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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미킴 Sep 03. 2021

#6 이별 준비 (1)

서투른 청춘으로 이어지는 낭만적 일상

그의 빤스와 내 빤스가 세탁기 속에서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보며 새삼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투명해져 갔다. 이제는 익숙해진 향기, 모양들이 옛날만큼 선명하게 그를 드러내 주지 않았다. 덕분에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그는 절반밖에 그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고 하루의 끝에서 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한 채 끝나버린 하루에 대해서 불만과 속상함을 터뜨렸다. 하루 종일 같이 있기는 했지만 너를 하루 종일 느끼고 있었던 건 아닌데! 이제야 서로 바쁜 일이 끝나서 눈을 맞추고 놀아보려 하는데 하루는 커튼을 내리며 우리를 내일을 위해 준비시키기에 바빴다. 등살에 떠밀려 침대에 누울 때쯤엔 이렇게 눈 감으면 더 이상 너를 보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서러움이 터졌다.


아침에 눈뜨고 정신이 들면 그를 온전하게 느끼기 모드에 돌입했다. 그의 볼을 이리저리 꼬집으며 감촉을 느끼려고 해 보고, 그의 소리를 듣고 싶어서 별안간 팔뚝을 깨물어 비명소리를 들어내고야 말았다. 그의 몸에 코를 박고 지도를 그리며 진한 살 냄새를 찾아다니다가 목덜미와 가슴팍에 안착하여 그대로 안겨있기도 했다. 그의 머리카락을 내 코와 볼에 부비며 머리칼을 느꼈다.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내 볼에 물결로 흐르고, 나는 그 물결의 냄새를 맡았다. 나와 같은 냄새가 났다. 나의 모든 감각을 사용하여 그의 존재를 느끼고, 감각을 내 세포에 새기려 했다. 이들을 강렬히 느낀다면 감각들은 이내 몸의 세포에 기록되고 이 세포들이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게 되더라도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되어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약 일 년 간의 동거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음과 몸으로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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