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으로 소고기를 넣은 토마토 스튜를 만들어 먹었다.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방법은 어렵지 않다. 그 레시피를 살짝 공유해 볼까 한다. 우선 소고기를 아무 부위나 한입 크기로 썰어서 냄비에 구워준다. 구운 소고기는 건져서 잠시 그릇에 담아놓은 후, 양파와 파프리카, 당근 그리고 마늘을 넣어서 볶아준다. 조금 드라이하다면 버터를 조금 넣어서 함께 볶아준다. 채소들이 어느 정도 익으면 다시 소고기를 넣어준 후 토마토 캔을 하나 따서 넣어준다. 아무 향신료나 간이 되어 있지 않은 can of chopped tomatoes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대로 소금이나 허브 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계수 잎이 남은 게 없어서, 대신 오레가노와 파슬리를 큰 한 꼬집씩 넣어주고, 소금을 약간 넣었다. 그렇게 토마토소스를 채소, 소고기와 살짝 볶아준 후 비프 스톡을 넣어준다. 그렇게 30분 정도 약한 불에서 보글보글 끓이면 뭉글뭉글한 토마토 스튜가 완성된다.
토마토 스튜는 내가 제일 즐겨하고 또 좋아하는 요리 중에 하나이다.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놓고 냉장고에 보관하며 조금씩 꺼내 데워먹기에 좋고, 또 먹을 때마다 온전한 한 끼 식사를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이다. 허기진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닌, 내 눈과 코와 마음을 함께 덥혀줄 수 있는 따뜻한 요리라는 것이다. 요리를 하고 또 맛있게 먹는 과정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다. 방 안 책상 앞에서 글을 쓰거나 미술 작업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는 눈과 머리를 가장 많이 사용할 것이다. 노트북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니, 향이나 맛, 촉감을 다양하게 느낄 기회가 없다. 그래서 화면으로 글을 읽는 것보다 종이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손으로 다양한 무게와 질감의 종이를 느낄 수 있고,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냄새, 두께, 질감 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요리 시간은 얼마나 특별한 시간이겠는가. 단단한 당근, 물렁한 고기, 미끈한 파프리카, 부드러운 버터는 나에게 시각적으로, 촉각적으로, 청각적으로 후각적으로 그리고 미각적으로 흥미로운 경험을 약속한다.
보글보글 끓는 토마토소스에 오레가노와 파슬리를 한 꼬집씩 넣어주고, 소금을 넣으려 하는데, 문득 바다가 떠올랐다. 아주 커다랗고 차가운 바다. 이 소금들은 어느 바다에서 온 걸까? 소금들은 자유롭게 바닷속에서 첨벙거리다 어느 날 염전으로 흘러 들어가 며칠 동안 태양 빛에 바싹 말라졌을 것이다. 까슬까슬한 소금들은 이제 토마토 스튜에 들어가게 될 자신의 운명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모서리를 잔뜩 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어쩌면 나의 부엌으로 오기 몇 달 전만 해도 고래와 함께 헤엄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나의 부엌이 더 조그마하게 느껴졌다. 소금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해준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의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을 것이다. 어느 바다를 얼마나 채우고 있었는지, 어떤 해류를 타고 여행하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행담은 책상 앞에 묶여있는 나에게 바람을 넣기에 충분하다.
책이나 요리가 아니면 나의 오감은 자극될 일이 좀처럼 없다. 밖에 나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방 안에서 바쁘기 때문에, 밖에서 바쁠 시간을 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방 안에서 책이나 뜯어먹고 사는 나에게 자유로운 소금은 얼마나 흥미로워 보이던가. 나는 그것의 까칠하고, 짭짤한 매력에 반한 것이다. 내가 먹는 토마토 스튜의 짠맛에는 물고기의 비늘 조금, 바닷사람들의 노랫소리 조금, 첫걸음마를 내딛는 바다거북의 발길질 조금, 태양의 땀방울 조금이 들어있다. 나는 눈을 감고 토마토 스튜의 맛을 음미하며, 혓바닥으로 한 장 한 장 그 이야기를 넘겨본다. 그렇게 엉금엉금 토마토 스튜를 먹고 나면 나의 마음은 꽉 차게 되는 것이다.
배를 채운 나는 다시 이층 복도 끝에 있는 나의 방으로 돌아온다. 나의 몸을 스스로 책상에 다시 매어놓는다. 책상다리를 컴퍼스의 중심축처럼 고정해 놓고 방 안을 왔다 갔다 한다. 내 행동반경 안에 들어오는 책들을 몇 장 더 씹다가 책상 옆에 붙어있는 침대에서 잠을 잔다. 나는 꿈속에서 오늘 먹은 소금이 되어 바다에게 가만히 안겨본다. 그것은 아주 넉넉하고 커다란 포옹이며 내 마음을 가득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