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BS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 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전 수능 일타강사들이 나온 <다수의 수다>에서도 고등학생들이 무엇보다 어휘력이 딸려서 수학이든 영어든 수업진행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내가 영화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영어인데 그래서 살다보니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에게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다른 게 아니라 한국어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벌써 5년전인가, 10대들을 가르칠때에는 이 단어가 '오만하다 거만하다'라는 뜻이라고 하면 오만을 몰라서 50,000이냐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격파하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한참을 설명해줘야 했고 '알이 부화하다'를 아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이건 그나마 청소년의 경우이고 초등학생 유치원생으로 가면 어디까지 모를지 나로서는 감 잡는거 자체가 곤혹인데,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이걸 모르지?' 경악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모든 걸 무에서 시작하기에 이른다.
초등학생들에게 dew를 설명할때 이슬이라고 하고 이슬이 무엇인지 나뭇잎에 맺힌 이슬 사진, 동영상까지 가져와서 설명해야했는데 특히 frost 서리가 나오면 또 이슬이랑 헷갈려해서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또 야구, 농구는 알아도 대부분 vollyball배구가 뭔지를 몰랐는데.........
내가 배구 영상도 보여주고 룰도 설명해줬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멍 그 자체였다.지금은 김연경 선수 때문에 좀 알까 싶다.
참 이상한 일이다. 집집마다 동화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테고 부모님들이 분명 책을 많이 읽히셨을텐데 어쩜 그리 전반적으로 어휘력이 떨어지는 걸까? 성적이 높고 말을 똘똘하게 하는 학생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도 않다. 이건 정말 하나의 새로운 문화이다.
특히 모르는 단어를 알려주면 배웠다는 태도가 아니라 왜 그따위 어려운 단어를 쓰냐는 식의 태도라는 게 가장 충격적인데 그걸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얼마전 kpop그룹 nct의 트위터 공식계정에 '기염!'이라는 단어가 올라왔는데 기념이지 무슨 기염이냐며 어이없다고 지적하는 팬들의 트윗이 쏟아진 일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만 모르는 단어가 보여도 단어검색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왜 폰으로 단어 검색을 안하냐고 하면 그 시간에 폰으로 재미있는걸 하지 왜 그따위에 시간을 쓰냐고 한다. 그리고 어려운 말 쓴 상대를 비판한다.
다양한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부모님들이 정말 자녀가 '이슬'도 모르고 '오만하다'도 모르는지 그 상황을 알고 있을까? MZ세대며 90년대생이며 2000년대생이며 이상한 마케팅으로 정의할 시간에 이제 같은 한국어를 써도 서로 이해할 수 없게 될 상황이나 들여다봐야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를 이해할때 인터넷 폰 영상 즉 뉴미디어가 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지 않고는 티끌만큼도 그들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문해력 교육 돌풍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