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이른다고 하니 모든 사람이 월요일을 싫어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에게 한주의 시작은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세상 어딘가에는 직업과 자아실현을 일치시킨 운과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게 나는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은 그저 고역이요,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 당연하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현대인이 노동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된 이유에는 근현대 사회의 산업 구조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산업 혁명과 함께 일터는 효율적으로 분업화된 공장식 시스템을 갖추고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노동-보상의 교환 시스템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게으르며, 보상 없이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아담 스미스의 이론에 사상적 기반을 둔다. 그러나 슈워츠는 이런 시각이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된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란, 인간의 게으름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가 역으로 인간을 게으르고 멍청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아담 스미스의 관점은 노동자를 당근으로 구슬릴 수 있는 노새의 위치로 전락시켰고, 사회는 그 수준에 걸맞은 노동 조건을 제시했다. 노동에 대한 제도와 인식의 개선이 크게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그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수많은 일터가 보람이나 성장, 때로는 존엄마저 기대할 수 없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얼핏 능동적으로 일하게 해주는 듯한 긱(gig) 일자리나 프리랜싱도 돈을 빌미로 형편없는 노동 조건을 정당화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인데 많은 사람들이 '돈이 아니라면 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정말로 인간이 게으르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일의 반대편에 취미를 둔다. 그러나 취미도 우리의 노력과 자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노동의 특성을 띤다. 취미에는 시간을 써야 하고, 정보를 찾아야 하며 때로는 이런저런 실패를 겪어가며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낌없이 자원을 투입하여 취미 생활을 즐긴다. 왜 그럴까? 답은 당연히 그런 수고로움을 들이는 이상의 기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금전적인 보상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물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우리는 다양하고 사사로운 동기로도 얼마든지 움직인다.
단지 직장이나 커리어 계발의 기준으로만 자기 자신을 판단하다고 게으르다고 규정짓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직업과 노동을 싫어하는 것은 금전적 보상 외의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도록 만든 일자리의 당연한 부작용이다. 직장에 들이는 나의 노력이 개인적으로는 조금의 보람이나 재미로도 이어지지 않는데, 무가치한 시간을 반복하면서 만족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문제는 게으른 천성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단순하게 정의하고, 그것이 현대의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구축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은 단지 실현된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다만 지금의 현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파편화된 반복 작업 이상의 커리어를 제공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개인적인 변화를 도모하기에 앞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직업을 바꿔봐도, 아예 새로운 분야를 뛰어들어도 다시 일을 싫어하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구조에 속하더라도 기억해야 하는 사실은 우리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재미와 의미를 원한다는 것이다.
※배리 슈워츠의 TED 강의: https://www.youtube.com/watch?v=3B_1itqCKHo&ab_channel=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