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아웃풋클럽 1회차
일잘러 근본 사건이란?
: 마케터 둘이서 ‘잘’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대화를 하다가 ‘좋은 원칙’으로 이야기가 귀결 될 쯤에 ‘아, 이거 근본이네’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사건이다.
나는 이제 갓 3년차 마케터이고, 나에겐 비슷한 길을 먼저 걸어본 6년차 마케터 동료가 있다.
운 좋게 잘 통하는 동료를 만나서, 아주 많은 시간을 웃고 떠드는 우리의 대화 주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대 도파민 시대에 걸맞는 시덥지 않은 숏츠와 밈에 대한 이야기
(2) 회사와 같은 팀 동료들, 미팅, 프로젝트 등 현업 이야기
(3)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가 바로 오늘의 주제인 ‘일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근본 원칙’에 관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근본 원칙’ 이라니
다소 거창하고 준엄한 단어들의 조합이지만 실상은 이미 모두가 머릿 속에 이미 알고 있을 법한, 어디선가 한 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오랜시간 효과를 입증하였기에 아직까지 살아남아 통용되어 온 원칙이 대부분이다.
나와 동료가 종종 말하는 ‘이거 근본이네’를 어떤 방식으로 적을까 하다가, 배민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짤이 생각났다.
언젠가 인터넷을 하다가 저장했는데, 이 짤을 좋아하는 이유는 3가지가 있다.
모두가 같은 원칙으로 일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원칙을 크게 기재해둔 점
줄글이나 미사 어구 가득한 문장이 아닌 깔끔하게 한 줄씩으로 정의해둔 점
마지막으로 숫자를 붙여 원칙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징을 살리고, 가독성까지 높인 점
오늘 적을 근본들과 몇 가지가 유사하기도 하고, 나도 이 글에 저렇게 리스트업 해둘 요량으로 첨부했다.
리스트업을 하는 데에도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는데
(1) 일단 한 눈에 봤을 때 간지난다
(2) 이 시점에서 내가 생각한 원칙을 적어놓고, 몇 년 뒤에 다시 확인하고 비교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원칙에 변한 것이 있는지? 변했다면 무엇인지 / 만약 변하지 않았다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는 데 도움되겠다.
(3) 무엇보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원칙들이 있지만, 꼭 10개만 모아보면 내가 어떤 가치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한 눈에 보일 것 같다.
2024년 기준, 지키고 싶은 원칙들
- 중요도 순서는 아니고, 연결되는 것끼리 앞뒤로 붙여놓았다.
1. 아래 10가지를 가르쳐줄 좋은 동료들이 많이 있는 환경에 나를 데려다 놓자
2. 5번 ‘왜’를 생각하자 (why의 중요성)
3. 무엇을 문제라고 정의할 것인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 플랜에서 그치지 말고 실행하자, 결과물을 내자
5. 근거없이 잘 될 거라 믿자 / 안 될 이유를 찾는 것보다 잘 될 이유를 찾는 게 효율적이다
6. 실패를 많이 하자 / 오래 공들인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작고 빠르게 실패하자
7.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자
8. 보고서는 받는 사람을 명확히 정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작성하자
9.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변화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자
10. 걱정으론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11.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
참고 : 폴인 컨퍼런스 ‘일잘러 DNA’ / 허준이 박사 유퀴즈 인터뷰 / 『제품의 탄생』 / 2024 션 앨리스 그로스 컨퍼런스 / 『맥킨지 문제 해결의 기술』 / 『마케터의 일』 / 『자기관리론』
1번 원칙이 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 같다.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잘 압도 되는지, 그렇기에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직접 경험해 보며 더욱 깨닫는다. 그래서 요즘 1번 “나에게 좋은 환경”의 위력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위 원칙들을 알게 된 계기도 약 90%가 동료가 추천해준 책이다. 나머지 겨우 10%? 정도가 혼자 컨퍼런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책과 원칙을 알려주는 환경이 왜 중요하냐면, 보통 나와 동료가 원칙에 대해 말하게 될 때는 아래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1) ‘나’가 실무 혹은 동료, 상사 관계에서 어려움을 잔뜩 맛 보고, 돌파구를 찾으며 한껏 괴로워한다.
(2) 가만히 듣고 있던 동료가 나에게 why 베리에이션을 5번 정도 해준다 (그 상황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그때의 감정이 어떤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는지 등등)
(3) 그 대화 이후로, 내가 질문들을 곱씹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디깅할 쯔음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해답 같은 원칙이 담긴 책이나 아티클 등등을 직접 읽어볼 수 있게 소개해준다
(4) 실제로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에게는 그 원칙들이 거의 번개처럼 뇌리에 꽂힌다
적다보니 이 글은 2024년 상반기 동안 (1)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2) 그 과정에서 어떤 원칙이 중요한가를 깨달았고 (3) 옆에서 도와주는 동료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일종의 회고 문서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일은 사람이랑 하고, 사람 때문에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는9나,,,,
좋은 환경에 대한 좋은 말말말을 옮기며 글을 끝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