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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히 Sep 28. 2024

[2] 재미의 효능

로우아웃풋클럽 2회차

재미의 효능

    나는 어떤 일을, 어떤 환경에서 더 몰입할 수 있는지 자아탐구를 가능케 한다  

    몰입했기에 더 많이 시도하고 실패한 경험들이 축적되어 나의 필살기가 된다  

    나의 마음을 읽고,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커리어 패스를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일 하는데 재미가 어디있나.’ 싶은 생각부터 드는 것이 k-직장인의 솔직헌 맴이다. 

그렇지만 요즘 직간접적으로 여러 좋은 말말말을 들으며 ‘재미’라는 키워드에 꽂히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었냐 하면, 나를 잃지 않으면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과 환경을 공들여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래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찾을 것인가. 꽤 유명한 토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슴 뛰는 일’인데, 내가 더 끌리는 표현은 ‘재미’인 것 같다. 재미 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끝까지 디깅하고, 과정 마저 즐기게 되니까.




처음 ‘재미’를 찾게 된 것은 재미의 효능 3번, 장기적인 커리어 관점에서였다. 


2-3년차 주니어가 벌써 장기적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라니. 숲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노년의 경제력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내 한 몸 잘 건사하기 위해 오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망을 꽤 오래 갖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나는 나로서 설 수 있어야 한다. 오래 일 하려면 ‘나만의 필살기 쌓기’ 관점으로 커리어 성장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재밌지도 않은 일을 어거지로 붙잡고, 수련하면서 나만의 뾰족한 필살기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재미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재미를 찾아 어슬렁 거리는 ‘재미 강탈자, 재미 갈취단, 재미 사냥꾼’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나에겐 숙제가 생겼고, 이 숙제를 해야 될 동기부여까지 됐다. 평소 성향 같으면 동기부여가 된 상태라면 어떻게든 진척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너무 하기 싫었다.


이유 1. 주니어가 커리어 장기 관점에서의 ‘재미’를 찾자니. 너무 막연해서 그런지 현실감 없다. 이런 일은 어떻게 쪼개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지?

이유 2. 스타트업 입사하고 2년만에 MBTI도 감성 infp에서 istj가 될 만큼 나라는 사람의 성향은 계속해서 변하는데, 지금의 재미와 미래의 재미가 동일할지 우째 알고?  


그래서 어린 시절 여름방학 일기 쓰기 숙제를 개학 직전까지 미뤘던 것처럼, ‘나만의 재미’ 찾기를 마냥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재미의 효능 3번은 모르겠고, 현재에 충실하여 1번이나 잘 찾자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찾아왔다. (글로 적다보니 1→ 2 → 3번의 순서로 가는 것이 의심할 여지 없이 명료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현실에서는 시야가 좁아져서 올바른 길을 찾기가 어려운 때가 자주 있다.)


그 계기라 함은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다. 커리어 시작부터 하도 주워들어서 세뇌가 된 건가. 이직 계획이 없더라도, 1년에 두 번 정도? 상반기, 하반기 시즌이 되면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부터 절로 떠오른다. 자연스레 가장 많은 리소스를 할애한 업무를 돌이켜 보게 됐다.



주요 업무 :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paid 소재 최적화, 분석 및 제작

[의식의 흐름 1] 약 1년의 지난한 과정 끝에 성과도 얻었다.

[의식의 흐름 2] 그렇다면 전수 받은 스킬 대로 나는 이 영역에서 무엇을 문제라 정의했고, 어떤 시도들을 통해  최적화를 하였는지… 이 내용을 포트폴리오에 쓰면 되는 걸까.

[의식의 흐름 3] 그렇다기엔 영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가 있다.

[의식의 흐름 4] 이거 진짜 재미있나?

[의식의 흐름 5] 무엇보다 다음 커리어도 비슷한 일을 하고 싶은가?


다행히 ‘싫은데… ’ 라는 생각이 든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영 만족이 안 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왜 만족이 안 되냐면 역시 ‘재미’ 추구 때문인데, 그래서 무엇을 했을 때 가장 ‘만족’을 했었는지 지난 짧은 커리어를 돌이켜 보게 됐다.



짧은 커리어라 함은, 정말 총 합친 연차가 적은 것도 있지만 각 회사 별로 몸 담은 시간이 짧단 뜻이기도 하다. 2-3년차에 벌써 4번째 조직이라는 게, 이전에는 나의 페인포인트였다. 


요즘에야 럭키비키적 사고를 해보자면,

(1) 4개의 조직 문화를 경험하고 (2) 리더 + 사수를 합쳐 총 8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경험해보고 (3) 직무는 늘 마케팅 매니저였지만, 퍼포먼스 콘텐츠 온드미디어 프로모션 경험에 한 번씩 발을 담궈 본 것 같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과 같이, 어떤 업무를 할 때 가장 몰입했을까? 거의 바로 커머스에서의 대규모 프로모션이 떠올랐다. 


프로모션이 대표적으로 긴 호흡의, 다양한 업무와 이해 관계자가 섞인 프로젝트가 아닐까. 그래서 구체적으로 프로모션의 ‘어떤 부분’을, ‘어떠한 이유’로 좋아했는지 더 쪼개보자면 아래와 같다.

  

    앱 내 고객 데이터를 보다가, 연 목표 달성을 위해 지역 확장의 필요성을 느껴 프로모션 기획  

    프로모션 목표 매출액 선정 → 역산하여 쿠폰 금액, 전체 비용 등을 팀 내에서 선정 → 컨펌  

    이후에는 다른 컨펌 과정 없이 실무자들이 모든 업무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  

    플랫폼 커머스였기 때문에 입점사와 구매 고객이라는 양측의 고객을 모두 고려한 업무 동시진행 필요  

    구매 고객의 유입 퍼널을 잘게 쪼개서 각 단계마다 필요한 액션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중간 회고를 통해 부족하다면 개선하는 등등 프로세스  


1-3번은 일하는 환경에 관한 문제 같고, 4-5번이 재미를 느끼는 업무이다. 


고객 행동을 기반으로 모든 퍼널 단계를 건들여 보며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업무가 즐거운 것 같다. 


그런데 위와 같이 고객 퍼널을 묶는 업무는 과연 프로모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서 핀테크 서비스에서는 어떤 식으로 프로모션을 꾸리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현 서비스의 특성상 맥락이 떠올리기 쉽지 않았고, 당장 눈 앞의 실무를 쳐내다 보면 우선순위를 한 없이 미루게 됐다.




정리되지 못한 채 머릿속을 부유하던 이런 고민들을 바로 지난 주에 따끈따끈하게 동료에게 토로했다. 


동료와의 대화 끝에 프로모션은 하나의 키워드고 핵심은 ‘고객 퍼널’ 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과정에도 분명히 몇 단계의 ‘퍼널’이 존재한다. 퍼널의 순서를 유지한 채 최적화를 해볼 수도 있고, 퍼널의 순서를 바꿔볼 수도 있다.


고객의 유입 경로

(1) 퍼널을 유지한 채 최적화 : 광고 → 앱스토어 → 회원가입 

(2) 퍼널을 유지한 채 최적화 : 광고 → 웹 검색 → 앱스토어 → 회원가입

(3) 퍼널 순서를 바꿔보기 : 광고 → 웹 랜딩페이지(회원가입) → CRM → 앱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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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 비중이 높은 서비스에서 페이드 소재 제작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조금 더 업무의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규 고객 퍼널 기반이었으면 했다.




좋은 동료에게 고민을 토로하면서 어느 정도 답을 얻었다. 이제 시도하는 것이 남았다. 해봐야 정말 재밌는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마침 바로 지난 주 작성한 원칙에 대한 글에서 ‘시도’가 중요하다고 직접 적어두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연말까지 무엇이든 시도해 봐야 될 것 같다. 


�‍♀️ 재미를 찾아떠나는 여행 �‍♀️

-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현 퍼널을 최적화 하거나, 순서를 건들여 보자.


추가적으로 이번 글을 적으면서, 업무적 고민은 혼자 앓는 것보다 털어놓음도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옆에 진지하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행운이 있을 때 맘껏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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