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아웃풋클럽 운영 두 달만에 적어보는 '시작 계기'
‘로우아웃풋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벌써 총 8개의 글을 작성했다.
매주 글 1개 쓰는 게 왜 이리 빠듯한지. 그동안 마감 기한에 맞춰 겨우 쓰기만 하다가, 추석 연휴에서야 마음에 드는 글 3개를 골라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그리고 1트에 핫데뷔 성공해서 기분이 아주 좋다 ◠‿◠ 작년 초반인가? 한 번 도전했다가 떨어졌는데 그 다음에 현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돼 잊고 살았다. 그래서 사실상 2트지만, 아무튼.
노션이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로우아웃풋클럽’을 시작할 쯤에도 이게 뭔지 설명하는 글을 먼저 올릴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형식에 대해 고민하다간 ‘일단 아주 작은 것이라도, 써본다, 무조건 공개된 곳에 올린다’라는 로우(low)아웃풋 정신을 실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진짜로 시작할 때는 당시 가장 마음에 끌리는 주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에 대해서 적었다.
그럼에도 이왕 시작하는 브런치에는 로우아웃풋 클럽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먼저 올리고 싶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약 두 달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겸 계기에 대해서 되짚어 보려고 한다.
내 마음 속에서 거의 ‘사부, 스승’격으로 모시는 같은 팀 동료 마케터가 있다. 7월 쯔음 퇴근 후 같이 저녁을 먹는데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AI 시대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소규모 인플루언서가 되어 작은 커뮤니티를 꾸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배경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7월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
1. AI를 활용한 사내 해커톤이 한참 진행되던 시기였다.
2. 그와 별개로 동료는 챗 GPT4에게 이런 것들을 시키고 있었다. 사진 2장과 양식만 주고 블로그 글 하나 뽑아내기, 프레젠테이션 장표 만들기.
GPT가 뽑아내는 결과물을 보고있자니, 앞으로 이런 생산은 GPT가 전부 해줄 텐데, 인간은 무엇을 해야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듣다보니 너무 잘 수긍되었다. 그러게 마케팅 인턴을 처음 준비하던 때는 분명 ‘블로그 글쓰기’가 엄청난 메리트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동료의 말을 듣고 GPT가 뽑아낸 결과물을 보니 정말 인간은 프롬프트만 잘 넣어주면 될 것 같았다.
그러면 정말 인간은 무엇을 해야 될까? 그 프롬프트를 넣는 사람, 챗 GPT가 인간의 지식을 가지고 생산을 한다면,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으로 나온 것이 ‘나만의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소규모 인플루언서가 되어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자.’ 였다.
그런데 소규모 인플루언서, 지식 공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나라는 사람이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것을 공유할 것인지 브랜딩해서 노출까지 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필요성은 인지했지만, 최소 9 to 6로 일하는 주 5일제 직장인이 나를 브랜딩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무언가를 올리는 행위…? 진짜 쉽지 않다. ‘지금 저녁 먹으면서 하는 대화 같은 거라도 어케 유튜브 찍어서 올려야 되는 거 아냐?’ 같은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다가 식당에서 나올 쯤엔 로우아웃풋클럽이 만들어졌다.
인간 심리상 엄청난 걸 하려고 하니까 미루게 되는 것이다. 엄청 작은 찌끄래기라도 꾸준히 올려보자. 작고 하찮은 아웃풋, 로우아웃풋이라도 꾸준하면 뭐가 되지 않을까? 일주일에 하나씩 글이든, 카드뉴스든, 릴스든 분량 상관없이 자유롭게 제작해 업로드 하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다.
7월 쯔음에 시작된 것이 어떻게 9월까지 오다보니
1. 매주 일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 적을 때 더 정리가 잘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2. 브런치를 하게 됐다. 아주 작은 셀프 브랜딩의 시작.
벌써 두 가지나 얻었다. 꾸준히 하다보니 꽤 하이아웃풋이 된 것 같다.
로우아웃풋의 효험을 위에 두 가지로 적어두었다.
1. 매주 일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료에게 혹은 책을 읽다가 받은 인풋을 글로 적고, 요약해 보며 내용을 곱씹는다
일하면서 겪은 어려움의 이유나 해결 과정을 적으면서 다시 정리해 본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찾아보고 기록해 본다
2. 아주 작은 셀프 브랜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신수정 님의 『커넥팅』 에도 위 두 가지 효험에 대한 조언이 나오는 걸 발견했다. 내가 경험한 것들이 더 멋진 말로 정리된 게, 이것의 효험이 장기적으로 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구루가 정리해준 점이 얼마나 기뻤는지.
로우아웃풋 클럽에 자주 나오는 책들, 교육들, 실무하면서 깨달은 것들은 거의 대부분 한 명의 동료에게 전수받은 것이다. 최근 혼자 온•오프라인 세미나 몇 곳에 참석하면서 경험한 ‘와우모먼트’가 있다.
동료에게도 해준 말인데, 이제 어딜 가서 무엇을 들어도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없더라.
벌써 통달했다는 시건방진 얘기는 절대 아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근본’이 되는 원칙들이 있는데, 동료가 내게 이러한 ‘근본’ 원칙들에 대해 그만큼 자주 얘기해 줬다는 뜻이다. 내가 근본을 듣고도 순간적으로 주니어된 조급한 마음에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옆에서 반복해 일깨워 주기까지 한다.
옆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진심으로 행운이라 생각했다. 로우아웃풋클럽 맨 첫 글로 적은 [일잘러 근본 사건]에도 나에게 좋은 것을 많이 가르쳐줄 동료 혹은 선배가 있는 환경에 나를 가져다 놓는 것이 커리어 치트키, 하이패스라고 적어두었다.
『커넥팅』 에도 주니어가 즉 커리어 첫 10년차에 실력을 쌓기 위한 조건으로 고수 상사에게 배우고, 피드백 받고, 코칭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내부에 고수 상사가 없을 때는 외부에서도 배울 수 있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왕 배부른 소리 시작했으니 조금 자랑하자면, 내부의 고수 상사가 있으면 어떻게 빠르게 배울 수 있는가?
1번 효험 : 좋은 책과 강의를 찾기 위한 시행착오의 시간까지 줄여준다.
여러 책을 찍먹해 보기도 전에 고수 상사가 요즘 내 고민을 잘 듣고, 그에 부합하는 책이나 강의, 칼럼 등을 읽어보라며 링크를 잔뜩 보내준다.
2번 효험 : 세 번째 이미지에 첨부한 실력을 키우는 아래의 3요소를 나도 모르는 새에 내게 주입해 준다.
(1) 조금씩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 (2)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3) 너무 큰 스트레스가 아닌 약간의 스트레스
기존에 내가 하던 일 중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일을 최대한 프로세스화 시켜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게 아낀 에너지로 새로운 일을 하도록 할 수 있게 시야를 넓혀준다. 그리고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 같은 내부인으로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 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점을 가지치기 해준다.
3번 효험 : 반복적인 코칭과 피드백을 해줄 수 있으며, 내부를 잘 알고 있기에 피드백 퀄리티가 다르다.
2번 효험의 3번과 연결해서 내부 고수 상사는 심지어 내부의 환경을 잘 알고 있다. 우리 회사는 어떤 문화로 일을 하는지, 주변 동료와 상사들은 어떤 타입인지에 대해서 고수 상사 또한, 나보다 뛰어난, 이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피드백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이렇게 고수 상사를 곁에 둔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정말 매일매일 살에 닿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곳에서 일을 하든 다음의 단계를 따라야겠다.
(1) 고수 상사를 발견한다 (2) 어떻게든 그 사람 곁에 있는다 (3) 배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배운다 (4) 배운 것을 실행해 본다 (5) 실행하며 고수 상사에게 피드백을 요청한다 (6) 반복한다
『커넥팅』 에도 로우아웃풋클럽을 시작하게 된 계기, AI와 같이 변화하는 시대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3가지가 나온다.
1. 평생 직장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2. 자신이 프로라는 마음가짐 가지기
3. 포트폴리오 다양화
1번에서 평생 직장은 없으니 항상 자신의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의도적으로 외부 사람을 많이 만나, 움직일 수 있는 루트를 잠재적으로 확보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여기까지 읽은 내향인은 ‘헉’ 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조금 뒤에 ‘내향인’을 위한 생존 비결이 나온다. 정말… 없는 조언이 없는 책이다. 아주 여러 종류의 고민에 대해 다루는데 모든 답이 근본 ‘원칙’들로 귀결되기 때문에 반복학습 하기 너무 좋은 현명한 책이라는 극찬만이 나온다. 이또한 인생 치트키 같은 동료가 적극 추천해준 책이라는 틈새 자랑을 해본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내향인을 위한 생존전략은 ‘나의 인사이트’를 꾸준하게 글로 남기는 것이다. 이는 로우아웃풋 클럽을 처음 시작했던 마음과도 연결이 된다. 완벽한 지식을 남기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나의 경험과 깨달음을 남기라는 조언이다.
추가로 인상적인 조언과 이 기록들이 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또한 발췌해 봤다.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잘났는가 보다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관심이 있다.
이러다 보면 당신의 영향력이 확산되고 브랜드가 조금씩 만들어진다. 그러면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부탁하고 설득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당신을 찾아온다.
내가 아무리 싫어싫어 다같이 좀만 천천히 가자,, 투정을 부리고 싶어도 이미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셀프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막막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로우아웃풋클럽을 시작했고, 이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천천히 확인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건 ‘꾸준함’ 뿐이겠다는 걸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이번주도 하나의 아웃풋 내보내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