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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pr 12. 2022

미래를 알 수 없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려는 시도는 아무리 가까운 미래에 관한 것이어도 완전히 빗나가기 쉽다. 평범한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사회의 요직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대개 훌륭한 두뇌와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수많은 사건을 예견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했다.


    확실한 사실은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많은 방면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하늘길이 닫힌 세계를 상상하지 않았지만 이는 곧 범상한 현실이 되었다. 2009년의 저점 이후 미국의 주식시장은 대세 상승해왔지만, 다음 10년 동안에도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를 공부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 앞날을 확실하게 대비할 수는 없다.


    물론 몇몇 명제들은 거의 틀림없이 실현된다. 모든 상승하는 것은 언젠가 하락한다는 것이 하나의 예시이다. 다만 사람의 한계는 그 시점이 내일일지 10년 후 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흐름을 지켜본 후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도 마찬가지이다. 온갖 지표와 공신력 있는 기관이 시장의 추락을 예고하더라도 상당히 오랫동안 별 탈이 없을 수 있다. 반면에 승승장구하며 당분간 성장할 것이라 믿은 집단이나 개인이 하루아침에 망할 수도 있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부질없는 행위임에도 많은 이들이 머리 아프게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내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전망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도박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어느 한 가지 가설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태도는 동전 던지기로 앞날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위태롭다. 예측이 빗나가면 당장의 손해가 되며, 맞추면 맞추는 대로 자만심에 빠지게 된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해서 모든 일을 손 놓고 지켜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집중해야 하는 목표는 백발백중이 되는 것이 아니라, 100개의 씨앗을 뿌려 한두 그루의 나무로 키워내는 것이다. 결실을 보지 못한 수많은 시도는 잘못된 판단의 소산이 아닌 자연법칙의 일부이다. 훌륭한 판단력을 갖춘 위인의 인생에도 우여곡절은 분명히 있다. 단지 어떤 시점의 내가 원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철저하게 실패라고 낙인찍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기에는 충분히 객관적이지도, 똑똑하지도 않다. 어떤 기회를 잡거나 위기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자만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으며, 더 나아가 누군가가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거나 틀린다고 해서 무조건 신봉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도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운명의 변덕 앞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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