있는가? 기존의 인간중심적 서양 철학에서는 '책임'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책임'이라는 단어는 이미 의도와 같은 심적 상태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비인간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로리디는 윤리 문제와 관련하여 심적 상태가 없는 정보 존재자에게는 책임 대신 '해명 책임'을 부여한다. 해명 책임이란, 사건의 원천에 대하여 정보 존재자가 행한 중립적 행위가 관련이 있을 경우, 곧바로 책임을 지기보다는 행위의 원천 즉, 사태를 설명하고 개선하려는 미래지향적 책임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행에 대한 책임은 없으나, 악행의 원천이 되었다는 점에서 해명 책임이 부과된다.

이렇게 책임과 해명 책임을 구분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현대 사회는 그 복잡성과 장기적 영향력, 상호작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플로리디는 현대 인포스피어에서의 행위가 파편화되고 집적되는 특징을 띤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우리의 행위는 단순히 하나의 행위에 불과하고 중립적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행위와 결합되어 심각한 부도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즉, 행위자의 의도 없는 행위나 중립적인 행위가 네트워크가 되었을 때 부도덕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서양 윤리학의 책임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난제에 대하여 플로리디는 '분산된 도덕 책임'이라는 개념으로 대응한다.

분산된 도덕 책임은 의도와 자유의지가 아닌, 관련성이라는 상대적으로 약한 의미의 인과성에 근거한다. 즉, 플로리디는 어떤 행위자가 어떤 상태와 관련성이 있다는 의미에서 원천이라면 해명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때, 해명 책임은 단순히 사태에 대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 사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한다. 게다가, 분산된 도덕 책임은 교육적 특성도 가지고 있는데, 행위자들이 분산된 도덕 책임을 수행하면서 그들의 중립적 행위가 네트워크에서 부도덕한 결과와 관련된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이후 해당 행위를 재차 하게 된다면 그때는 '의도적으로' 그런 행위를 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인간이 인포스피어 내에서 가장 역량이 높은 상태이고 다른 존재자들에 비해 해명 책임과 더불어 책임이 부과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인포스피어를 가꾸고 보살필 의무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시점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외에도 인포스피어 내에서 능동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행위자들이 출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에 대한 책임과 해명 책임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라투르는 인간이 만든 비인간 행위자이지만, 인간과 유사한 능동성을 가지는 이러한 새로운 행위자들을 하이브리드라고 칭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 중심적 철학에서 기인한 '책임'을 부과할 수는 없어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단락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새로운 행위자: 하이브리드 디자인


이 장에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한 하이브리드의 출몰에 따라, 인포스피어 내의 행위자로서 디자이너가 가지는 의무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라투르에 의하면, 하이브리드란 인간과 비인간의 전통적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행위자로서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이 아니고, 자연 현상에 관여하지만 자연의 산물이 아닌 '복합적으로 얽힌'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 예시로는 냉동 배아, 유전자 조작 식품, 그리고 인공지능 등이 있다.

예시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낸 것은 결국 인간들이다. 그렇기에 하이브리드가 능동적으로 관여된 어떠한 사태에 대해서 어떤 인간들은 최소한의 해명 책임이 부과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건의 원천에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 친구가 나에게 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추가적인 설명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그 친구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는데, 어느 날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갈림길을 맞닥뜨렸다. 한쪽으로 가면 절벽으로 떨어져 탑승자들이 사망하고, 다른 쪽으로 가면 탑승자들은 살지만 길 한복판에 인질로 놓인 보행자들이 그만큼 사망하게 된다. 이때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떠한 판단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선택을 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여기서는 선택보다는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임만 놓고 본다면, 우선 탑승자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그 순간 조작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탑승자들이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쩌다 그 갈림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명 책임은 부과될 것이다. 아주 약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제조하고 프로그래밍한 사람은 좀 더 강도 높은 해명 책임이 부과된다. 어느 쪽 갈림길로 들어서건 간에,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것이고, 이들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그러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 탑승자보다 더 강한 관련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해명 책임은 교육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제조사와 프로그래머는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보완책을 마련함으로써 인포스피어를 보살필 의무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 기업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는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이처럼 인포스피어로 소개된 우리들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자인된 제품과 서비스는 정보 존재자 혹은 행위자로 간주할 수 있다. 그것이 설령 비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디자인들과 관련된 모든 행위자들은 그 디자인들의 영향이 어떠한 사건의 원천이 되는 순간, 그 책임과 해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하이브리드의 경우, 하이브리드가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하이브리드의 출현에 관련성이 있는 행위자들의 책임과 해명 책임의 분별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우리 디자이너들 역시 그 행위자들의 부분 집합이기 때문에, 우리는 '디자인한다'는 행위를 윤리적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윤리적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디자인한 하이브리드가 한 행동이 낳은 결과의 네트워크에 포함된 여러 존재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글의 서두에서 노인 돌봄 로봇에 대해 설명하기 이전에 현대 노인의 계층 구조를 설명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몇몇 사람들은 알아차렸겠지만, 노인 돌봄 로봇 역시 앞서 소개한 내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성격을 탑재한 노인 돌봄 로봇은 하이브리드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 장에서는 디자이너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바탕으로 노인 돌봄 로봇과 그 성격의 디자인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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